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전날 기자간담회…"유가 연말까지 안 내릴 듯"
"인하 논하기엔 부담…작년 8월 인하 못해 아쉬워"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1일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가 크다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논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성환 위원은 이날 오전 한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유가가 계속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는 우리 경제가 엄청나게 고통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고유가 2차 충격을 최소화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12일 신 위원의 임기 만료를 하루 앞두고 열렸다.
금통위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된 신 위원은 중동 사태로 인해 과거보다 물가 우려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은 물가 상승 압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생각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지금은 물가 우려가 있는 상황이고, 지금 의사 결정을 하라고 한다면 예전에 비해 물가 걱정을 훨씬 더 많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은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지난해 1월과 4월, 8월, 10월, 11월 금통위에서 홀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금리 정책 결정 우선순위에 관해서도 "항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최우선"이라면서 "물가상승률이 목표로 한 2%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면 성장과 물가가 상충하는 상황이더라도 당연히 물가에 무게를 두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향후 금리 경로 전망에 관해서는 유가가 핵심 고려사항이라면서 "당초 유가가 연말 정도엔 (배럴당) 70달러 정도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금 보면 90달러 정도는 될 것 같다. 경우에 따라 그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까지 유가가 고공행진 하면 물가에 미치는 2차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물가와의 싸움이 생각보다 훨씬 더 격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상대 한은 부총재도 성장세 강화와 물가 부담을 들며 금리인상기 진입을 예고했다. 그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하며 금통위원 중에 처음으로 금리인상을 언급했다.
반도체 호조로 우리나라 성장률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경제 양극화는 여전하거나 오히려 더 심화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에서 1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전체의 '헤드라인 넘버(간판 지표)'를 결정하는 상황"이라면서 "우리 경제가 지금 극단적인 상황으로 와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조의 낙수 효과에 관해서도 "반도체는 자본 집약적인 사업으로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면서 "반도체 분야가 많은 이익을 내더라도 그로 인한 (소비 측면에서) 물가 충격은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수준에 관해서는 "원화가 저평가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미 금리 역전이지만 이를 고려해도 지나치게 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이유는 국내 거주자의 해외 투자 수요가 빠른 기간에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여러 흐름을 볼 때 환율이 앞으로 지금보다 하향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세계국채지수(WGBI),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 우리 금융시장 개방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국제 금융시장과의 연결고리가 강해질수록 발생할 수 있는 쏠림 현상의 강도도 높아질 수 있다"면서 "이런 충격이 발생했을 때 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어떤 정책 수단을 강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임을 앞두고 후회되는 결정이 있냐는 질문에는 "아쉬운 점이라면 지난해 8월 정도에 금리를 내릴 수 있었을 때 좀 더 강하게 금리 인하를 주장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다만 금통위는 위원회 조직이니 의사 결정을 100% 존중한다"고 답했다.
신 위원은 높은 저축률로 인한 민간 소비 위축도 우리 경제의 개선 지점으로 꼽았다.
그는 "저축률이 높아 지금처럼 경제 성장률이 높은 상황에도 민간 소비 증가율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우리나라 저축 시스템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서 국민들이 가난하게 살다가 부자로 죽는 형태가 아니라, 잘 살고 떠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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