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막힌 STO 시장, 유통 인프라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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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막힌 STO 시장, 유통 인프라가 '답'

한스경제 2026-05-11 15:22: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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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열린 '토큰증권(STO)의 발행·유통 활성화와 디지털자산 발전 정책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전시현 기자
11일 열린 '토큰증권(STO)의 발행·유통 활성화와 디지털자산 발전 정책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전시현 기자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국회 디지털경제연구회는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3층 불스홀에서 ‘토큰증권(STO)의 발행·유통 활성화와 디지털자산 발전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토큰증권 시장의 과제로 발행 확대보다 유통 구조 정비가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토큰을 발행하는 단계에 머물지 않고 실제 거래와 결제, 정산이 이어지는 시장 틀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발표와 토론 전반에서 제시됐다.

이날 행사는 디지털융합산업협회(DCIA), 한국웹3블록체인협회(KWBA), 블록체인융합기술포럼(BCTF)이 공동 주최하고 국회 디지털경제연구회가 주관했다. 

개회식에선 김기흥 디지털융합산업협회 회장과 윤창현 코스콤 사장이 참석해 토큰증권 제도화의 방향을 짚었다. 김 회장은 “시장 경쟁의 축이 단순 발행에서 결제, 유통, 권리관리 같은 운영 인프라로 옮겨가고 있다”며 “코스콤과 한국예탁결제원 같은 핵심 기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때”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 에이전트와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비한 미래형 금융 인프라 정비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병덕·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상으로 축사를 보내 토큰증권 시장 활성화와 제도 정비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발행만으론 시장 안 선다

토큰증권은 부동산, 채권, 펀드 수익권 같은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전자증권 형태로 나눠 거래하는 방식이다. 소액 투자 참여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아 왔지만 업계에선 발행만 늘린다고 시장이 자동으로 커지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가 사고팔 수 있는 통로가 열리고 거래 뒤 대금과 권리가 안정적으로 이전되는 구조가 마련돼야 시장이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취지다.

민병덕 의원은 토큰증권 시장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유통’을 꼽았다.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거래가 반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구조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다. 민 의원은 유동성 공급, 가치평가의 신뢰, 투자자 접근성, 장외 유통 질서가 함께 갖춰져야 시장이 산다고 강조했다. 자산만 토큰화해 놓고 돈의 이동 방식이 예전과 같다면 혁신은 반쪽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강일 의원도 자산의 디지털화와 돈의 디지털화가 함께 가야 시장이 열린다고 했다. 기술 경쟁만으로는 부족하고 기술이 시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입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차원의 정책 지원 의지도 함께 밝혔다.

▲ 금융사, 판매자서 운영자로

첫 번째 세션은 ‘토큰증권(STO) 비즈니스 모델과 장외시장 발전 정책’을 주제로 진행됐다. 권세준 교수와 유순덕 한세대 교수가 공동 좌장을 맡았고 임병화 성균관대 교수, 최경석 페어스퀘어랩 이사, 박상훈 비토즈 상무가 발표에 나섰다.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STO 시장이 단순한 자산 토큰화 단계를 넘어 금융 인프라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병화 교수는 해외에선 이미 주식, 채권, 머니마켓펀드(MMF), 국채펀드 같은 전통 금융자산의 토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블랙록의 ‘BUIDL’, 프랭클린템플턴의 ‘BENJI’, 온도파이낸스 사례를 거론하며 “토큰화 펀드는 단순 투자상품이 아니라 온체인 결제와 담보, 유동성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STO 시대 금융기관은 단순 상품 판매자가 아니라 발행 인프라 제공자, 수탁·신탁 구조 설계자, 온체인 결제 제공자, 유통시장 운영자, 컴플라이언스 게이트키퍼로 역할이 재편된다고 짚었다. 경쟁력은 누가 먼저 토큰을 발행하느냐보다 누가 신뢰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설계·운영하느냐에서 갈린다는 설명이다.

