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 인근 '트럼프 숙소 추정' 고급호텔은 객실 예약 중단
겉으로 보기에는 아직 평온…일각선 조용히 거대 이벤트 준비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11일 오전 베이징 주중 미국대사관 일대.
미국대사관 인근 한 5성급 고급 호텔 앞 도로변에 공안 순찰차들이 길게 줄지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현장에서 확인한 순찰차만 20대가 넘었다.
흰색과 남색이 섞인 공안차는 호텔 앞 노상주차장을 사실상 점령한 채 줄지어 서 있었고, 일부 차는 경광등만 끈 채 대기 상태였다.
차 안에 경찰관이 탑승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평소보다 눈에 띄게 늘어난 순찰차 숫자만으로도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호텔 주변 도로에서는 순찰차 한 대가 천천히 이동하며 주변을 살피는 모습도 확인됐다.
인근을 지나던 한 시민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잠시 호텔 쪽을 바라보더니 "잘 모르겠다"면서도 "평소와는 다르다"고 짧게 답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호텔에서 투숙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호텔은 주중 미국대사관까지 차로 약 5분 거리다.
보안 통제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미국 측 수행단의 영사업무 지원에도 적합해 주요 미국 인사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 여행 플랫폼에서도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 방중 기간인 13∼15일 전 객실 예약이 막힌 상태였고, 예약 페이지에는 '선택한 날짜에 예약할 수 있는 객실이 없다'는 문구만 표시됐다.
2023년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가 투숙했던 곳으로 유명세를 탄 이 호텔의 로열 스위트룸은 전용 집무실과 대형 다이닝룸 등을 갖춰 정상급 인사들 숙소로 거론된다.
1박 가격이 약 10만위안(약 2천1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런트 직원에게 "14∼15일 예약이 가능하냐"고 묻자 그는 익숙한 표정으로 "그 기간은 이미 예약이 꽉 찼다"고 답했다.
"언제부터 예약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16일부터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호텔 내부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1층 로비에는 이른 체크아웃을 하려는 투숙객들이 줄을 서 있었고, 식당에서는 늦은 조식을 즐기는 손님들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호텔을 이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방중 당시 묵었던 해당 호텔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는 인민대회당까지 직접 택시로 이동해봤다.
거리는 11.0㎞로, 약 25분 걸렸다. 정상회담 당일 교통 통제가 이뤄질 경우 이동 시간은 15분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인민대회당으로 향하는 길목은 자연스럽게 톈안먼 광장을 지난다.
톈안먼 광장 주변 도로는 여전히 차들로 꽉 막혔고, 중국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인민대회당 앞에서는 단체 관광객들이 건물 앞에서 줄지어 이동하는 등 아직 정상회담 관련 긴장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 발표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부터 15일까지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은 집권 1기 첫해인 2017년 11월 이후 약 8년 6개월 만이다.
두 정상의 대면 회담은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만난 이후 약 6개월여 만이기도 하다.
중국은 세부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공식 환영 행사 뒤 시 주석과 양자 회담을 하고 이후 베이징 명소인 톈탄공원을 함께 둘러본 뒤 국빈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중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양자 티타임과 업무 오찬이 예정돼 있다.
세계의 시선이 다시 베이징으로 향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이날 오전 베이징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직 평온해 보였지만 늘어선 경찰차와 막힌 호텔 예약 등 일각에서는 거대한 외교 이벤트 준비가 긴장 속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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