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배 국가유산청 유산정책국장 겸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준비기획단장
유네스코는 세계 교육과 과학, 문화, 교류를 위해 설립한 유엔의 전문기구다. 그중에서도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 등 세계 유산과 관련한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가 있다.
현재 위원국은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에 있는 21개 국가로, 세계유산 등재 유산 심의 결정과 기금 사용 승인, 위험에 처한 유산 선정, 보호 관리에 대한 정책 결정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매년 한 차례 개최하는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과 관련한 최대의 국제행사로, 올해 제48차 개최지는 대한민국 부산광역시다. 세계위원회가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건 처음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국가유산청과 공동으로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개최의 의미와 방향, 향후 계획 등을 담은 기획 연재를 마련했다.
기획 연재는 국가유산청 유산정책국장인 이길배<사진>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준비기획단장이 직접 쓰고, 중도일보가 보도하는 것으로, 7월 세계유산위원회 성공 개최에 작은 힘을 보태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세계유산 등재기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복합유산 등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절차는 운영지침에 상세히 규정돼 있다. 등재 기준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와 진정성(Authenticity), 완전성(Integrity)이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세계유산협약이행 운영지침 77~78조)
탁월한 보편적 가치는 국경을 초월할 만큼 독보적이며, 현재와 미래세대의 전 인류에게 공통으로 중요한 문화 또는 자연적 중요성을 의미한다. 세계유산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아래 10가지 기준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된다. 모두 충족할 필요는 없다.
월경유산인 무스카우어 공원.무스카우어 공원은 폴란드와 독일 국경 지역을 가로질러 흐르는 나이세 강 주변 559.9㏊에 달하는 지역, 저자: Hedwig Storch - 자작,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21121721
우선 문화유산 등재기준에 필요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 중 첫 번째는 인간의 창의성으로 빚어진 걸작을 대표해야 한다. 두 번째는 오랜 세월에 걸치거나 세계의 일정 문화권 내에서 건축이나 기술 발전, 기념물 제작, 도시 계획이나 조경 디자인에 있어 인간 가치의 중요한 교환을 반영해야 한다.
이어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독보적 또는 적어도 특출한 증거이어야 하며, 인류 역사에 있어 중요 단계를 예증하는 건물, 건축이나 기술의 총체, 경관 유형의 대표적 사례여야 한다.
또 번복할 수 없는 변화의 영향으로 취약해졌을 때 환경이나 인간의 상호 작용이나 문화를 대변하는 전통적 정주지나 육지·바다의 사용을 예증하는 대표 사례, 그리고 사건이나 실존하는 전통, 사상이나 신조, 보편적 중요성이 탁월한 예술 또는 문학작품과 연관돼야 한다.
자연유산 등재기준에 필요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는 먼저 최상의 자연현상이나 뛰어난 자연미와 미학적 중요성을 지닌 지역을 포함해야 한다. 또 생명의 기록이나, 지형 발전상의 지질학적 주요 진행과정, 지형학이나 자연지리학 측면의 중요 특징을 포함해 지구 역사상 주요단계를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여야 한다.
이어 육상, 민물, 해안 또는 해양 생태계와 동·식물 군락의 진화와 발전에 있어 생태학적, 생물학적 주요 진행 과정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이고, 과학이나 보존 관점에서 볼 때 보편적 가치가 탁월하고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포함한 생물학적 다양성의 현장 보존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의미가 큰 자연 서식지를 포괄해야 한다.
복합유산인 페루의 마추픽추. 출처=유네스코
복합유산의 경우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동시에 지녀야 한다. 복합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등재기준 중 1개 이상씩 충족해야 한다.
2026년 5월 현재 세계적으로 1248건의 세계유산이 등재돼 있고, 972개 문화유산과 235개 자연유산, 41개 복합유산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는 아직 복합유산은 없다.
▲진정성(세계유산협약이행 운영지침 79~86조)
등재기준의 첫 번째인 '인간의 창의성으로 빚어진 대표적인 걸작'과 여섯 번째인 '사건이나 실존하는 전통, 사상이나 신조, 보편적 중요성이 탁월한 예술 또는 문학작품과 연관될 것'을 근거로 등재를 신청하는 유산은 진정성을 충족해야 한다.
형태와 디자인, 재료와 물질, 용도와 기능, 전통과 기법, 관리체계, 위치와 주변환경, 언어와 다른 형태의 무형유산, 정신과 감정, 다른 내부와 외부 요소 등의 속성을 통해 문화적 가치를 진실하고 신뢰할 수 있게 표현했다면 진정성 조건을 충족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완전성(세계유산협약이행 운영지침 87~95조)
세계유산목록 등재를 신청한 모든 유산은 완전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완전성은 자연유산 또는 문화유산과 그 속성들의 완전함(wholeness)과 온전함(intactness)을 가늠하는 척도다.
완전성의 조건을 검토할 때에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표현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의 포함 정도, 유산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특징과 과정을 완전하게 나타낼 만한 적정한 규모, 개발 또는 방치로 인한 부정적 영향의 정도 등을 평가한다.
복합유산인 과테말라의 티갈 국립공원. 출처=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세계유산협약이행 위한 운영지침 62~76조에 따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정식으로 등재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가 세계유산 잠정목록이다. 일종의 세계유산 예비후보라 할 수 있다. 여러 지자체의 단체장들이 자기 지역 문화유산 자연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공약을 내걸지만, 실제론 잠정목록에조차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잠정목록 제도는 세계유산협약에만 유일하게 있는 제도로, 세계유산 목록처럼 위원회 결정으로 등재되는 것이 아니라 사무국인 세계유산센터를 통해 위원회에 보고하는 것만으로 목록에 오를 수 있다.
당사국들은 예비평가 신청서를 사무국에 제출해 자문기구 검토를 받기 전 최소 2주 전에 잠정목록을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해야 한다. 당사국들은 적어도 10년마다 잠정목록을 재심사해서 다시 제출해야 한다.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되면 해당 유산은 당사국의 잠정목록에서 삭제된다.
이길배 국가유산청 유산정책국장 겸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준비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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