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보안을 둘러싼 정부의 이중 전략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보안 협의체 가입을 모색하면서도, 자체 역량 구축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동시에 가동하는 방식이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앤트로픽과의 협력 간담회가 열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류제명 제2차관을 필두로 외교부, 국가정보원, 금융위원회가 참석했으며,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금융보안원도 함께했다. 앤트로픽에서는 글로벌 정책을 총괄하는 마이클 셀리토 등이 배석해 양측 간 실무 대화가 이뤄졌다.
지난 2월 인도에서 개최된 AI 영향 정상회의에서 배경훈 부총리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나눈 협력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회동이 성사됐다. 표면적 명분은 AI 안전·보안 공조 강화지만, 업계는 앤트로픽 주도의 글로벌 연합체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 여부가 핵심 안건이었을 것으로 관측한다.
글래스윙은 앤트로픽의 차세대 모델 '미토스'를 제한적으로 공개해 취약점을 검증하고 공동 대응 체계를 수립하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다. 대규모 사이버 공격 자동화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미토스의 위험성을 사전에 점검하려는 취지로 출범했다. 현재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등 미국 대형 기술 기업을 포함해 52개 기업·기관이 참여 중이나, 국내 기관은 아직 명단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기업·기관과의 협력 채널 마련을 앤트로픽 측에 요청했고, 취약점 정보가 공개되기 전 한국이 선제 대비할 수 있도록 정보 공유 체계 구축도 제안했다. 아울러 AI기본법 등 국내 제도 현황을 소개하며 AISI와 앤트로픽 간 안전성 확보 협력 방안까지 테이블에 올렸다.
양측은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AI 모델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실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글래스윙 합류에 대한 구체적 약속은 이번 자리에서 도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일각에서는 글로벌 연합 가입 타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 보안이 단순 기술 협력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한 만큼, 독자 역량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미국 백악관이 미토스의 잠재적 파급력을 우려해 글래스윙 확대에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정부도 이러한 국제 정세를 인식하고 단기·중장기 투트랙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당장은 기존 범용 AI 모델로 대응력을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는 사이버보안에 특화된 독자 AI 모델을 개발해 기술 자립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국내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사 등 주요 기업들과 협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 AI 보안 종합 대책을 공개할 예정이다.
류제명 제2차관은 "프론티어급 AI 모델의 성능이 급격히 향상되고 활용 영역이 넓어지는 상황에서, 혁신 촉진과 안전한 이용 환경 조성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위험 예방·대응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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