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서 성인 학력인정 학교까지 일궈…'한국의 페스탈로치'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윤민혁 기자 = 학업을 마치지 못한 성인 여성들의 한을 풀어줬던 이선재 일성여자중고등학교 교장이 세상을 떠났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 교장은 전날 새벽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1936년 개성에서 태어나 1·4 후퇴 때 서울로 피란 온 실향민이다.
10대 시절 주변의 도움을 받아 학업을 이어갔던 그는 자신처럼 공부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배움을 놓친 이들을 돕고 싶다는 꿈을 꿨다.
그는 1963년 당시 야학이었던 일성고등공민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기 시작해 1972년부터 교장을 맡았다. 이후 학교를 양원주부학교와 일성여자중고등학교로 발전시키고, 구로공단 등의 여성 노동자를 위한 일성일요학교를 운영했다.
2005년에는 한국 최초의 학력인정 성인 초등학교인 양원초등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다.
평생을 바쳐 배우지 못한 성인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 그는 생전 '한국의 페스탈로치'라 불리며 사회적 존경을 받았다.
유족은 아들 이원준(세종대 교수)·이혁준(일성여자중고 행정실장)씨, 딸 이승은씨, 사위 김성실(전남대 교수)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은 13일 자정이며 장지는 동화경모공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고인의 장례가 끝난 뒤 학교 존폐와 관련해 유족과 논의할 계획이다.
평생교육법 개정에 따라 평생교육 시설은 법인만 설립 주체가 될 수 있는데, 법 개정 전 문을 연 일성여중고의 경우 설립 주체가 고인으로 되어 있다.
일성여중고가 존속하려면 설립 주체를 법인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비용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법인 전환이 무산되면 학교는 올해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하는 2028년 2월에는 폐교 수순을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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