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이 찍혔다. 복잡한 신체 움직임의 영역에서조차 기계가 사람을 넘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언어모델의 폭발적 성장이 세상을 놀라게 했던 것처럼, 신체 지능을 갖춘 로봇의 발전 속도 역시 모든 예측을 뛰어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베이징에서 개최된 로봇 하프마라톤에서 중국의 휴머노이드 '라이트닝'이 21km 구간을 50분 26초에 주파했다. 인간 최고 기록보다 무려 7분가량 빠른 수치다. 열 발생 문제와 고르지 못한 지면이라는 난제를 모두 돌파한 결과였다. 야생동물 대부분을 제치고 인류가 거의 유일하게 우위를 점했던 지구력 경쟁에서마저 로봇에 추월당한 셈이다.
탁구 무대에서도 판도가 뒤집혔다. 일본 소니가 개발한 로봇 '에이스'는 전국대회급 엘리트 선수들과 호각지세를 이뤘다. 시속 100km를 넘나드는 공 속도, 초당 수십 회 회전하는 스핀, 예측 불가능한 변칙 동작까지 순간적으로 파악해 대응하는 복잡한 협응 능력이 이제 기계의 손에 들어왔다. 근력과 유연성의 아틀라스, 지구력과 속도의 라이트닝, 반응과 판단력의 에이스가 각각의 영역에서 인간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경이로움을 지나 두려움이 엄습한다. 오직 사람만의 것이라 믿었던 영역들이 더 이상 인간의 전유물이 아닌 현실이 도래한 것이다. 십수 년의 학습을 거쳐야 체득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갓 탄생한 로봇이 단 한 번의 소프트웨어 갱신으로 가뿐히 뛰어넘는다. 수만 년에 걸쳐 진화해온 인류의 능력 대부분을 기계가 추월하는 미래가 성큼 다가왔다.
산업 지형과 일터의 모습이 근본부터 뒤흔들릴 수밖에 없다. 건설·채굴 현장의 위험 작업, 공장 생산라인, 재난 구조 활동, 정밀도가 생명인 수술실까지—이 모든 곳에서 인간은 로봇보다 느리고, 정확성이 떨어지며, 체력과 효율 면에서 열세인 데다 비용까지 높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군사 영역의 전투와 경계 임무에서도 신체 지능 로봇의 비교우위가 점차 두드러진다. 노동의 가치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재정립을 요구받고 있다.
육체노동의 자리가 사라져가는 지금, 인간 고유의 가치를 새로운 영역에서 찾아야 할 때가 왔다. 사무직 영역 상당 부분도 곧 자동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낙관론자들은 인간이 기계에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협업하고 통제하는 관계로 재편될 것이라 말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로봇 기업들은 위험하고 단순한 반복 업무를 기계가 떠맡는 동안 사람은 창의성과 고부가가치 창출에 몰두하는 '인간 중심 로보틱스 시대'를 그린다. 기계가 우리보다 더 빠르고 정밀하게 움직이는 세상에서, 끝까지 지켜내야 할 인간다움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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