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천에서 잡힌 늑대거북. / 'TV생물도감'
제보가 들어온 건 지난해였다. 서울 불광천에 늑대거북이 나타났다는 신고였다. 생물 유튜브 채널 'TV생물도감'의 운영자가 현장을 찾았지만 허탕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같은 장소에서 또 제보가 들어왔다. 이번엔 잡았다.
'TV생물도감'이 최근 공개한 영상에서 운영자는 생물 포획 전문가 이충근과 함께 불광천을 수색했다. 물가 돌 사이를 살피던 중 바위인 줄 알았던 물체가 움직였다. 늑대거북이었다. 개체가 물속으로 들어가려 하자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고 결국 생포에 성공했다. 추정 무게 약 3kg. 발견 지점은 최초 제보 장소에서 1km 이상 떨어진 곳이었다. 활동 반경이 그만큼 넓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런 제보가 끊임없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 하천 곳곳에 늑대거북이 얼마나 풀려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북미 하천 최상위 포식자
늑대거북은 북미 원산의 민물거북이다. 학명의 '세르펜티나(serpentina)'는 라틴어로 '뱀을 닮았다'는 뜻이다. 길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목에서 유래했다. 캐나다 남동부와 미국 중부·동부, 멕시코에 걸쳐 넓게 분포한다.
외형은 강렬하다. 등갑 길이는 성체 기준 25~47cm이며 최대 50cm까지 자란다. 평균 체중은 6kg 안팎이지만 수컷은 10kg 이상으로 자라기도 한다. 야생에서는 34kg짜리 개체가 발견된 기록도 있다. 파충류 특성상 죽을 때까지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오래 살수록 더 커진다. 수명은 50~60년이며 일부 개체는 100년 이상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광천에서 잡힌 늑대거북. / 'TV생물도감'
꼬리는 등갑 길이에 맞먹을 만큼 길고 공룡처럼 울퉁불퉁한 돌기가 줄지어 나 있다. 목과 다리에도 작은 결절이 촘촘해 피부 전체가 거칠고 투박하다. 머리는 몸에 비해 진한 색이고 크기도 큰 편이다. 전체적인 인상은 거북보다 악어에 가깝다.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다. 원산지에서도 물가 생물 중 악어 다음의 최상위 포식자다. 물고기·개구리·수조류는 물론 오리 같은 새, 작은 포유류까지 사냥한다. 긴 목을 스프링처럼 움츠렸다가 순간적으로 뻗어 먹잇감을 낚아채는 방식을 쓰는데, 이 동작이 매우 빠르다. 호저를 악어처럼 매복해 사냥하는 사례도 기록된 바 있다. 기본적으로는 수초나 갑각류, 어류 사체 등을 먹는 잡식형 청소부에 가깝지만 입에 들어갈 크기면 가리지 않는다.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
물속에 있을 때는 비교적 순해 위협을 느끼면 진흙이나 풀 속으로 숨는다. 문제는 물 밖이다. 육지에서는 공격성이 극도로 높아지고 동작도 빠르다. 강한 턱과 두꺼운 발톱, 긴 목이 결합하면 손가락이 절단될 수도 있다.
불광천에서 잡힌 늑대거북. / 'TV생물도감'
더 위험한 건 이 거북을 모르고 접근하는 경우다. 물속에서 돌이나 진흙 덩어리처럼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공격하는 탓에 물놀이 중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수영하다 물린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혹시 야외에서 발견했을 때 잡아야 한다면 등갑을 잡는 건 절대 금물이다. 늑대거북의 목은 몸통 절반 길이까지 뒤로 꺾여 나오기 때문에 등갑을 잡으면 바로 물린다. 꼬리를 잡고 들어올리는 것이 그나마 안전한 방법이다.
어떻게 대한민국 하천에?
늑대거북이 한국 하천에 등장하게 된 경로는 단순하다. 반려동물로 들여온 개체를 방류한 것이다.
어린 개체 분양가는 마리당 약 수만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악어를 닮은 특이한 외모와 낮은 사육 난이도가 인기 요인이다. 어릴 때는 손바닥만 하고 순하게 키우면 귀엽기까지 하다. 그런데 성체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등갑이 40~50cm까지 자라고 무게는 6~10kg에 달한다. 먹성도 엄청나 감당이 어려워지자 하천에 버리는 사례가 이어졌다.
환경부는 결늑대거북을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했다. 이후 6개월간 유예 기간을 줘 기존 사육자들이 자진 신고하거나 폐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활동하지 않는 사육자들은 이 소식을 접하기 어려웠고, 뒤늦게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신고 대신 방류를 택하면서 오히려 유기 사례가 급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멕시코 원산인 중앙아메리카늑대거북을 제외한 모든 늑대거북은 사육·수입·유통·방류·양도가 전면 금지된 상태다. 야생에서 발견·포획된 개체는 소각이 원칙이다.
천적 없는 한국.. 번식하면 골치
늑대거북이 한국 하천에서 특히 위험한 이유는 천적이 없기 때문이다. 원산지에서는 미시시피악어, 북미수달, 코요테 등이 천적 역할을 하지만 한국 하천에는 이들이 없다. 수달이나 대형 맹금류가 성체를 위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다.
한국 기후도 문제다. 늑대거북은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에 서식하는 종이라 한국 환경에 쉽게 적응한다. 일본에서는 겨울 살얼음 사이로 코를 내밀고 호흡하는 늑대거북이 촬영돼 화제가 된 바 있다. 동면 없이도 생존한다는 뜻이다.
불광천에서 잡힌 늑대거북. / 'TV생물도감'
번식력도 무시할 수 없다. 4~11월에 짝짓기를 하고 6~8월에 산란이 절정에 달하며 한 번에 20~40개의 알을 낳는다. 부화까지 9~18주가 걸리고 부화 단계에서 사망률이 높은 편이지만, 성체가 되면 천적이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한 번 자리를 잡으면 개체수 통제가 어렵다. 성적 성숙까지는 15~20년이 걸리지만 수명이 100년 이상이어서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생태계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다.
붉은귀거북이나 중국줄무늬목거북 같은 기존 외래 거북류보다 훨씬 위협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 토종 자라도 성체 늑대거북 앞에서는 오히려 피식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제보가 끊임없이 들어온다"
‘TV생물도감’ 채널은 이번 불광천 포획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늑대거북 제보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고 밝혔다. 봄철에 제보가 특히 많이 들어오는데, 겨울 동안 동면을 마친 개체들이 먹이 활동을 위해 활발히 움직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늑대거북을 발견했을 때는 직접 포획하려 하지 말고 지자체나 환경부에 신고하는 것이 권고된다. 포획된 개체는 소각 처리되며 살아 있는 상태로 이동하는 것도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신고 없이 방치하거나 다시 방류하는 행위 역시 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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