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Glory | 매기 강 감독 화보와 인터뷰 | 마리끌레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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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Glory | 매기 강 감독 화보와 인터뷰 | 마리끌레르 코리아

마리끌레르 2026-05-12 09: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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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강 감독이 오스카 트로피를 쥔 보름 뒤, 가장 빛나는 순간에 만나 실패에 대해 이야기했다.

매기강 MaggieKang 케데헌 케이팝데몬헌터스 오스카 KPopDemonHunters Oscars
매기강 MaggieKang 케데헌 케이팝데몬헌터스 오스카 KPopDemonHunters Oscars

보름 전, 한국 최초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한 감독이 됐다. 8년 전 이 작품의 첫걸음을 떼던 당시 지금의 순간을 상상해본 적 있나?

전혀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이런 순간을 하나의 목표처럼 두고 일해왔으니까. 최선을 다해 영화를 만들다보면 어쩌면 오스카까지 닿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던 것 같다.

한데 아카데미상 후보작 발표 당시 개인 SNS 계정에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이 작품을 만들어온 과정 자체가 감독에게는 이미 하나의 상이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수상에 대해 기대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정리하는 느낌도 받았다.

오스카를 목표로 9개월 정도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만큼 많은 준비를 하고, 여러 가지 일을 감당해야 하는 시간이었는데, 무엇보다 힘든 여정을 함께한 팀원들, 나 자신, 그리고 응원해주는 한국의 많은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컸다. 기대를 조금 덜어내고 싶었던 것 같다. 너무 큰 기대를 갖게 되면, 그만큼 실망도 커질 수 있으니까. 이 작품으로 이미 많은 상을 받았고, 설령 마지막 큰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이 영화를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아시아인 여성 감독으로서 이런 자리에 서는 것이 얼마나 드문 일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성취라고 생각했다.

매기강 MaggieKang 케데헌 케이팝데몬헌터스 오스카 KPopDemonHunters Oscars
드레스 LE JE.
매기강 MaggieKang 케데헌 케이팝데몬헌터스 오스카 KPopDemonHunters Oscars
드레스 Jiyong Kim, 이어링과 브레이슬릿, 링 모두 1064 studio.
매기강 MaggieKang 케데헌 케이팝데몬헌터스 오스카 KPopDemonHunters Oscars

서구권에서 활동하며 큰 상을 받은 분들이, 그럼에도 여전히 소수자의 감각을 쉽게 내려놓기 어렵다고 하시더라.

맞다. 앞으로도 계속 싸워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이 작품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해도, 아시아인의 이야기가 더 많이 만들어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보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여전히 쉽지 않은 길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와 닮은 사람들이 주인공인 영화가 나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미안하다. 이제 다음 세대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이 상을 한국과 전 세계 모든 한국인에게 바친다.” 이 수상 소감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뜨거운 찬사를 보냈다. 어떤 마음에 서 한 말인가?

오스카에 노미네이트된 이후, 시상식 한 달 전쯤 오스카 런치 자리가 있었다. 후보에 오른 분들이 모두 모여 인사를 나누고 사진도 찍는 자리인데, 그때 “수상 소감에는 45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감사를 전할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을 테니 조금 더 임팩트 있는 말을 준비하라”라는 조언을 들었다. 나 역시 몇 달 전부터 소감을 글로 써뒀었는데, 시간이 흐르며 그 내용이 계속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소감을 정리하게 된 건 투어를 하며 만난 관객들 덕분이었다. 특히 나와 비슷한 또래의,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분들을 많이 만났다. 어떤 분은 이민을 왔거나 해외에서 태어나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건 알지만, 한국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한데 아이를 낳고 아이가 이 영화를 보면서 ‘한국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말하는 걸 듣고 비로소 자신도 그 마음을 따라가게 됐다고 하더라. 그런 이야기를 여러 차례 거듭 들으면서 이 영화가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한국인, 디아스포라에게도 어떤 연결감과 소속감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런 마음을 담아 하게 된 이야기다.

한복 차림의 무용수가 등장하고, 두 명의 소리꾼이 한국어 가사로 판소리를 열창하는 와중에 응원봉을 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에마 스톤의 얼굴이 비치는데, 그 광경이 굉장히 생경하고, 동시에 감격스러웠다.

처음 오스카 쪽에서 ‘골든’ 공연만 제안했었다. 근데 나는 그 자리에서는 보다 한국적인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글로벌 무대인 만큼 한국 문화를 제대로 보여주는 게 더 큰 의미가 있을 거라 판단해 완성한 무대다. 이 작품의 뿌리와 중심, 오리지널을 보여주고 이후 확장된 버전(‘골든’)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봤다. 짧은 시간 안에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무대를 구성해 섭외까지 해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큰 의미를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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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Jaden Cho.

