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혜수 기자
최근 중동 지역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본격적인 생존 모드에 돌입했다. 비상경영 체제에 이어 노선 감편과 무급휴직까지 단행하며 고강도 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는 수익성 악화로 문을 닫는 항공사까지 나오면서 국내 업계의 경영 위기감이 덩달아 커지는 분위기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다음 달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비용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LCC 중 유일하게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대외 악재로 인한 비용 절감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항공사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3월 LCC 중 처음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으며 이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를 비롯해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도 잇따라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무급휴직 역시 티웨이항공과 에어로케이항공, 제주항공 등 LCC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고유가 흐름이 지속되면서 항공사들의 손실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가 전체 영업비용의 약 20~30%를 유류비로 사용하는 만큼, 유가 상승은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LCC는 대형항공사(FSC)와 달리 화물 사업이라는 대체 수익원이 부족한데다가 유가 변동 리스크를 분산할 헤지(Hedge) 수단도 마땅치 않아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실제 전쟁 발발 후 국내 LCC는 국제선 운항을 왕복 기준 약 900편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제주항공은 5~6월 국제선 운항에서 왕복 187편을 감축했고 진에어도 괌·푸꾸옥 등 노선을 중심으로 왕복 176편을 줄였다. 항공편 감편에 이어 티웨이항공 등 일부 항공사는 무료 수하물의 허용 무게까지 축소하며 비용 절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주요 항공사가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미국 최대 LCC인 스피릿 항공은 심각한 경영난으로 34년 만에 폐업을 결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실적 부진 속에서 전쟁 여파로 항공유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경영 부담이 커진 결과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업계의 불안감도 증폭되는 분위기다. 지난 2023년부터 회복된 항공업이 다시 침체 국면에 접어들자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당시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 여파로 국적항공사의 매출 피해 규모는 11조원에 달한 바 있다.
LCC 상당수는 코로나 기간 누적된 손실과 차입 부담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별도 기준 321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자본잠식률이 132%까지 치솟았다. 연내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항공운송사업 면허취소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에어로케이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4058%, 티웨이항공은 3498.63%에 달하는 등 재무부담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당장 2분기 실적만 해도 국내 항공사들의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항공유 가격이 지난 2월 배럴당 89달러, 3월 195달러, 4월 200달러까지 급등했다"며 "유류할증료 적용 방식을 감안하면 3~5월까지의 유가 상승분이 항공료에 온전히 전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공사들이 저수익 노선을 감편하며 수익성 방어에 나섰지만 2분기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운임에 전가하지 못한 유류비 초과분 비용은 LCC의 재무 상태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작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인 에어프레미아 외에도 이스타항공, 에어로케이 모두 2분기 기점으로 완전자본잠식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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