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역대 최대 수출 기록을 경신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K뷰티가 ‘이미지 무임승차’라는 암초를 만났다.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국내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교묘한 유사 패키징이 확산하면서 K뷰티가 쌓아 올린 신뢰 자산이 해외 저가 업체의 마케팅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한 21억8000만달러(한화 약 3조2174억원)로 집계, 역대 분기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K뷰티의 글로벌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이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C커머스를 타고 확산하는 ‘유사 패키징’ 마케팅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는 분위기다. 상표권을 직접 침해하지 않으면서 브랜드의 정체성과 이미지, 분위기만 교묘하게 차용하는 이른바 ‘무임승차형 제품’이 글로벌 소비자 혼동을 키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 같은 ‘닮은꼴 제품’이 기존 위조 상품보다 훨씬 포착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표나 로고를 그대로 도용할 경우 비교적 명확한 위조 판단이 가능하지만 색상, 용기 형태, 문구 배치, 제품 촬영 분위기만 유사하게 구성하면 법적 경계가 흐려질 수 있어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국내 브랜드 제품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지만, 판매자 측은 동일 상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피해갈 여지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특히 모바일 중심 소비 구조에서는 소비자 혼동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들이 제조사나 상세 성분보다 썸네일 이미지와 후기, 패키지 분위기를 먼저 보고 제품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폰트 스타일과 용기 디자인, 시그니처 색상 조합 등이 비슷할 경우 실제 국내 브랜드 제품으로 오인해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현행 법 체계상 로고나 상표를 직접 도용한 위조 상품은 상표법 위반 여부를 비교적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반면 색상 조합이나 용기 형태, 제품 분위기 등 이른바 ‘유사 패키징’ 형태는 상표권 침해 여부 판단이 상대적으로 복잡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업계에서는 패키지 콘셉트와 전체 이미지 차용 사례에 대해 부정경쟁방지법이나 디자인보호법 적용 범위를 둘러싼 해석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생·인디 브랜드일수록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기업 브랜드와 달리 해외 상표권 감시나 법적 대응 여력이 제한적인 데다, 제품 콘셉트와 패키지 자체가 브랜드의 핵심 자산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사 제품이 더 낮은 가격으로 플랫폼 상단에 노출될 경우 가격 경쟁력은 물론 브랜드 차별성까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기에 산업 전반의 유·무형 손실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외 소비자가 유사 제품을 국내 브랜드로 오인해 구매한 뒤 품질 문제를 경험할 경우 불만이 특정 판매자에 그치지 않고 K뷰티 전체 신뢰 하락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K뷰티처럼 국가 단위 이미지로 소비되는 산업일수록 이런 위험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C커머스 공세 속에서 K뷰티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식재산권(IP) 보호 패러다임 자체를 넓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개별 상표나 디자인 등록을 넘어 제품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분위기까지 보호 범위에 포함하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개념 강화와 글로벌 플랫폼 공조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K뷰티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이 같은 모방 문제 역시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과거에는 특정 국가 중심의 위조 상품 문제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여러 국가와 플랫폼으로 유사 제품 유통이 동시에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주덕 서울사이버대학교 뷰티산업학과 석좌교수는 “최근 K뷰티의 글로벌 인기에 중국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유사 제품이 확산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수록 국내 제품 이미지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소비자가 유사 제품을 국내 화장품으로 오인해 품질 문제를 경험할 경우 결국 K뷰티 전체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가 차원의 협약이나 글로벌 플랫폼과의 공조를 통해 브랜드 보호 장치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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