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옛날부터 숨을 쉰다는 말은 살아 있다는 말과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됐다. 그래서 종래의 사망 기준은 심장박동과 호흡의 정지였다. 그러다가 장기 이식수술이 일반화된 1972년 뇌 활동의 정지, 즉 뇌사가 추가됐다.
심장 이식수술을 처음으로 성공시킨 건 196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크리스티안 바너드 박사였다. 심장을 이식하려면 공여자의 심장이 박동하고 있어야 한다. 심장이 멈춘 상태, 즉 완전히 사망한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심장을 줘도 소용이 없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세계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실제로 이 무렵 일본의 한 외과 교수가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의 심장을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했다가 살인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일본에서는 심장박동과 호흡의 정지만을 사망 기준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됐고, 우여곡절 끝에 뇌 활동의 정지가 사망 기준에 포함됐다.
◇ 숨을 쉰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우리는 왜 호흡해야 할까?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단세포생물은 순환이 필요 없다. 호흡도 마찬가지다. 단세포생물은 주위에서 바로 산소를 공급받고 노폐물을 배출하기 때문에 별도의 호흡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인간처럼 복잡한 생명체에서는 순환계나 호흡계가 필요하다.
호흡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가스교환이다. 이는 다시 폐를 통해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폐호흡과 각 세포 단위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조직호흡의 두 가지로 나뉜다. 사실 폐호흡은 조직호흡을 위한 과정에 불과하며, 심장이나 혈관의 순환 기능도 조직호흡이 원만히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세포가 생존하려면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산소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세포는 산소를 이용해 대사활동을 하고 에너지를 만든다. 전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달러처럼 우리 몸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에너지원이 있다.
ATP라는 화학물이 그것이다. ATP는 대부분 미토콘드리아에서 만들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산소가 필요하다. 따라서 산소가 없으면 몸이 에너지를 얻을 수 없어서 기능하지 못한다. 산소를 받아들이는 것 못지않게 대사활동의 결과로 쌓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말하자면 호흡계의 기본 기능은 에너지 생성을 돕고 몸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호흡계의 두 번째 기능은 혈액과 조직세포의 산성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인간의 혈액과 조직세포는 모두 약한 알칼리성을 띠는데, 호흡계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통해 이 상태를 유지한다. 우리 몸의 산성도, 즉 pH는 여러 가지 복잡한 시스템의 활동에 의해 조절되는데, 그중 혈액 내 이산화탄소 농도와 중탄산 이온의 농도에 의해 조절되는 시스템이 가장 중요하다.
이산화탄소 비율이 높아지면 산성이 되고, 중탄산 이온 비율이 높아지면 알칼리성이 된다. 호흡계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고 신장은 중탄산 이온의 배설을 조절한다. 따라서 폐와 신장을 혈액 pH 조절의 쌍두마차라고 한다.
세 번째로 호흡계는 병원체나 자극 물질을 제거한다. 이 작용은 기관지 섬모의 운동에 의해 일어난다. 이를테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기도에 노폐물이 많이 쌓이기 때문에 이를 체외로 배출해야 한다. 그 노폐물 덩어리가 바로 가래다. 따라서 가래가 끓는다는 것은 여러분의 폐가 담배 연기 같은 오염 물질에 의해 혹사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기능은 발성을 통한 언어의 구사, 즉 의사소통이다. 인간은 성대를 진동시켜 의사소통한다. 성대의 크기와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성대의 길이는 키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 중에 키가 큰 사람은 성대 길이도 길어서 바리톤 목소리가 나고, 키가 작은 사람은 성대의 길이가 짧아 테너 목소리가 난다고 한다. 유명한 테너 가수들이 대부분 키가 작고 통통한 것은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 기도에서 폐포까지, 호흡에 대한 모든 것
호흡은 어떻게 이뤄질까? 우선 호흡계는 기도와 기도가 가지를 치듯 차례로 연결된 폐포, 폐를 보호하고 폐포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공기압을 조절하는 흉곽과 횡격막으로 이뤄져 있다.
먼저 성대를 지난 공기는 목을 거쳐 기관으로 내려간다. 기관은 좌우 양쪽의 폐와 연결되는 2개의 기관지로 나뉘기 때문에 기관을 거친 공기는 양쪽으로 갈라져 좌우의 폐로 들어간다. 계속해서 둘로 나눠지던 기관지는 결국 수천개의 가지로 갈라지고, 기관지를 따라 나온 공기는 작은 풍선처럼 생긴 폐포에 도달한다.
각각의 폐에는 3억 개가 넘는 폐포가 존재하며, 이곳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일어난다.
폐에는 심장에서 나오는 폐동맥과 심장으로 되돌아가는 폐정맥의 모세혈관들이 내부 구석구석까지 뻗어있다. 폐동맥은 일산화탄소를 함유한 혈액을 폐로 보내고 폐정맥은 산소를 풍부하게 함유한 신선한 혈액을 심장으로 보낸다.
산소와 이산화탄소는 얇은 폐포벽 표면을 그물망처럼 감싼 모세혈관으로 빠르게 드나든다.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산소는 폐포에서 혈관으로 들어가고 이산화탄소는 혈관에서 폐포 속으로 빠져나온다. 이 과정을 호흡이라고 부른다.(2편에서 계속)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더 자세한 내용은 엄융의 교수의 저서 '건강 공부', '내몸 공부' 등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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