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목의 경영전략] 성공할수록 왜 더 두렵고 외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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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목의 경영전략] 성공할수록 왜 더 두렵고 외로울까?

소비자경제신문 2026-05-12 08:55: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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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목 작가
최송목 작가

[소비자경제] 최송목 작가 = 수년 전, 필자의 책을 읽은 한 중소기업 사장으로부터 상담 요청이 왔다. 직원 10명 남짓한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였는데, 매출은 꾸준했고 무엇보다 이익률이 놀라울 만큼 높았다. 겉으로 보기엔 더 바랄 것이 없는 이상적인 경영 상태였지만, 정작 마주 앉은 그의 눈빛에는 깊은 그늘이 서려 있었다.

“뭔지 모르지만 불안합니다. 모든 게 잘되고 있는데, 이제 제가 뭘 해야 할까요?”

우리는 흔히 불안과 두려움이 일이 안 풀릴 때 생기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실패의 그림자나 위기의 전조처럼 여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오히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을 때,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이 마음 한편으로 자리 잡는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은 건 아닐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성과의 꼭대기에서 발밑을 흔든다. 높이 올라갈수록 추락의 공포는 비례해서 커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심리는 경영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알파인 스키의 미카엘라 시프린, 체조의 시몬 바일스 등 각 종목의 역사를 새로 쓴 ‘여제’들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세계 최정상에 선 이들이 싸워야 했던 가장 무서운 상대는 경쟁 선수가 아니라 자기 안의 ‘두려움’이었다. 바일스는 도쿄 올림픽에서 극도의 압박 속에 공중 감각을 잃는 ‘트위스티즈(Twisties)’를 겪었고, 시프린 역시 실패에 대한 악몽을 경험했다. 기록과 명성은 정점에 달했으나, 그 이면의 마음은 매 순간 벼랑 끝을 걷는 위태로움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주목할 점은 두 사람 모두 그 고독한 시간을 혼자서만 버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시프린이 먼저 바일스에게 손을 내밀었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바일스가 시프린을 위로하며 연대했다. 정상의 무게를 온전히 이해해 줄 사람은 드물다. 같은 높이의 공기를 마셔본 사람만이 서로의 숨 가쁨을 알아챌 수 있다. 기업의 리더도 마찬가지다. 사장은 직원들과 한 배를 타고 있지만, 최종 결정의 책임은 오롯이 혼자다. 성과가 높아질수록 박수 소리는 커지지만, 진심을 나눌 대화 상대는 줄어드는 법이다.

우리는 늘 “어떻게 정상에 오를 것인가”만 묻고 답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리더에게 더 중요한 질문은 “정상에서 어떻게 두려움을 다스릴 것인가”이다. 두려움이 찾아오는 것은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다. 그만큼 지켜야 할 가치들이 많아졌다는 증거다. 고독을 느낀다는 것은 이미 당신이 그 높은 자리까지 올라섰다는 하나의 징표이기도 하다.

손자병법 군쟁편(軍爭)에서는 "병사들을 잘 다스리면서 상대가 혼란하기를 기다리고, 조용히 적의 동요를 노린다(이치대란 이정대화, 以治待亂 以靜待譁)"는 말이 나온다. 흔히 상대 진영의 혼란을 기다리는 전략으로 풀이되지만, 오늘날에는 리더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 ‘치심(治心)’의 원리로도 읽힌다. 싸움의 양상만 달라졌을 뿐, 리더가 느끼는 고뇌의 무게는 다르지 않다. 

오늘날 리더가 상대해야 할 적은 경쟁자만이 아니다. 예측 불허의 환경, 그리고 그 속에서 커지는 자기 내부의 불안이다.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것이 '지피(知彼)'라면, 흔들리는 내면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은 '지기(知己)'다. 성공의 정점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소란함(譁)을 깊고 고요한 성찰(靜)로 잠재울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오래 버티는 사람은 탁월함에 더하여, 외부의 혼란과 내부의 불안 속에서도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다.

정상의 자리는 예외 없이 고독하며, 불안 또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주어진 고독 속에서도 자신과 비슷한 공기를 마시는 이들과 기꺼이 마음의 곁을 나누는 지혜가 필요하다. 성공을 만드는 것은 탁월한 능력이지만, 그 성공을 끝까지 지켜내는 힘은 결국 자신을 다스리는 부단한 성찰이다.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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