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 오르반 퇴장에 수개월 교착 이스라엘 제재 길 열려
이스라엘 강력 반발 "근거 없는 자의적, 정치적 방식"
(브뤼셀·카이로=연합뉴스) 현윤경 김상훈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이스라엘 정착민을 제재하는 데 합의했다.
EU는 11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외무이사회에서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활동을 주도한 이스라엘 정착민과 관련 단체들을 제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가 작년 9월 제안한 서안 정착민들에 대한 제재안은 그동안 친이스라엘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이끌던 헝가리의 유일한 반대에 가로막혀 통과되지 못했으나, EU에 협조를 공언한 머저르 페테르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 새 정부의 입장 변경에 따라 수개월의 교착에 종지부를 찍었다.
다만, 당초 제재 명단에 포함됐던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 등 이스라엘 극우 각료 2명은 회원국의 폭넓은 지지 확보를 위해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의 초강경 우파 정부는 EU의 제재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엑스(X)에 "유럽연합이 아무런 근거 없이, 단지 정치적 견해만을 이유로 이스라엘 시민과 단체에 제재를 부과하는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방식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은 조국의 심장부에 유대인이 정착할 권리를 지켜왔으며,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 권리를 계속해서 옹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정착민에 대한 제재를 자국민에 대한 '정치적 공격'으로 규정함에 따라, 향후 EU와의 관계 설정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EU의 제재 결정은 요르단강 서안 내 유대인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 벌이는 폭력 행위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제사회는 서안 내 정착촌 건설을 국제법상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현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정당한 권리로 보고 적극 지원하고 있다.
서안에서는 2023년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 정착민이 연루된 치명적인 폭력 사태가 거의 매일같이 이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당국과 유엔은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이 시작된 후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겨눈 정착민들의 공격 강도와 빈도가 눈에 띄게 늘며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U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도적 위기의 책임을 물어 이스라엘과의 무역 관계 축소도 추진하고 있으나 이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회원국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EU 회원국 상당수 국가들은 서안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도 모색하고 있다.
한편, EU는 이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주요 인사들에 대한 제재에도 합의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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