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금고가 급속히 비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격화되면서 천문학적 자본지출이 이어진 결과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 4개 기업의 올 3분기 합산 잉여현금흐름이 약 40억달러(5조9천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월가는 내다보고 있다.
이 수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분기 평균이었던 450억달러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시장분석업체 비지블 알파는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2014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과거와 달라진 빅테크의 체질이 눈에 띈다. 중화학 업종 대비 설비 투자 부담이 적고 현금 창출력이 월등했던 이들 기업에서 최근 수년간 자본지출(CAPEX)이 폭증하며 이례적인 현금 고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저스틴 포스트 애널리스트는 현재 진행 중인 자본지출 사이클을 "역대 최대 규모"로 규정하며, 빅테크 기업들이 이를 "일생일대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채무상환 능력과 배당 여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잉여현금흐름이 급감하면, 시장 변동성에 대한 취약성이 커지고 주주환원 정책도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별 상황도 심각하다. 메타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현금 소진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며, MS는 적어도 한 분기 이상 마이너스 현금흐름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알파벳은 연간 기준 플러스를 유지하겠지만 그 규모는 10여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재무 압박의 영향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알파벳은 2015년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도입 이후 처음으로 올 1분기 매입을 전면 중단했고, 메타 역시 2017년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자사주를 사들이지 않고 있다.
클라우드 사업 부재로 AI 투자비 회수가 어려운 메타의 상황은 특히 녹록지 않다.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인력 감축까지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업계 최대인 2천억달러(294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 우려가 증폭되자, 앤디 제시 CEO가 직접 나서 "초기엔 자본지출이 매출 증가를 앞서겠지만 장기적 투자 수익률은 매우 매력적"이라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한편 월가 일각에서는 빅테크들의 회계 편법 동원 가능성도 경고한다. 메타가 수백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사업을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이전해 재무제표에서 분리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AI 투자 리스크가 왜곡·은폐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크리스천 로이즈 회계학 교수는 "잉여현금흐름은 회계 기준상 정의가 모호해 기업들이 산출 과정에서 상당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다수 하이퍼스케일러의 실제 현금흐름 상황이 공시 수치보다 더 악화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나남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