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로 맺은 전세 가계약도 주요 내용이 합의되었다면 유효한 계약이다. / AI 생성 이미지
전세 가계약 후 한 달 만에 '천만 원 증액'을 요구하며 계약을 파기하려는 집주인. "본 계약 전이라 문자는 무효"라며 버티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핵심 사항이 합의된 유효한 계약"이라며 임차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문자 한 통으로 맺은 약속의 법적 효력과 배액배상을 받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 중개수수료 문제까지 집중 분석했다.
"믿고 기다렸는데…" 한 달 만에 날아온 증액 통보
새 보금자리를 구하던 임차인 A씨는 지난 4월, 공인중개사를 통해 전세 계약 조건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아파트 동·호수, 전세가 등과 함께 "임대인 단순변심일 경우 입금액의 배액을, 임차인의 단순변심일 경우 입금액을 포기하고 해지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해약금 약정이 명시돼 있었다.
A씨는 이에 동의하고 가계약금 100만 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본 계약은 현 세입자의 이사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뤄졌다.
A씨는 임대인의 "날짜가 정확해지면 그때 다시 만나 본 계약을 하자. 정확하고 확실한 게 좋지 않냐"는 말을 믿고 한 달을 기다렸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전세금 1000만 원 인상' 통보였다. A씨가 항의하자 임대인은 "본 계약 전이고, 가계약 문자는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가계약금 100만 원만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률가들 "문자도 엄연한 계약…배액배상 피할 수 없어"
집주인의 주장에 대해 다수의 법률 전문가는 '법적 근거가 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홍대범 변호사는 "가계약 당시 목적물(동·호수), 전세가, 잔금일(내지는 기간), 계약금의 일부라는 명시가 있었고, 무엇보다 '임대인 변심 시 배액배상, 임차인 변심 시 포기'라는 해약금 규정에 명확히 동의한 후 입금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대법원이 말하는 '계약의 본질적 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봅니다"라고 분석했다.
즉, 본 계약서를 쓰지 않았더라도 핵심 조건이 담긴 문자 메시지와 계약금 송금 사실만으로 계약은 유효하게 성립됐다는 것이다.
김상훈 변호사 역시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보증금 증액을 요구하며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행위는 채무불이행에 해당합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임대인의 '1000만 원 인상 요구'는 계약서에 명시된 '단순 변심'에 해당해, 받은 가계약금 100만원에 위약금 100만원을 더한 총 200만원을 A씨에게 돌려줘야 할 책임이 발생한다.
'100만원 때문에 소송?'…내용증명부터 지급명령까지
변호사들은 소송이 부담스럽더라도 섣불리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첫 단계는 '내용증명' 발송이다.
신은정 변호사는 "내용증명을 발송해 임대인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지급을 촉구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내용증명에는 가계약 당시 합의 내용, 임대인의 계약 위반 사실, 배액배상(200만 원) 요구, 불이행 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보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만약 임대인이 끝까지 배상을 거부한다면, 정식 소송보다 빠르고 저렴한 절차를 활용할 수 있다. 홍대범 변호사는 지급명령 신청에 대해 "소송보다 훨씬 빠르고 저렴한 절차입니다. 법원에 출석할 필요 없이 서류 심사만으로 결정이 나며, 임대인이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집니다"라고 설명했다.
계약 파기 책임은 집주인에게…'복비' 낼 필요 없다
A씨가 걱정하는 또 다른 문제인 '중개보수(복비)'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지급 의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공인중개사법상 중개보수는 계약이 '완성'되었을 때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은정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임대인의 일방적인 변심과 계약 조건 변경으로 인해 본계약 체결이 무산된 상황이므로, 질문자님께서 공인중개사에게 수수료를 부담하실 의무는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라고 분석했다.
계약 파기의 책임이 명백히 임대인에게 있는 만큼, A씨는 중개보수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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