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4일 HMM 중량화물선(MPV) 나무호가 자폭 드론으로 추정되는 미상 비행체에 타격을 입어 화재가 일어났다고 밝히면서 국내 기업들의 중동 지역 변압기 수출과 전후 EPC(설계·조달·시공) 수주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HMM 중량화물선 사업이 흔들림에 따라 코스코 등 중국 해운사가 반사 이익을 볼 가능성도 점쳐진다.
11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HMM 나무호는 1차 현장 조사를 마치고 앞으로 중동 현지에서 선박 수리에 집중한다.
미상 비행체에 의한 타격 부위 외판에는 폭 약 5m, 선체 내부로 깊이 약 7m 크기 파공이 발생했고 선체 내부 방향으로 굴곡됐다. 배 내부에도 대규모 화재가 일어나 기관실이 전소했다.
HMM 측은 "현지 조선소와 협의해 수리 일정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수리 비용과 기간이다. 현재 나무호 수리를 얼마나 해야 할지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배를 건조한 중국 CSSC 조선소 대신 두바이항에서 수리를 진행하는 만큼 수리에 상당한 추가 비용과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진수한 최신 중량화물선이 이탈한 만큼 향후 HMM 중량화물선 사업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국내 변압기와 플랜트 자재를 중동에 수출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하던 HMM이 흔들리면서 국내 변압기·EPC 업체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2007년 중량화물선 사업에 진출한 HMM은 지난해 나무호를 필두로 나래·나루·나비호 등 중량화물선 4척을 추가로 확보하며 관련 사업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는 국내 변압기·EPC 사업이 중동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 따른 결정이었다.
시장 상황에 맞춰 다소 유동적이지만 최근에는 중량화물선 총 11척 중 7척을 미주 노선에, 4척을 중동 노선에 투입하며 국내외 기업의 다리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나무호와 나래호는 중동 지역에 화물을 전달한 후 호르무즈 해협 내에서 발이 묶였고 나루호와 마산호는 화물을 전달하기 위해 해협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변압기와 EPC 업계는 이번 피격으로 중동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한 변압기 업체 관계자는 "중동과 체결한 변압기 공급 계약은 장기 계약이라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량화물선 부족 등 문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대체 운송망 확보 등을 검토할 필요성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PC 업체 관계자도 "중동 전쟁으로 인해 현지에서 수행 중인 플랜트 구축 사업이 차질을 빚은 사례는 아직 없다"며 "미국-이란 간 휴전 협의 후 중동발 재건 특수에 대응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HMM 측은 주요 고객 이탈이 우려되는 만큼 나무호 조기 복귀와 사선 발주뿐만 아니라 장기용선계약 등을 통한 추가 중량화물선 확보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과거 독일·네덜란드 등 유럽 선사가 독점하던 중량화물선 시장은 중국 변압기·EPC 업체 급성장으로 중국 국영 해운사인 코스코의 입김이 강해진 상황이다. 코스코는 사선과 용선을 합쳐 20대 이상 중량화물선 선단을 운영하며 중국 기업들의 첨병 역할을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중동 지역은 미주 노선과 함께 국내 중량화물선의 핵심 노선이고 컨테이너선도 한진해운 파산 이후 최근 간신히 복구한 항로"라며 "설령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려도 국내 컨테이너·화물선이 중동 지역에서 안전히 운항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해협 관련 국가와 긴밀히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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