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3억 원대 아파트는 충분히 가능하다." 이 파격적인 주장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증된 데이터의 결과였다. '부동산 개혁의 아이콘' 또는 '부동산 탈레반'으로 불리는 김헌동 전 SH 사장은 <뉴스로드>와 만나 현재의 부동산 정책이 시민들의 기대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키웠다...<<편집자 주>>
Q: 최근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정한 조짐을 보인다. 현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보나.
지난 11개월 동안 집값을 하락 안정시킬 만한 실질적인 정책이 단 한 건도 없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 등에서 공공택지 매각 금지와 건물 분양 주택 공급을 수차례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밑에 있는 관료와 공기업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 정부의 '빌라 매입 신축 약정' 같은 정책을 더 강화하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는 보이지만 실무 부서에서 이를 뒷받침할 입법이나 실행이 따르지 않으니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것이다.
Q: '반값 아파트', 즉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정말 서울 집값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나.
당연하다. 내가 SH 사장 시절 마곡과 고덕강일에서 이를 실제로 증명했다. 마곡 30평형 아파트 시세가 15억 원일 때 나는 3억 원대에 분양했다. 시세의 4분의 1 수준이다. 2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서울에서 아파트를 짓는 데 드는 순수 건축비는 2억 원, 토지 수매비는 1억 원이면 충분하다. 공기업이 30% 이상의 이익을 남기고도 3억 원대에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입주 시 2%대 저금리로 2억 원까지 대출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면, 서민들은 1억 원만 있어도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Q: 일각에서는 '토지 없는 아파트'라며 재건축 우려나 품질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는데...
지금 기술로 제대로만 지으면 아파트는 100년 이상 쓸 수 있다. 부실시공이나 용적률 이익을 노리고 30~40년 만에 부수는 현재의 관행이 잘못된 것이다.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면 오히려 주인이 원하는 시점에 더 좋은 품질로 재건축하기가 수월하다. 싱가포르의 사례처럼 도심 내 노후 공공 아파트를 고층으로 재건축해 대량 공급하면 집값은 자연스럽게 안정된다.
Q: 정부가 주력하는 '매입임대제도'에 대해서는 매우 강한 비판을 쏟아냈는데, 이유는?
그것은 공급이 아니라 공기업이 시장 매물을 싹쓸이하는 '매점매석'이기 때문이다. SH나 LH가 직접 지으면 아파트도 2억원이면 될 것을, 화곡동 등지의 빌라를 6억~7억 원씩 주고 사들인다. 국민 세금으로 건설업자들 배만 불려주는 꼴이다. 이렇게 비싸게 사니 임대료가 비싸지고, 결국 서민들은 외면해 수년째 비어있는 공실이 넘쳐난다. 나는 이 과정에 엄청난 이권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카르텔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SH 사장 재직 시절, 서울시의원들로부터 자기 지인의 건물을 사달라는 압력을 수없이 받았다. 심지어 거절하면 해임 건의를 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SH 사장 시절 이런 부당한 매입을 거부하고 남은 예산 1조원을 실제로 서울시에 반납한 적도 있다.
Q: 최근 LH 사장 공모에 도전했다가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느낀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무엇보다도 '반값 아파트인 기본주택' 정책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싶어 도전했다. 첫 번째 공모에서는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다.
이후 대통령이 "왜 내부 사람만 뽑느냐"며 외부 수혈을 지시해 진행된 재공모에서 면접을 봤다. 하지만 면접장의 기류는 개혁과는 거리가 멀었다. 면접관들은 기존 LH의 공급 계획이나 주요 지표를 그대로 따르겠다는 약정과 서명을 요구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요구하는 개혁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에 순응할 '꼭두각시'였다. 결국, 면접 당일 저녁에 문자로 탈락 통보를 받았다. 공기업 인사 시스템의 불투명성을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Q: LH와 같은 공공기관이 왜 개혁에 저항한다고 보는지
현재 공기업 경영 평가 지표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 공익 기여도가 아니라 '땅을 팔아 남긴 이익'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그러니 LH나 SH는 본업인 주택 건설보다 땅 장사와 매입 임대에만 열을 올리게 된다. 대통령의 지시가 먹히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료들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의 입을 막고 실무를 마비시키고 있다. 헌법에는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지만, 실제 부동산 정책은 관료와 토건 카르텔로부터 나오고 있다.
Q: 마지막으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변화가 가장 시급한가
무엇보다도 투명한 정보 공개가 절실하다. 분양 원가와 건설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거품이 빠질 수밖에 없다. 또한, 정치권이 강남 아파트값 안정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일반 서민과 청년들이 원하는 3억 원대 아파트를 도심에 대량 공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용산 부지나 서울의 노후 공공 아파트 25만 채만 제대로 활용해도 수십만 채의 공급이 가능하다. 공기업이 집 사들이는 복덕방 노릇을 그만두고 진정으로 시민을 위해 집을 짓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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