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치 | 플레이어 리포트> 는 정치라는 무대에 뛰어든 청년들의 실제 경험을 기록하는 인터뷰 시리즈다. 기성 정치의 견고한 구조 속에서 ‘불가능한 게임’에 도전한 이들의 선택과 궤적을 따라간다. 청년>
출마를 결심한 이유부터 현장에서 마주한 구조적 장벽, 그리고 포기와 지속 사이의 선택까지를 당사자의 시선으로 담는다. 다만 취재원의 요청에 따라 실명 대신 가명을 사용했다.
이 연재는 한국 정치의 진입 구조와 작동 방식을 청년의 경험을 통해 해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청년 정치가 ‘가능한가’가 아니라, ‘어떻게 가능해질 수 있는가’를 묻고자 한다.
【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생이 될 때까지 반장·부반장을 도맡고 각종 학생회 활동을 한 번도 쉬지 않았다. 군 복무 중에는 인권 개선안을 제안하고 국회 법률 개정안 논의에도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정치인의 꿈을 키워왔다.
스물세 살 대학생 김민철(가명)씨에게 정치는 ‘정해진 길’에 가까웠다. 그렇게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을 위해 직접 발로 뛰는 기초의원이 되고자 했지만 그는 결국 출마를 포기했다.
그가 마주한 정치는 ‘젊음’이라는 상징만 소비할 뿐 청년이 홀로 진입하기엔 지나치게 높은 벽이었다. 무소속이자 대학생이라는 현실에서 자금과 네트워크의 한계는 분명했고, 기성 정치인의 화려한 이력 앞에서 현실의 장벽은 더욱 두텁게 다가왔다. 김씨는 “개인의 선택 문제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체감했다”고 말했다. 출마 결심 단계에서부터 포기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김씨에게 직접 들었다.
Q. 청소년기부터 정책 제안 활동을 활발히 해왔는데, 직접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청원이나 참여기구를 통해 제안서를 수없이 써봤다. 하지만 결과는 늘 비슷했다. 몇 개월 공들인 제안서가 ‘수용 불가능하다’거나 ‘이미 비슷한 정책이 있다’는 식의 무미건조한 답변으로 묵살되기 일쑤였다. 기관의 수장이나 실무자에게 의존해야 하는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직접 정책을 만드는 주체가 돼 청소년과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로 결심했다. 마침 제가 그 세대와 맞닿아 있어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Q. 출마 준비 과정에서 마주한 가장 현실적인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먼저 압도적인 ‘스펙의 장벽’이다. 기초의원 후보들의 약력을 보면 대학원 석·박사, 시민단체 대표 등 화려한 직책이 가득하다. 그 곁에 대학생인 제 포스터가 붙었을 때 주민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경제적 문제도 컸다. 기초의원 선거를 치르려면 기탁금을 포함해 최소 수천만 원이 필요한데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는 대학생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액수다. 무소속은 정당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어 모든 비용과 절차를 홀로 감당해야 한다. 득표율이 낮으면 그 큰돈을 고스란히 날려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출마 의지를 꺾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사회적 시선도 따가웠다. ‘학교 공부나 하지 무슨 기초의원이냐’는 핀잔부터 나의 정치색을 멋대로 단정 짓는 친구들도 있었다. 20대 남성이라는 이유로 특정 성향일 거라는 편견에 갇히는 것도 괴로웠다. 나는 그저 주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 정치를 하고 싶다는 말 하나에 내 모든 것이 발가벗겨지는 느낌이었다.
Q. 정당 도움 없이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
무소속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 정당 인맥이 없으니 우호적인 주민들의 표심을 얻기 어렵고 선거 정보나 지원 시스템에서도 철저히 배제된다. 무소속 출마자들이 겪는 구조적 불리함을 절감했다.
Q.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 정치의 한계를 짚어본다면.
가장 큰 문제는 ‘실패 이후를 감당할 완화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기성 정치인은 선거에서 떨어져도 돌아갈 직장이나 정당 내 기반이 있다. 하지만 청년은 학업과 생업을 뒤로하고 올인했다가 실패하면 수천만 원의 빚과 함께 경력 단절이라는 벼랑 끝에 서게 된다. 실패가 곧 재기 불능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하는 것은 가혹한 요구일 뿐이다. 또 정치 참여 경험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Q. 정치 참여 경험이 오히려 청년에게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한국 사회에선 청년이 정치를 한다, 더 나아가 진보냐 보수냐 등 정치색을 드러내는 순간 그것이 하나의 ‘낙인’이 된다. 섣불리 출마했다가 특정 정당 색깔이 입혀지면 앞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분야의 전문성 자체를 의심받거나 신뢰를 잃을까 봐 걱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대학 시절의 정치 활동이 취업이나 사회생활에서 “저 사람은 어느 쪽 사람이다”라는 식의 프레임으로 작동해 발목을 잡는 경우를 많이 봤다. 청년에게 정치는 소신이 아닌 ‘리스크’가 되는 구조다.
Q. 선거비 보전 같은 현실적인 완화 장치로 청년 정치 한계를 극복하긴 어렵나.
단순한 비용 지원을 넘어선 구조적 혁신이 필요하다. 일부 유럽 국가는 명예직으로 운영해 본인의 직업을 유지하면서 의정 활동을 병행하는 사례도 있다. 물론 각각의 장단점은 있겠지만 가진 것 없는 청년들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정치에 진입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놓을 필요는 있다. 지금처럼 모든 것을 걸고 도박하듯 뛰어들어야 하는 구조에서는 청년 정치의 길은 계속 좁아질 수밖에 없다.
Q. 청년 정치인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인구 대표성의 심각한 결여 때문이다. 현재 22대 국회에서 20대 의원은 ‘0명’이다. 이 불균형을 깨지 않는 한 청년들의 문제는 영원히 뒷전으로 밀릴 것이다.
Q.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를 포기했다. 지금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나.
정치는 ‘책임’이 중요한 영역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선된다면 그것 또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다. 그래서 잠시 멈추고 학업을 이어가 전문성을 먼저 갖추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청년을 선거 때만 쓰는 도구로 소비하지 않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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