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오랜 논의 끝에 내놓은 5세대 실손보험이 큰 환영을 받진 못하는 모습이다. 보험사 중 해당 상품을 아직 출시하지 않은 곳들이 적지 않다.
보험사들이 상품 판매를 마다하는 이유 중에는 계약서비스마진(CSM)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 기존 실손 대비 보험료 자체가 낮은 데다 할인 지원도 예정돼 있어서다.
소비자로서도 이점이 낮다고 느낄 수 있다. 보험료는 줄지만 비중증 보장 축소로 중증 환자가 아닌 이상 자부담이 증가해 기존 실손 매력을 떨어뜨리는 측면이 없지 않다.
보험사 37개사 중 16개사 판매 개시
지난 6일 5세대 실손보험 판매가 공식화된 가운데 출시를 밝힌 보험사는 생명보험사 7곳과 손해보험사 9곳 등 총 16개사에 그친다.
생보사 중엔 한화생명, 삼성생명, 흥국생명, 교보생명, DB생명, 동양생명, 농협생명이 해당되며 손보사는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농협손해보험이다.
생명보험협회 정회원 기준 생보사가 20개, 손해보험협회 정회원 손보사가 17개사인 점을 감안하면 도입 비율은 아직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신한EZ보험은 내달 1일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출시 일정도 밝히지 않은 곳이 더 많다.
보험료 인상 요인 줄였지만 낮은 보험료 변수
금융당국은 5세대 실손보험 도입이 보험사 손해율에 긍정적이라는 시각이다. 5세대 실손보험은 보험금 청구가 잦은 도수치료 등 비중증 비급여 보장이 되지 않아 보험료 인상 요인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다만 보험업계로선 5세대 실손이 수익성 지표인 CSM에 미칠 부정적인 가능성이 부담이다. CSM은 앞선 1-2세대나 4세대보다 저렴해서다. 5세대 실손은 4세대 대비 약 30%, 1-2세대 상품보단 50% 이상 보험료가 낮다.
특히 초기 가입자인 1-2세대에겐 별도 지원이 제공된다는 점도 변수다. 이들은 오는 11월부터 기존 실손을 유지하되 불필요한 보장을 제외하는 경우 보험료 할인 특약을 제공 받거나 5세대 실손 전환 시 일정 기간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5세대 실손 보장 범위를 감안하면 보험료 할인 폭에 비해 보험금 지급 금액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암·뇌혈관 등 중증 비급여는 한도 5000만원에 자기부담률 30%라는 현행 수준이 유지되지만 비중증 비급여는 자기부담률이 30%에서 50%로 늘어나서다.
실효성 낮아지는 실손…사보험 보완 필요성 커져
이를 감안하면 보험사 부담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보험설계사로서도 5세대 실손을 실제 고객들에게 권유하기에는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었다. 보험 상품 판매자인 동시에 소비자 개인인 입장에서 보장 범위 축소가 아쉬운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중증 환자들은 크게 달라지는 게 없지만 비중증 자부담이 문제인 것”이라며 “갈아타자고 권유를 하기에 조심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4세대까지는 그래도 1-3세대 보험료가 많이 비싸니까 병원을 많이 가지 않으면 4세대로 전환할지 얘기했는데 비급여에서 빠져있는 게 몇 개 되지 않아서였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보험료 수준이 과도하거나 병원에 많이 가는 게 아니라면 5세대 실손이 유리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임신·출산과 발달장애 관련 급여 의료비가 새로 보장에 포함된 점도 고려 요소다. 다만 실손만으로 부족한 보장을 종합 건강보험 등으로 보완해 줄 필요성이 이전보다 커졌다. 이는 실비를 보장하는 실손 메리트는 5세대에 와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방증이다.
이 관계자는 “실비에서 받아가는 게 너무 없다 보니 실제로 수술비나 치료비 지원 등을 위해 종합보험을 가입하게 됐다”라며 “종합보험이 잘 돼 있으면 사실 실비는 이제 필요가 없을 정도”라며 “실손은 실효성이 지금 거의 없다고 본다. 결국 실비가 줄어드니 종합보험에 대한 필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사보험이 없으면 병원 치료를 못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솔직히 들기도 한다”라며 “이전에는 질병으로 인해 비급여 치료를 받으면 그래도 30%라도 공제하고 선택해서 했는데 비중증으로 들어가 버리면 본인 부담금이 50%라 부담이 커졌다. 중증이 아니어도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사보험이 없으면 돈이 많이 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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