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청사에서 12일(현지시간) 한미 국방장관 간 회담이 개최됐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후 약 6개월 만에 성사된 고위급 대면 협의다.
회담 서두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대이란 군사작전 '장대한 분노'(Epic Fury)를 거론하며 동맹의 결속력을 강조했다. 그는 "파트너 국가들이 미국과 보조를 맞춰주길 기대한다"고 협력을 요청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의 국방예산 확대 공약과 한반도 방어 주도권 확보 의지를 "매우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하면서, 실질적 부담 공유야말로 역내 적대세력 억제와 동맹 복원력 강화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답변 발언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세우는 '힘을 통한 평화' 원칙과 '전사 정신' 기반 군 역량 강화에 호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방비 증액 등을 통해 핵심 방위역량을 구축하고, 한국 주도의 반도 안보 체계를 완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어려운 국면에서도 흔들림 없는 신뢰로 유지돼 온 한미동맹은 앞으로도 긴밀한 공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회담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이양 일정, 핵추진잠수함 공동 건조, 호르무즈 해협 항행 안전 기여 방안 등 민감 현안이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권 전환 시점을 놓고 양측 간 인식 차이가 드러난 상태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2029년 1분기를 목표로 언급한 반면, 이재명 정부는 임기 내 전환을 위해 2028년을 검토 중이다.
작년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핵추진잠수함 건조 협력도 쿠팡 관련 통상 갈등 여파로 후속 논의가 지체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HMM 나무호가 미상 비행체 공격으로 화재 피해를 입은 사안 역시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청와대는 이 공격을 강력 규탄하며 국제사회의 해상 안전 보장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통항 재개를 위한 각국 기여를 거듭 촉구해왔다.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 제한 문제도 테이블에 올랐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방미 목적에 대해 "한미정상회담 및 SCM 합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고위급 직접 대화 채널을 가동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7월 취임한 안 장관이 미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헤그세스 장관과의 면담에 이어 미 해군장관 대행, 상원 군사위원장 등과 연쇄 회동을 갖는다.
12~13일 워싱턴에서는 차관보급 협의체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도 예정돼 있어, 장관의 별도 방문이 현안 이견 조율 필요성을 반영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안 장관은 현지시간 오전 9시32분께 펜타곤에 도착해 헤그세스 장관의 영접을 받았다. 의장대 사열과 양국 국가 연주 등 공식 환영 행사를 거쳐 회담이 시작됐다. 미국 측에서는 엘브리지 콜비 정책차관, 존 노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리키 부리아 비서실장, 크리스토퍼 마호니 합참 부의장이 배석했고, 한국 측에서는 강경화 주미대사, 윤형진 주미국방무관(준장), 김홍철 정책실장, 정빛나 대변인, 이광석 국제정책관이 참석했다.
회담장 벽면에는 지난해 판문점에서 두 장관이 악수하는 사진이 걸렸고, 테이블 위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새겨진 쿠키가 놓여 양국 우호를 상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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