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용 적합 판정 'KF-21', 전력화 지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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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용 적합 판정 'KF-21', 전력화 지연 논란

한스경제 2026-05-11 16:00:00 신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25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25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지난 7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개발사업의 최종 관문인 ‘전투용 적합 판정’을 획득한 4.5세대 국산 전투기 KF-21의 전력화가 예산 한정으로 인해 생산 및 납품 일정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며 공군의 전력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11일 군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최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공군 등과 KF-21 전력화 일정 조정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군 당국은 애초 오는 2028년까지 공대공 전투능력 위주의 KF-21 블록Ⅰ초도 양산 물량 40대를 공군에 인도하고 2032년까지 공대지·공대함 미사일이 추가된 블록Ⅱ 후속 물량 80대를 생산해 총 120대를 공군에 인도한다는 계획이었다.

▲ KF-21 블록Ⅰ 물량 40대 전력화 완료 1년 연기 논의

KF-21은 공군이 아직도 운용 중인 노후 전투기 F-4와 F-5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1977~1986년에 도입된 F-4와 F-5는 공군의 대표적인 노후 기종이다. 흔히 팬텀기로 불렸던 F-4는 현재 공군에서 완전히 퇴역했으며 ‘제공호’라 불려 온 F-5 전투기는 수원과 강릉 소재일부 전투비행단에서 2028년 퇴역을 목표로 40년 넘게 운용 중이다.

KF-21 도입은 이미 퇴역한 F-4와 현재 정확한 운용 대수가 알려지지 않은 F-5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공대공 전투능력을 지닌 블록Ⅰ40대를 만드는 최초 양산 사업을 2024∼2028년 5년간 8조4000억원을 투입해 실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방사청과 군 당국이 예산 한정을 이유로 KF-21 블록Ⅰ 사업 물량 40대의 전력화 완료 시점을 2029년으로 1년 늦추고 블록Ⅱ 사업도 계약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현재 개발 단계인 블록Ⅱ 사업의 전력화 완료 시점은 2036년으로 최대 4년 지연될 전망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생산에 돌입하고 블록Ⅱ 제작을 눈앞에 둔 현 시점에서 이같은 전력화 시기 조정 검토는 양산 계획에 있어 돌발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 5년간 8.4조 투입 예정...올해 1.5조서 7000억 삭감

기존 양산 계획에 따르면 매년 2조원 이상의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그러나 최초 양산 예산은 지난해 2373억원, 올해는 1조5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2027∼2028년 집행해야 할 예산은 5조원이 넘는다.

문제는 올해 초도 물량 양산에 편성된 예산 1조5000억원마져 추가로 삭감됐다는 데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배정된 예산 1조5000억원도 부족한 데 작년 말 예산 심의 과정에서 7000억원 가량이 추가로 삭감되면서 올해 실제 반영된 예산은 8000억원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최초 양산 계획이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재정 당국 기조상 KF-21 양산처럼 단일 방위력개선사업에서 연간 2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사례가 전무한 상황에서 민간 개발 업체, 방사청 등이 원하는 대로 예산 배정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실수였다는 지적이다.

▲ 방위력 개선비 20조...한정된 예산 핵잠·KDDX까지 배정

더 큰 문제는 예산 축소의 배경에 다른 대형 방위력개선사업과의 재원 경쟁이 자리한다는 데 있다. 올해 방위력개선사업비 예산은 대략 20조원 선이다. 방위력 증강을 위해 신규 무기 도입에 배정된 예산이 한 해 20조원인데 총사업비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핵추진잠수함, 7조원 이상이 투입될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사업 등 다른 사업까지 모두 연간 단위로 예산을 배분해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것이 방사청 측의 설명이다.

KF-21 초도 물량을 계획대로 생산, 납품하기 위해선 내년 방위력개선사업비를 올해(20조원)보다 20% 이상 증액해야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방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공군은 KF-21의 전력화가 예정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등장한 F-4·F-5 등 반세기 가까이 운용해 온 전투기들은 당장 퇴역시켜도 무방할 정도로 노후화가 심각한 만큼 KF-21 전력화가 시급하다는 게 공군의 입장이다. 실제 공군은 KR-21 초도 물량 납품 지연에 대비, F-5를 2028년 이후 운용할 계획은 없다며 계획대로 인도받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 KAI, 1억 규모 사채 발행...조정 시 협력사 피해

공군의 반발을 차치하더라도 KF-21 사업 구조상 예산 배정이 원활치 않으면 사업의 연쇄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KF-21 생산라인은 블록Ⅰ40대, 블록Ⅱ 80대를 연속 양산한다는 전제하에 전·후방 공정을 설계한 상태다. 기체 조립은 여러 동체가 서로 연결돼 생산 공정을 따라 이동하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중간에 예산이 끊기면 완제기 출고 일정부터 블록Ⅱ 전환 시점까지 연달아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KAI는 동체 구조물, 엔진, 항전장비, 레이더 등 주요 부품들을 수년 치 물량 기준으로 협력업체들과 장기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초도 양산 물량 40대가 30대로 축소되면 납품 시기 조정, 단가 재협상, 라인 가동률 저하 등과 같은 후폭풍이 1·2차 협력사 전체로 파급될 가능성이 높다.

KAI 관계자는 ”정부가 사업 예산을 삭감하면서 올해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000억원씩 회사채, 전환사채를 발행했다“며 ”방위력개선사업비가 들어와도 우리가 전액 수금하는 게 아니라 엔진을 면허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레이더를 맡은 한화시스템 등 다른 방산 기업에 분배해야 한다. 정부로부터 한정된 예산을 받다 보니 1·2차 협력사들이 체감하는 고통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력화 지연이 현실화할 경우 공군의 전력 공백 우려는 물론 이미 비용 지출 계획을 세우고 움직여 온 협력사들이 연쇄 타격을 입고 체계통합 주관사인 당사가 추가 이자·부대비용을 떠안는 ‘전력·기업·협력업체 모두가 힘들어지는 구조’”라며 “전투용 적합 판정도 받았고 지난 3월 양산 1호기도 출고돼 기술적으론 전혀 문제가 없는데 예산상의 문제로 빚까지 내는 자구책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방사청 관계자는 "내년도 방위력개선사업비를 포함한 예산요구서의 제출 시한이 이달 말“이라며 ”공군과 충분히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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