[통합 대한항공②] 노선 조정보다 어려운 조종사 서열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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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대한항공②] 노선 조정보다 어려운 조종사 서열 정리

프라임경제 2026-05-12 10:50:58 신고

3줄요약
[프라임경제]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노사 갈등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기업결합 심사를 넘어서며 통합의 큰 틀은 마련됐지만, 실제 조직을 하나로 묶는 과정에서는 노선 조정보다 더 복잡한 문제가 남아 있다.

항공사 통합은 항공기와 노선을 합치는 작업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재 운영, 예약 시스템, 마일리지, 서비스 기준처럼 눈에 보이는 영역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더 민감한 조정이 필요하다. 임금 체계와 직급 구조, 근로조건, 승격 기준, 인력 배치 방식이 모두 통합의 대상이다. 

이 가운데 가장 예민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조종사 서열제도(Seniority System) 문제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약 5개월 동안 12차례에 걸쳐 회사와 재교섭을 진행했지만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조종사 조직에서 서열은 근속 순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장 승격, 기종 전환, 장거리 노선 투입, 근무 편성, 향후 경력 관리와 연결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통합 이후 양사 조종 인력이 한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면 승격 대기열과 기종 전환 순서도 다시 배열될 수밖에 없다. 일부에게는 예상보다 늦어진 기회가 되고, 다른 일부에게는 앞당겨진 기회가 될 수 있다. 서열 기준이 노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다.

대한항공은 통합 항공사 출범에 맞춰 운항승무원 서열 기준을 새롭게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소속 직원에게 대한항공 체계에 맞춘 새 사번을 부여하고, 양사 직원의 입사일 등을 기준으로 통합 서열을 정렬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 하나의 인사 기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서로 다른 기준을 유지한 채 한 조직을 운영하면 배치와 승격, 근무 편성에서 혼선이 커질 수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조직쟁의부위원장 윤용만 기장(왼쪽), 대외협력부위원장 박상모 기장이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노조의 시각은 다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서열 기준이 단체협약과 조합원 권익에 직결된 사안인 만큼,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대한항공 조종사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의 채용 시점, 경력 형성 과정, 기장 승격 구조가 달랐던 만큼 단일 기준을 적용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갈등은 이미 표면화됐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통합 이후 조종사 서열 문제 등을 두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노조는 향후 집회와 시위, 노동위원회 조정 신청 등 가능한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태도다. 회사가 통합 항공사 출범을 위해 인사 기준을 정비하려는 가운데, 노조는 충분한 협의와 합의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임금과 근로조건 문제도 남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다른 임금 체계와 복리후생, 근무 관행을 갖고 운영돼왔다. 통합 이후 어느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차이를 어느 수준까지 조정할 것인지가 과제다. 높은 쪽으로 맞추면 회사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낮은 쪽으로 맞추면 구성원 반발이 불가피하다. 결국 통합의 경제적 효과와 내부 수용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객실 승무원과 일반직 조직도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 직급 체계와 직무 배치, 근무지 조정, 평가 기준이 통합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항공사 업무는 부문별로 나뉘어 있지만, 실제 운항에서는 조종·객실·정비·운항관리·지상조업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특정 부문에서 갈등이 커지면 전체 조직의 통합 속도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노사 갈등은 통합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통합 항공사 출범일이 정해진다고 해서 내부 통합이 자동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은 출범 전까지 시스템과 제도를 최대한 맞춰야 하고, 노조는 그 과정에서 구성원 권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통합 이후에도 상당 기간 내부 불안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 B787-10. ⓒ 대한항공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기업결합 승인을 얻은 뒤에도 내부 기준 마련이 늦어질 경우 노선 재배치, 기재 운영, 서비스 통합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세계적인 대형 항공사로 도약하겠다는 명분도 내부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힘을 얻는다. 

반면 노조 입장에서는 통합이 회사의 전략적 판단이라고 해도, 그 결과가 구성원 개개인의 일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명확한 기준과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과제는 단일 기준을 마련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구성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인사 통합은 숫자를 맞추는 작업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조직의 경력과 시간을 다시 배열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납득 가능한 설명과 협의가 부족하면 통합은 출범 이후에도 계속 흔들릴 수 있다.

항공업계에서도 이번 노사 갈등을 통합 과정의 핵심 시험대로 보고 있다. 국내 항공시장은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전제로 재편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 변화보다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내부 결합이다. 외부에서는 거대 국적사의 탄생을 말하지만, 내부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구성원들을 같은 조직 안에 세울 것인지가 정리되는 중이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와 시장에도 영향이 번질 수 있다. 조종사 인력 운영은 운항 안정성과 직결된다. 당장 운항 차질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내부 갈등이 커지면 통합 항공사의 서비스 안정성과 조직 집중도는 흔들릴 수 있다. 통합 항공사가 출범 초기부터 안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려면 노사 갈등 관리가 필수적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국내 항공 산업의 구조를 바꾸는 사건이다. 그러나 시장 재편의 성패는 조직 내부의 결합 속도에 달려 있다. 노선은 조정할 수 있고, 시스템은 연결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조직의 구성원들이 같은 기준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출범 시계가 빨라질수록 노사 갈등을 풀어내는 방식은 통합 항공사의 초기 안정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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