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4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이번 만남은 트럼프 집권 2기 미중 관계의 새로운 판을 짜는 치열한 외교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지난해 합의한 무역전쟁 '휴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국 농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대두 등 농산물의 대중국 수출 확대와 보잉 항공기 수출 등 가시적인 무역 성과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과 대이란 무기 수출 가능성, 러시아로의 이중용도 품목 수출 문제 등을 회담에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란 전쟁 여파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된 상황에서, 중국이 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대두나 항공기 구매 규모를 줄이는 대신 대만·관세·수출통제·이란 전쟁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4~15일 방중…트럼프-시진핑, 이틀간 6회 대면
무역 및 이란전쟁 등 논의 전망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중국 현지시간으로 오는 14일 오전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한다고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가 공식 발표했다.
두 정상은 14∼15일 이틀간 최소 6개의 공식 행사에서 대면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저녁 베이징에 도착해 이튿날인 14일 환영 행사에 이어 시 주석과의 양자 회담을 한다. 이후 톈탄(天壇) 공원을 함께 둘러보고 국빈 만찬을 가진다.
15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떠나기 전 시 주석과 양자 티타임과 업무 오찬을 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그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워싱턴DC로 초청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아직 회담 주요 의제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백악관은 미중 무역위원회·투자위원회 논의와 항공우주·농업·에너지 분야 협정이 다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켈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미중 관계는 미국인의 안전과 번영을 재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번 회담은 경제·안보 현실을 직시하며 목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 의제로 미중 무역위원회 및 투자위원회 추진과, 항공우주·농업·에너지 분야에서의 양국간 추가 협정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이란 및 러시아 지원 문제가 논의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이란 지원 중단을 압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중국의 이란산 원유 구매와 무기 수출 가능성, 러시아로의 이중용도 제품 수출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핵 프로그램 관련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집권 1기 첫해인 2017년 11월 이후 약 8년 6개월 만이다. 두 정상의 대면 회담은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이후 6개월여 만이다.
홍콩매체 "부산회담 때보다 힘빠진 트럼프…시진핑 협상력 강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이란 전쟁 여파 등으로 인해 6개월 전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당시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약화됐다는 중화권 매체의 평가가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이란 전쟁, 미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화 판결,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지지율 하락 등을 트럼프 대통령의 '약화된 힘'의 배경으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양자 회담 직후 방중 계획을 밝혔는데, 당시만 해도 미국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산 대두나 보잉 항공기 구매 규모를 줄이는 대신, 대만·관세·수출통제·이란 전쟁 등에서 미국의 양보를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브렛 브루언 전 백악관 국제관여국장은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시진핑 주석이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넬대 앨런 칼슨 교수는 "중국의 협상 위치가 지난해 가을보다 강해졌다"며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대에서의 입지 덕분에 시 주석은 자신감을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대 천젠 교수 역시 "중간선거를 앞둔 만큼 외견상 더 강해진 시 주석과 훨씬 약해진 트럼프 대통령을 보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카드가 줄었고, 오히려 시 주석을 더 필요로 한다"고 분석했다.
하버드대 라나 미터 교수는 "이번 회담은 중국이 요청한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중국을 찾은 만큼 중국은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지난해보다 더 큰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핵심 광물 같은 전략 자원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물론 중국도 부동산 경기 침체, 지방정부 부채, 높은 실업률 등 내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이는 구조적 문제로 정부가 상대적으로 관리·은폐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존스홉킨스대 제시카 첸 와이스 교수는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라는 명분과 무대를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이번 회담에서 중대한 돌파구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미중 무역대표, 트럼프 방중 앞두고 13일 한국서 사전 협상
한편,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무역 협상 고위급 대표들이 13일 한국에서 회담을 진행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동행하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방중 직전 한국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할 계획이다.
베선트 장관은 10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역사적 정상회담을 갖기 전, 나는 일본과 한국에서 일련의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12일 도쿄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 및 정부·민간 대표들과 만나 미일 경제 관계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13일에는 서울을 방문해 중국 허리펑 부총리와 회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사전 조율이 베이징이 아닌 서울에서 이뤄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 측도 이를 확인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홈페이지를 통해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12~13일 한국을 방문해 미국 측과 경제·무역 협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양측은 부산 정상회담 및 여러 차례 통화에서 이룬 중요한 공감대에 따라 상호 관심사인 경제·무역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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