가장 빛나는 순간, 실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시작을 떠올리려면 무려 8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기나긴 여정 중에 위기라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

영화가 완성되기 1년 전쯤이었다. 그때 제작 환경이 한번 크게 바뀌면서 굉장히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고, 어쩌면 이 영화가 아예 세상에 나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애니메이션도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였지만, 그 단계에서도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경우를 실제로 많이 봤기 때문이다. 피드백을 받아가며 계속 수정해나갔지만, 어느 순간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과 함께 작업 결과물을 보는데 스스로도 확신이 들지 않더라. ‘이건 우리가 만들던 영화가 아닌데’라 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크리스 감독과 흥행이나 결과를 떠나서, 설령 실패하더라도 우리가 진짜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자고 마음을 새롭게 고쳐먹었다. 처음으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영화를 다시 고쳤다. 그렇게 다시 만들었는데 그 버전을 스튜디오도 납득하면서 우리 또한 만족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여러 의견을 현명하게 조정하는 것 역시 감독의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사실 그게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결국 협상의 기술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너무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다 보면 감독으로서 지켜가야 할 비전이 흐려질 수 있으니까. 이 작품의 코어는 분명했다. 한국의 이야기와 문화를 담는다는 점, 그리고 또 하나는 이 작품이 본질적으로 그렇게 무겁기만 한, 진지한 톤의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히려 코미디 요소와 가벼운 리듬이 함께 살아야 하는 컨셉트였는데, 어느 시점에서는 영화가 너무 진지한 방향으로 기울면서 재미가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다시 코미디를 살리고, 톤을 조금 더 가볍게 조정하면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찾아가려고 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무엇을 믿고자 했나.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들던 순간은 없었나?

의심이 없을 수는 없다. 다행히 영화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결국 사람들과 의견을 모으고, 부딪히는 과정에서 완성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피드백을 받는 건 필수인데, 특히 듣기 싫은 말일수록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더라. 비판적인 의견에 감정적으로 휘둘리거나 그 의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려 했다. 이 사람이 왜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설명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감정이 생긴 이유를 생각해보는 거다. 단지 그 의견대로 바꾸기보다는 그 피드백이 나온 이유와 배경을 이해하고 ‘이 지점을 어떻게 풀면 그 생각이 사라질까’를 고민했다. 그러면 단순히 의견을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다.

지금까지 아쉬움이 남는 선택도 있었나?

후회라기보다는 감독으로서 처음 겪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어떤 감독인지조차 잘 몰랐던 시기가 있었다. 처음에는 경험이 없다 보니, 좋아하는 감독들의 방식을 따라 해보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받으면서 조금씩 조정해나갔고, 결국 나 나름의 스타일을 찾아가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나는 어떤 감독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자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간이었고, 그게 가장 어렵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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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과 스커트 Jaybaek Couture, 이어링과 브레이슬릿, 링 모두 Minet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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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정을 지나며 개인적으로 느끼는 ‘성취’의 의미도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많은 사람이 이번 결과를 두고 큰 성취라고 이야기하는데, 정작 본인에게는 이 말이 어떻게 다가오는가?

이 영화가 큰 성취라는 건 나 역시 느낀다. 그렇다고 쉬워지지는 않는 것 같다. 늘 여전히 어렵고, 결국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는 무엇보다 스스로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크다. 더 중요한 건 앞으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더 뛰어난 작품을 만들고 싶고, 계속 많은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 압박도 물론 느끼지만, 그건 외부에서 오는 것이라기보다 스스로 느끼는 압박이 훨씬 크다. 주변에서 아무리 기대가 크고 그 때문에 프레셔를 받는다 해도, 내가 나 자신에게 들이대는 기준이 그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나는 더 할 수 있는데, 왜 이 정도에 머물렀지?’라는 질문이 내게는 가장 크게 작용한다. 모든 사람을 100%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중요한 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가, 내가 만족하는가다. 그게 내 성취의 기준이다.

한데 이런 자신감을 갖기란 쉽지 않다. 스스로의 기준과 판단을 신뢰하는 일에는 크고 작은 방해 요소가 산재한다.

어디서 비롯된 건지는 모르지만, 삶의 많은 순간 앞에서 내 기준과 감각을 따라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자 했다. 물론 쉽지 않은 시간도 많았다. 그래도 이번 영화만큼은 더 분명했던 것 같다. 이런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닌 걸 알기에 후회하지 않도록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이 아이디어가 나는 좋은데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고민도 물론 있었지만, 그런 걱정 때문에 스스로를 제한하고 한계를 두고 싶지는 않았다. 차라리 원하는 대로 100% 해보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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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떠나 이 인터뷰를 읽는 많은 20, 30대 여성이 감독의 사고방식과 태도를 닮고 싶다고 느낄 것 같다.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더 해주고 싶나?

나 역시 자기 확신을 갖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나 역시 실패하지 않은 건 아니다. 어려운 시간도 많이 겪었다. 그래도 늘 후회 없이 해보자는 마음으로 선택해왔다. 그 태도만 지켜도 많은 것이 자연스럽게 풀린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잘 안 됐을 때도, ‘이게 안 됐다’로 끝내는 게 아니라 ‘그러면 다른 게 열리겠지’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실패를 실패로만 보지 않으려 한다. 그 안에서 배우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계기로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할 것 같다. 나 역시 지금도 늘 새롭게 마음먹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눈앞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다음 작품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솔직히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첫 작업은 몰랐기에 무작정 뛰어들었다면 이제는 이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된 상황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 번 겪어봤기에 더 잘 알지만 그렇기에 겁이 나는 상태다.

이 소란함을 뒤로하고 이제 감독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감독을 다시 책상 앞에 앉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좋아하는 마음이겠지. 지금 이렇게 투어하고 많은 관객을 만나 는 자리도 물론 재미있지만, 이제 다시 작품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1편을 마치고 너무 지쳐서 도저히 다음 작업을 못 할 것 같다는 마음도 들었는데, 이제는 빨리 다시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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