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아, 형이다.
기자님이 우리 어릴 적 이야기를 물어보시는데, 생각해보니 우리가 같이 보낸 시간이 참 없더라. 형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야구부가 있는 학교에 다니느라 정신없었고, 그 뒤론 줄곧 숙소 생활만 했으니까. 남들처럼 애틋한 추억 하나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각자 야구만 하며 큰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든다. 그래도 형 야구하는 게 멋있어 보여서 야구를 시작했다는 네 말을 전해 들으니 쑥스러우면서도 기분은 좋네.
네가 프로에 지명됐을 때, 형은 내심 정말 기뻤어. 2024년 가을야구에서 보여준 모습은 정말 대견하고 멋있었지. 아쉽게 너가 1군에서 뛴지 오래되지는 않았고, 이후엔 군대에 부상과 수술로 마음고생을 하면서 우리가 1군에서 본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볼 때마다 뿌듯했던 건 사실이야. 조만간 또 볼 날을 기다리고 있어.
이제 수술도 잘 마쳤고 군대도 다녀왔으니, 정말 ‘네 야구’를 보여줄 일만 남았다. 건강하게 돌아와서 팀에 너가 필요했다는 걸 멋지게 증명했으면 하는 바람이야. 하지만 여기서 또 예전처럼 아프고 그 자리에서 멤돌면 분명 또 누군가가 튀어나와서 그 자리를 차지하겠지.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네가 왜 필요한지, 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수밖에 없어. 아프지 않는 게 첫 번째고, 그다음은 네 자리를 확실히 꿰차는 거다.
가끔 상상해본다. 우리 형제가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 각자의 팀을 위해 던지는 모습 말이야. 사실 가을야구에서 만난다는 게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거 우리 둘 다 잘 알지. 그래도 꿈은 꿀 수 있는 거니까. 시즌 중에 우리가 같은 날 던지면 팬들도 즐거워하고 형도 신기하긴 하더라. 그 모습이 가을야구, 한국시리즈에서도 나왔으면 좋겠다.
무신아, 올해는 부상 털어내고 제대로 된 시즌을 만들어보자. 형도 우리 팀의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고 뒤에서 잘 받쳐서 팀이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다. 마운드에서 건강하게, 그리고 더 당당하게 던지는 네 모습을 기대한다.
조만간 1군 경기장에서 보자.
형 범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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