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산업센터가 산업시설이 아니라 ‘임대수익 상품’처럼 팔리며 분양시장의 사각지대로 떠올랐다. 제조업·지식산업·정보통신산업 기업을 입주시킨다는 제도 취지와 달리, 일부 현장에서는 “계약만 하면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는 식의 설명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문제는 상당수 시설에서 부동산임대업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자는 계약 당시 이를 알기 어렵다. 분양 상담 단계에서는 임대수익을 강조하지만, 실제 은행대출이나 입주 절차에 들어가서야 임대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미 계약금과 중도금, 대출 이자까지 발생한 뒤다. 소송을 제기해도 ‘속였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피해자가 금융비용을 떠안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이런 지식산업센터 사기분양을 막기 위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핵심은 지식산업센터 분양·임대 계약 때 해당 시설에서 부동산임대업이 가능한지 여부를 별도 문서로 제공하고, 입주자에게 확인서명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산업시설이 ‘월세 상품’처럼 팔렸다
지식산업센터는 과거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던 시설이다. 제조업, 지식산업, 정보통신산업 기업과 지원시설이 함께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든 산업용 부동산이다. 제도상 본질은 기업 활동 공간이지 일반 투자용 오피스텔이나 상가가 아니다.
하지만 저금리와 부동산 투자 열풍을 거치며 일부 지식산업센터는 산업시설이 아니라 수익형 부동산처럼 팔렸다. 분양대행 현장에서는 “직접 입주하지 않아도 임대를 놓으면 된다”, “대출이 나오니 월세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다”는 식의 설명이 이뤄졌다. 산업시설의 입주 제한과 임대업 가능 여부는 뒤로 밀렸다.
이 지점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지식산업센터는 위치와 용도, 관리권한에 따라 임대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산업단지 안에 있으면 산업통상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 관리 체계가 적용되고, 산업단지 밖에 있으면 지자체가 관리권한을 가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같은 ‘지식산업센터’라는 이름으로 분양받지만, 실제 허용되는 용도와 임대 가능성은 다를 수 있다.
분양자가 이 차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투자자는 제도상 위험을 알기 어렵다. 계약서에는 형식적 문구가 들어가고, 상담 과정에서는 임대수익이 강조된다. 이후 문제가 생기면 분양자는 “고지했다”고 주장하고, 투자자는 “속았다”고 맞선다. 법적 분쟁은 길어지고, 이자와 관리비 부담은 피해자에게 남는다.
▲현행법은 금지했지만, 확인 장치가 없었다
현행 산업집적법도 거짓·과장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설립자는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으로 입주자를 모집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문제는 처벌 조항이 있어도 계약 전 단계에서 위험을 차단하는 장치가 약하다는 점이다. 사후적으로 사기나 기망을 입증하려면 상담 내용, 설명 자료, 녹취, 광고 문구 등을 피해자가 직접 모아야 한다. 분양 현장에서 구두로 이뤄진 설명은 증거로 남기 어렵다. “임대가 가능하다”고 들었다는 피해자의 주장과 “그렇게 설명한 적 없다”는 시행·분양 측 주장이 맞붙는 구조다.
권향엽 의원의 개정안은 이 허점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앞으로는 지식산업센터 분양·임대 계약을 체결할 때 해당 시설에서 부동산임대업이 가능한지 여부를 별도 문서로 제공해야 한다. 입주자 확인서명도 받아야 한다. 말로 설명하고 넘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임대 가능 여부를 계약 절차 안에서 명시적으로 확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법적 책임 구조도 바꿀 수 있다. 임대 가능 여부를 별도 문서로 고지하지 않았다면 분양자 책임이 명확해진다. 반대로 투자자도 계약 전 핵심 위험을 확인할 수 있다. 분양시장에 가장 부족했던 ‘증거가 남는 고지 절차’를 넣는 셈이다.
▲산업부도 현황을 몰랐다
이번 사안의 더 큰 문제는 감독 공백이다. 권향엽 의원실이 산업통상부에 지식산업센터 사기분양 현황 자료를 요청했지만, 산업부도 전체 실태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산업단지 밖 지식산업센터는 지자체가 관리권한을 갖고 있고, 산업부에는 자료 제출을 강제할 권한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한국산업단지공단과 각 지자체를 통해 전국 1325개 지식산업센터에 사기분양 관련 소송 현황을 요청했다. 그러나 회신은 14개 센터에 그쳤다. 이들 센터에서만 민·형사 소송 38건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수조사가 이뤄질 경우 실제 분쟁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대목은 지식산업센터 문제가 단순한 민간 분양분쟁을 넘어 관리체계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정부는 지식산업센터를 산업정책 수단으로 허용하고 공급해 왔지만, 분양 단계에서 어떤 설명이 이뤄지는지, 임대 가능 여부가 어떻게 고지되는지, 사기분양 의혹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들여다볼 권한은 충분하지 않았다.
개정안은 산업통상부에 지식산업센터 설립자에 대한 분양·임대 관련 서류 제출 명령권과 검사권을 부여한다. 그동안 지자체와 산업부 사이에 흩어져 있던 관리 공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검사를 거부하거나 방해·기피하면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입주자에게 부동산임대 가능 여부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산업부의 서류 제출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과태료 규모만 보면 크지 않다. 그러나 의미는 별도다. 지금까지는 분양 이후 분쟁이 발생해야 문제가 드러났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산업부가 분양·임대 관련 자료를 요구하고 검사할 수 있어 사전·중간 감독이 가능해진다. 지식산업센터 분양시장이 사실상 감독 밖에서 움직이던 구조에 행정권한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핵심은 산업시설 정상화다
이번 법안은 단순한 투자자 보호 법안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지식산업센터 제도의 정체성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산업 입지를 공급하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분양시장에서 임대수익 상품처럼 팔리면 실제 입주기업은 밀려나고, 시설은 투기성 자산으로 변질된다.
그 결과 세 가지 왜곡이 생긴다. 첫째, 산업시설 공급정책이 부동산 투자상품 공급으로 바뀐다. 둘째, 입주 자격과 용도 제한을 제대로 모르는 개인 투자자가 손실을 떠안는다. 셋째, 관리기관은 분양 이후에야 문제를 파악한다.
권향엽 의원은 “지식산업센터 분양과정에서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산업통상부와 지자체가 눈감고 있는 동안 애꿎은 투자자들만 사기분양의 먹잇감이 되어 피해를 입어왔다”고 지적했다.
지식산업센터 문제의 핵심은 ‘임대가 되느냐’ 하나가 아니다. 산업시설을 산업시설답게 관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분양 단계에서 용도와 임대 가능 여부가 명확히 고지되지 않는 한, 지식산업센터는 계속 공장도 아니고 상가도 아닌 회색지대 상품으로 팔릴 수밖에 없다. 이번 개정안은 그 회색지대에 처음으로 확인서명과 검사권을 들이대는 법안이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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