최경석 이사는 비정형 자산 중심의 장외거래시장 특성을 짚었다. 부동산 수익증권이나 투자계약증권처럼 구조가 복잡한 자산은 권리 구조와 정보 해석 방식이 자산마다 달라 주식처럼 상시 양방향 호가를 만들고 반복 거래를 일으키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장외시장에선 단순한 발행 확대만으로 유동성이 형성되지 않는다”며 “충분한 참여자 확보와 거래 공백을 줄이는 체결 구조 설계가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토큰증권 장외시장의 경쟁력은 얼마나 빨리 시장을 여느냐가 아니라 비정형 자산도 실제로 반복 거래되게 하는 구조를 짜는 데 달렸다는 얘기다.

▲ 장외시장, 거래 구조부터 짜야

두 번째 발표에선 결제 인프라 문제가 전면으로 떠올랐다. 박상훈 비토즈 상무는 ‘STO의 미싱 링크’로 스테이블코인과 프로그래머블 머니를 꼽았다. 기존 아날로그 결제망으로는 자산과 대금이 동시에 이동하는 실시간 동시결제나 AI 에이전트 간 자율결제 구조를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자산이 디지털로 바뀌었는데 결제가 과거 방식에 머물면 시장 전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KYC(고객확인)·AML(자금세탁방지) 같은 글로벌 규제 원칙을 지키면서도 전통 금융과 웹3 생태계를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결제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토즈의 링크 프로토콜과 CPG 게이트웨이도 함께 소개하며, 성공적인 STO 생태계는 단순 자산 토큰화를 넘어 프로그래머블 머니 기반의 디지털 결제 체계가 함께 구축돼야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종합토론은 김기흥 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정중락 KDX 대표, 김완성 코스콤 디지털자산사업부 부서장, 김진택 한국예탁결제원 청산결제부 부장, 김지원 KB증권 크립토리서치팀장, 김현만 토스인사이트 전략컨설팅 실장, 이종섭 서울대 교수, 유두연 한국증권금융 부서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STO 시장의 성패가 법 통과 자체보다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달렸다는데 대체로 뜻을 같이했다.

▲ 스테이블코인 법체계 서둘러야

김지원 KB증권 크립토리서치팀장은 STO 제도화 이후 가장 중요한 질문은 ‘발행됐는가’가 아니라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을 만들 수 있는가’라고 짚었다. 그는 비정형 자산 STO 시장의 구조적 한계로 가치평가 기준 부재, 마켓메이커 기능 미비, KYC·화이트리스트·락업 등에 따른 제한적 참여자 구조, 원화 스테이블코인 부재, 플랫폼별 유동성 파편화 등을 꼽았다. 법제화는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거래가 붙는 시장을 만들려면 가치평가 표준화, 유동성 공급 메커니즘, 결제·정산의 디지털화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기흥 회장은 토론과 마무리 발언에서 STO 시장이 단순 자산 토큰화를 넘어 결제, 유통, 정산, 권리관리까지 금융 인프라 전반의 디지털 전환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적절한 인프라와 법적 설계가 없으면 토큰화 자산은 유동성이 낮은 오프체인 자산과 다를 바 없이 작동할 수 있다”며 미국 부동산 토큰화 사례인 리얼티(RealT)를 언급했다. 리얼티 부동산 토큰의 평균 소유권 이전 횟수가 연 1회 수준에 그쳤다는 점을 들어 토큰화만으로는 시장이 자동으로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하며 별도 법체계 마련도 주문했다. 글로벌 규제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만큼 국내 역시 발행, 유통, 감독 전반을 아우르는 독립적 스테이블코인 법체계를 서둘러 갖춰야 시장 활성화와 이용자 보호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토큰증권 시장 안착을 위해선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의 허가 기준과 투자자 보호 장치, 예탁결제원 중심의 노드 관리, 총발행량 통제, 원장 체계 구축, 메인넷 간 표준화와 상호운용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토큰증권이 더 이상 ‘새 투자상품’ 하나를 덧붙이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발행과 유통, 결제와 정산, 권리관리까지 한꺼번에 디지털로 바꾸는 금융 인프라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한국 시장이 속도 경쟁보다 거래가 실제로 붙는 구조와 신뢰할 수 있는 결제 인프라, 이를 떠받칠 제도 설계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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