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내수 식품시장 경쟁이 과열되며 기존 주력 제품만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가기 힘들어진 식품업계가 IP(지식재산권)를 접목하는 마케팅을 확대하며 소비자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비용 부담이 큰 신제품 출시보다 기존 제품의 인지도에 IP 팬덤을 접목해 소비를 유도하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기업들은 기존 주력 제품의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외부 IP 협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KBO프로야구 등 스포츠 구단과 협업해 팬덤 소비로 연결하거나 굿즈를 추가해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이 점차 세분화하는 추세다.
이같이 기업들이 IP 마케팅에 집중하는 현상은 소비 둔화와 시장 포화 속에서 신제품 투자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식품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고는 있지만 제품 간 변별력이 낮아진 시장 구조 탓에 소비자의 구매로 이어지기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신제품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드는 막대한 개발비와 홍보비가 부담되자 기업들은 안정적인 인지도를 갖춘 기존 주력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유명 IP를 접목하면 팬덤과 수집 수요를 즉각적인 구매로 유도할 수 있어 확실한 매출 증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시장이 위축된 현 상황에서 외부 IP 활용은 신제품 출시에 따르는 막대한 홍보비보다 재무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실제로 IP 로열티는 인지도에 따라 매출의 5~13% 선에서 책정된다. 또한 흥행 여부가 불확실한 대규모 광고비를 선집행하는 것보다 로열티 방식이 비용을 통제하고 예측하기 훨씬 수월하다. 식품기업들은 실패 리스크를 줄이면서 즉각적인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주력 제품과 IP의 결합을 실리적인 대안으로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 필요한 홍보비용이 상당히 커진 상황”이라며 “신제품에 사용되는 마케팅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IP비용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레드오션이 된 상황에서 점차 마케팅 기법이 고도화되고 있다”며 “20년 전 일본 시장이 그랬든 우리나라도 자연스러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릭터 마케팅은 단기적인 판매 촉진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무분별하게 도입하거나 특정 IP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오히려 브랜드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IP 활용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마케팅 효과가 점차 둔화될 수 있다. 이 경우 초기와 같은 화제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기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과 기획을 찾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과거 기록적인 흥행을 거둔 삼립 ‘포켓몬빵’ 사례가 대표적이다. 출시 초기의 인기가 점차 둔화하자, 최근 신규 띠부씰 100종을 추가한 30주년 에디션을 선보이며 수집 수요 자극에 나섰다. 외부 IP에 의존하는 마케팅이 장기화되면 매번 새로운 기획으로 신선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편 주력 제품이 외부 IP와 과도하게 결합하면 장기적으로 브랜드 본연의 가치를 잃는 주객전도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소비자의 구매 목적이 제품 자체가 아닌 캐릭터에 맞춰질 경우 향후 유행이 지나거나 협업이 종료됐을 때 해당 제품의 판매량도 함께 감소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화제성을 좇으려다 도리어 브랜드 자생력을 잃을 수 있는 만큼 IP 의존도를 조절하며 자체 기획과 제품 경쟁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제품에 캐릭터를 입히는 마케팅은 어디까지나 단기적으로 소비자 관심을 끄는 용도로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장기간 판매해야 할 주력 제품이 특정 IP와 지나치게 묶여버리면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품 판매가 온전히 캐릭터에 의존하게 되면 소유권자가 무리한 로열티 인상을 요구하더라도 기업이 이를 거절하기 어려운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상품 특성에 맞춰 IP 의존도를 조절하고 자체 기획력을 기르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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