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이혼한 아내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피해자가 과거 여러 차례 가정폭력과 스토킹 피해로 스마트워치를 지급받고 가해자가 전자발찌까지 착용하는 등 국가의 보호조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비극을 막지 못했다. 위험 신호가 반복되고 공권력이 개입됐으나 친밀한 관계 속에서 발현되는 집착과 폭력의 굴레를 완전히 끊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가정폭력은 일반적인 폭력 사건과 달리 독특하고도 치명적인 위해성을 지닌다. 폭력이 발생하는 장소는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친밀한 관계’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보복에 대한 공포뿐만 아니라 경제적 의존성, 자녀 문제, 그리고 ‘집안일’로 치부되는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외부 도움을 요청하는 데 심리적 장벽이 있다. 피해 여성이 이혼 후 남은 짐을 챙기러 갔다가 참변을 당한 이번 사건처럼 관계의 단절을 시도하는 순간이 오히려 가장 위험하다. 이는 가정폭력이 피해자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임을 뜻한다.
인천의 상황 또한 이러한 전국적인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인천은 인구 대비 가정폭력 신고율이 전국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이는 시민이 폭력 민감도가 높고 공권력에 도움을 요청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지표로 볼 수 있으나 동시에 그만큼 많은 시민이 가정 내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높은 신고율에 비해 실제 사건이 형사 처벌로 이어지거나 피해자가 전문 지원기관으로 완벽히 연계되는 비율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다.
이에 대응해 인천은 보다 촘촘하고 실질적인 ‘인천형 피해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절된 지원체계를 하나로 묶는 통합적 대응이다. 상담소, 보호시설, 경찰, 법률지원 등을 초기 신고 단계부터 자립까지 ‘원스톱’으로 이어지는 광역단위 컨트롤타워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올해부터 추진되는 행정체제 개편 과정에서 지역 격차 없는 안전 인프라를 갖추도록 해야 하며 물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각지대에는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시설의 내실화도 빼놓을 수 없다. 인천은 현재 피해자들이 긴급히 몸을 피할 수 있는 가족보호시설이 부족하고 주거지원시설의 공급 또한 전국 평균에 못 미친다.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격리된 후에도 안정적으로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보호시설을 확충하고 전담변호사 지원제도 등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또 경찰과의 협력을 통해 재발 우려 가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하고 스마트워치 등 신변보호 대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가정폭력의 종식은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피해자가 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지지 기반이 돼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울산의 비극이 우리에게 던진 과제는 무겁다. 국가와 지역사회가 개입했음에도 발생한 틈새를 메우기 위해 인천은 더욱 세밀하고 강력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에서 눈물 흘리는 이가 없는 도시, 그것이 미래도시 인천이 지향해야 할 진정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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