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10주기…여성계 “젠더폭력 방치하는 구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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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10주기…여성계 “젠더폭력 방치하는 구조 바꿔야”

투데이신문 2026-05-11 16:48: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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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공동주최단체들이 1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여성회]<br>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공동주최단체들이 1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여성회]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강남역 살인사건 발생 10주기를 맞아 여성단체들이 오는 17일까지 추모주간을 운영한다. 여성계는 추모를 넘어 성차별적 구조를 타파하고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한 강력한 연대와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여성회 등 129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공동주최단체는 1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앞서 2016년 5월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한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져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당시 피의자 김성민은 범행 직후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김성민은 범행 당시 화장실로 향하는 남성 6명은 공격하지 않고 이후 들어온 여성을 상대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다”, “여성폭력 지금 당장 해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여성의 안전이 위협되는 현실을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최근에도 남양주와 대구에서의 가정폭력 살해, 그리고 광주 도심에서 발생한 10대 여성 살해 등 장소와 관계를 가리지 않는 여성폭력은 강남역이 지금도 전국 어디에나 존재한다”며 “여성폭력이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이를 막지 못하는 시스템의 문제임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여성단체들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여성폭력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보도를 바탕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는 최소 137명이었다.  또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 피해자는 92명이다. 여성단체들은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여고생 피살 사건 등을 언급하며 여성살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국가 차원의 여성폭력 통계가 여전히 부족해 문제의 실태와 위험요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성평등가족부가 ‘2025년 여성폭력통계’를 처음 발표한 점은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법적으로 치사 범죄로 분류되지 않은 폭력 사망 사건이나 가해자가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사건 등 사례들이 통계에 제대로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1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여성회]
1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여성회]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 겸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박지아 공동대표는 “강남역은 추모행동이 남긴 기억이며 이로부터 촉발된 각성과 결집, 행동이 새긴 이름”이라며 “강남역은 강남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 어디나 강남역이며 전국 어디나 여성폭력·젠더폭력 해결을 바라는 시민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본부 수석부위원장 및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김혜정 공동대표는 “여성을 통제와 위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문화와 폭력을 방치하는 법과 제도를 바꾸고 침묵을 강요하는 노동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라며 “강남역의 의미를 기억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닌 추모를 행동으로, 분노를 사회를 바꾸는 힘으로 만들어 함께 싸우고 바꿔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10년 동안 강남역만이 아니라 신당역, 인하대, 진주, 부산, 남양주, 광주 등과 같이 여성폭력과 죽음으로 기억되는 장소는 늘어났고 불법 촬영, 딥페이크 성범죄같이 새로운 여성폭력도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구조적 성차별이 여성혐오와 폭력으로 이어지고 끝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여성폭력과 젠더폭력의 현실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오는 17일 강남역 인근에서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이 열릴 예정이다. 이날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는 전국에서 모은 여성선언 결과를 발표하고 성평등 사회 실현을 촉구하는 대정부 행동에 나선다.

또 사건 직후 강남역 10번 출구를 가득 메웠던 추모 포스트잇을 재연하고 그동안 전국에서 20여차례 진행한 ‘전국 순회 다이인(die-in)’을 대규모 퍼포먼스로 마무리하며 여성폭력 근절과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행동 의지를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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