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5일부터 나흘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화랑미술제 수원’이 열린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단순한 지역 전시를 넘어 수원이 경기 남부 문화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흐름이라 생각한다.
화랑미술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아트페어다. 44년의 전통을 이어오며 한국 미술시장의 흐름을 이끌어 왔고 규모 면에서도 전국에서 손꼽히는 대표적인 미술 행사로 평가받는다. 오랫동안 서울 중심으로 인식되던 이러한 대형 미술제가 수원에서 세 번째 개최된다는 사실은 단순한 장소의 이동이 아니다.
이는 문화의 중심축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이자 경기 남부권 시민의 문화적 수요와 도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도시의 성장은 흔히 인구와 산업, 경제 규모로 설명된다. 물론 그것은 도시 발전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의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또 하나의 축, 즉 문화의 축이 필요하다.
문화는 도시의 품격을 만들고 시민의 삶의 질을 결정하며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세계의 주요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미술관과 공연장, 국제 문화행사를 유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가 도시의 몸을 만든다면 문화는 도시의 정신을 완성한다.
수원은 광교신도시 개발 이후 빠르게 변화해 왔다. 행정과 산업, 주거 기능뿐 아니라 문화 인프라도 함께 성장했다.
특히 수원컨벤션센터는 경기 남부권의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 자리 잡으며 각종 전시와 행사, 국제회의를 품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화랑미술제 수원의 개최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지역 문화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기폭제가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시민은 수준 높은 현대미술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고 지역 작가와 문화산업 역시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예술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생각해보면 예술은 인간 사회에서 단순한 감상의 대상만은 아니었다. 철학자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인간 이성의 구조와 한계를 탐구했고 ‘실천이성비판’에서는 인간이 따라야 할 보편적 도덕법칙을 논했다. 그런데 그는 인간의 인식 영역과 도덕의 영역 사이에는 깊은 간극이 존재한다고 봤다.
그 간극은 심연이어서 서로 넘어갈 수 없다고 했다. 인간은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곧 선이 될 수는 없다. 여기에서 칸트는 그 사이를 이어주는 가교로 예술과 미적 판단의 영역을 제시했다. 칸트가 ‘판단력비판’에서 서술한 내용이다. 즉, 예술이 순수이성과 실천이성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사회를 돌아보면 인간의 이성은 과거 어느 시대보다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다. 과학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진보했고 정보와 지식은 넘쳐난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공동체적 가치와 타인에 대한 배려, 도덕적 책임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이러한 때일수록 예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예술은 사람의 감정을 흔들고 타인의 삶을 상상하게 하며 공감과 성찰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성과 도덕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힘, 그것이 예술이 가진 본질적 가치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원에서 열리는 화랑미술제는 단순한 미술시장의 행사를 넘어선다. 그것은 도시와 시민이 함께 문화적 감수성을 키워가는 과정이며 삶의 깊이를 더하는 공공의 장이 될 수 있다.
이번 화랑미술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돼 더 많은 시민이 예술을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문화 속에서 서로 연결되고 어우러지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또 수원이 경기 남부를 대표하는 문화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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