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현대 영화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작가로 꼽히는 알베르 세라 감독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고독의 오후’(Afternoons of Solitude)가 오는 6월 3일 국내 개봉을 확정하고 1차 포스터를 공개했다. 이 작품은 2024년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최고상인 황금조개상을 수상한 데 이어, 프랑스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가 선정한 2025년 ‘올해의 영화’ 1위에 오르며 국제 비평계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고독의 오후’는 현대 투우계의 거물로 꼽히는 세계적인 투우사 안드레스 로카 레이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의상을 갖춰 입는 준비 과정부터 투우 경기 직후의 고요한 침묵에 이르기까지, 투우사의 하루와 투우장의 시간을 인터뷰나 해설 없이 이미지와 사운드만으로 밀착 포착한다. 인간과 동물,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폭력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카메라는 담담하지만 집요하게 응시하며, 관객을 투우라는 오래된 의식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인다.
유럽 영화 매체 시네유로파(Cineuropa)는 이 작품을 “대담하고 매우 독창적인 영화”라고 평가하며, 이미지 자체를 통해 강렬한 감각과 분위기를 구축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미국 매체 더 뉴요커(The New Yorker) 역시 투우의 화려함과 폭력성이 공존하는 찰나들을 강렬하게 포착했다고 호평했다. 국내에서는 유운성 영화평론가가 “열정의 궁극적 상태라 할 냉담함으로 죽음의 무대에서 춤추는 위험천만한 박력의 걸작”이라고 평했고, 전주국제영화제 문선경 프로그래머는 “인간과 동물의 숨소리가 죽음을 향한 결투의 사운드가 되는 잔인하면서도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출을 맡은 알베르 세라는 2006년 데뷔작 ‘기사에게 경배를’(Honour of the Knights)을 시작으로,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을 수상한 ‘내 죽음의 이야기’, 장 비고상을 받은 ‘루이14세의 죽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특별심사위원상 수상작 ‘리베르테’, 칸 경쟁부문에 진출한 ‘퍼시픽션’ 등을 통해 동시대 가장 세련되고 독창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미지와 시간, 감각을 전면에 내세운 그의 영화 세계는 도큐멘타(documenta), 베니스 비엔날레 등 권위 있는 전시 현장으로도 확장돼, 영화·설치·퍼포먼스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주목받아왔다.
‘고독의 오후’는 세라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장편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내러티브 중심의 전통적 영화 문법을 해체해온 그가, 극영화에서 구축해온 미학을 현실 세계로 확장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투우복과 정교한 몸짓, 원초적 의식의 폭력성이 한 프레임 안에서 공존하며,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형식을 넘어서는 강렬한 영화적 체험을 제공한다. 무주산골영화제는 이 작품을 “빛과 어둠을 조율하여 회화적이고 탐미적인 세계를 구축해온 알베르 세라 특유의 영상 언어로 투우라는 오래된 의식을 현대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국제 영화 매체들도 투우사의 삶을 응시하는 카메라의 태도에 주목했다. 버라이어티(Variety)는 “부조리한 아름다움과 노골적인 유혈이 공존하는 투우사의 삶을 응시한다”고 평했고, 스크린 데일리(Screen Daily)는 “세라의 영화는 단지 피와 모래에 관한 것이 아니라, 땀과 공포, 그리고 고통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시네유로파는 “몽환적이고 서사적인 톤 속에서 투우의 세계와 투우사의 진실, 그리고 그의 고독 안으로 관객을 이끄는 최면적이고 감각적인 몰입”을 강조했다.
영화는 세계적인 투우 스타 안드레스 로카 레이의 초상을 통해, 전통에 대한 존중과 미학적 도전으로서 황소와 마주하는 위험을 개인적 의무로 받아들이는 투우사의 내면을 성찰하게 한다. 관객은 경기장의 환호와 피비린내, 준비실의 정적과 사적인 순간들을 따라가며, 투우라는 의식이 품고 있는 윤리적·미학적 긴장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러닝타임 126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고독의 오후’는 수입·배급사 필름다빈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다. 세라의 작품이 국내에서 정식 개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간 칸·로카르노·산세바스티안 등 주요 영화제를 통해 작품을 접해온 cinephile들 사이에서는 개봉 소식만으로도 기대가 높다.
정식 개봉에 앞서 다양한 특별 상영과 관객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오는 5월 16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개봉 전 특별 상영이 열리며, 유운성 영화평론가의 강연과 함께 세라의 2020년대 주요작 ‘퍼시픽션’과 ‘고독의 오후’를 연속 상영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감독의 영화 세계와 미학적 특징을 보다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는 자리로, 국내 관객에게 세라의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소개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카이에 뒤 시네마 선정 올해의 영화 1위,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황금조개상 수상 등 세계 영화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은 알베르 세라 감독의 ‘고독의 오후’는 오는 6월 3일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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