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는 폭등, 가격은 제자리...페인트업계 중동전쟁 장기화에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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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는 폭등, 가격은 제자리...페인트업계 중동전쟁 장기화에 '진퇴양난'

아주경제 2026-05-11 17:57: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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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시장의 페인트업체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장의 페인트업체 [사진=연합뉴스]


국내 페인트 업계가 시름에 빠졌다. 중동 전쟁으로 인해 페인트의 4대 핵심 원료인 수지, 안료, 용제, 첨가제 중 용제와 수지의 기반이 되는 나프타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어서다. 원자재 가격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솟았지만, 건설업계와 상생을 위해 가격 인상을 포기하거나 축소하면서 수익성도 흔들리고 있다. 

11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나프타 가격은 배럴당 128.56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7%나 뛰어올랐다. 주요 원료를 전년보다 50% 이상 비싼 가격에 공급받는 상황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원가 압박 속에서도 국내 페인트 제조 4사(KCC·노루페인트·SP삼화·강남제비스코)는 가격 인상을 자제하거나 최소화하며 고통 분담에 나서고 있다. KCC는 도료 제품 가격을 10~40% 인상하려던 계획을 전면 철회했고, SP삼화는 최대 20%였던 인상률을 10% 수준으로 낮췄다. 노루페인트 역시 일부 제품을 인상 대상에서 제외하고 인상 폭을 대폭 줄였다. 강남제비스코도 전문건설업체와 협의해 인상 시점을 조정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중소 전문건설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페인트 업계에 원자재 가격 상승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KCC는 지난해 매출 6조4838억 원, 영업이익 427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6%, 9.2% 감소했다. 노루페인트 역시 매출액이 771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 줄었고, 영업이익은 302억 원으로 30% 이상 감소했다. SP삼화도 지난해 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통적인 도료 사업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환율·유가 변동성에 취약해지면서 페인트 기업들은 사업 다각화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KCC는 실리콘 사업을 기반으로 '뷰티 소재' 시장을 개척 중으로, 프랑스·중국·태국 등 글로벌 화장품 원료 전시회에 참가해 고기능성 화장품 원료를 선보이고 있다. 노루페인트는 이차전지 배터리 소재 13종을 비롯해 고부가가치 특수 도료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화페인트는 사명을 'SP삼화'로 바꾸고 페인트 제조사를 넘어 첨단 화학 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 침체와 원가 폭등이라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 신사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며 "다만 신사업이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분간은 원가 압박에 따른 경영난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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