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남 더불어민주당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왼쪽)와 조국 조국혁신당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 / 뉴스1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 나선 같은 당 김용남 후보를 응원하며 남긴 SNS(소셜미디어) 댓글이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송 후보가 언급한 '원균'과 '왜적'이라는 비유를 두고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은 물론, 우호적 관계였던 조국혁신당과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송 후보는 지난 9일 '바람 속에 홀로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는 모습'을 담은 김 후보 페이스북 게시물에 “힘들 때마다 선조와 원균의 모함, 무능과 시기·질투에 맞서 왜적과 싸우는 이순신 장군을 생각하곤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도 당내에서 모진 핍박을 받으면서 싸워 이겨 냈다. 파이팅”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을 모함한 졸장의 대명사인 원균과, 이순신이 목숨을 걸고 싸운 왜적에 오늘날 특정 정치 세력을 빗댄 것 아니냐는 해석이 즉각 제기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핵심은 비유의 대상이 누구냐는 점이다.
김 후보는 범보수 정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과 개혁신당에 몸담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으로 전향한 인사다. 민주당 입당 이후 당내 일부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당내 대표적 친명(친이재명)계인 김지호 전 대변인은 지난 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후보가 세월호 특조위 예산 낭비 지적이나 위안부 합의, 이태원 참사 관련 과거 발언들에 대해 ‘그때 잘했다’는 식으로 거침없이 말하고 있다”며 “이런 태도는 후보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송 후보 댓글 속 ‘원균’과 ‘선조’ 표현이 당내에서 김 후보를 공격하는 세력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왜적과 싸우는 이순신 장군’이라는 표현까지 함께 등장하면서, 김 후보를 흔드는 내부 세력을 ‘원균’, 외부의 정치적 적대 세력을 ‘왜적’에 빗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다만 일부 친명계 인사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은 “보수 정당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김 후보를 공격하는 건 과도하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당내 비주류 시절 내부 공격을 견디며 정치적으로 살아남았다”는 취지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송 후보 댓글의 마지막 문장인 “이재명 대통령도 당내에서 모진 핍박을 받으면서 싸워 이겨 냈다”는 부분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송 후보의 발언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분열을 획책하는 이들이 더 위험하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전략적으로 영입된 인사를 흔들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댓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꽃이 튀었다. 평택을 보궐선거에 김 후보 경쟁 상대로 등판한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 측이 송 후보의 비유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조 후보는 전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댓글 당사자인 송 후보를 겨냥 "김 후보를 '원균의 모함 속에서 왜적과 싸운 이순신이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며 "(원균) 이건 뭘 가리키는 말씀인가. 좀 무례한 얘기라고 본다"고 직격했다.
그는 "서로 상호 비판하고 검증하는 건 좋은데 '조국 지지자들이 원균, 왜적' 이렇게 말하는 건 진짜 무례함 아닌가 생각한다"고 쏘아붙였다.
최근 민주당과 혁신당 사이에서 미묘한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을 김 후보를 '모함하는 원균'이나 '시기하는 선조'로 묘사된 게 아니냐는 불만이다.
조 후보는 새누리당 시절 ‘조국 저격수’로 활동했던 김 후보의 세월호 관련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며 “사과할 건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고 각을 세워 왔다.
정치 전문가들은 송 후보의 댓글이 이재명 대통령을 결부시켜 친명계 결집을 유도하려는 의도였으나, 비유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아군 내부에 상처를 입히는 '자책골'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원균은 무능과 패전의 상징처럼 소비되는 경우가 많고 왜적 역시 강한 적대적 의미를 담고 있어, 진의와 무관하게 표현 자체가 과도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김 후보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송 후보 역시 비유의 대상에 대한 추가 해명을 꺼내지 않고 있어, 당분간 정치권의 '이순신·원균' 해석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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