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8년 반만의 방중…양 정상, 무역 메커니즘 구축·이란전쟁 등 논의
선거 앞둔 美 '이익중심 안정지향적' 접근 분위기…전략경쟁 양상 변화할까
한반도 문제 논의 여부도 주목…트럼프, 김정은과 '번개회동' 제안할지 관심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박성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3∼15일(현지시간) 2박3일 방중은 트럼프 집권 2기 미중관계의 새 판을 짜는 치열한 외교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두 '스트롱맨'의 트럼프 집권 2기 첫 대면회담은 작년 10월 말 부산에서 이뤄진 바 있지만, 당시 만남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라는 다자회의를 계기로 무역전쟁의 '휴전'을 연장하는 '원포인트' 회담에 가까웠다.
따라서 집권 1기 때인 2017년 11월 이후 약 8년 반 만에 이뤄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 이번 미중정상회담이야말로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의 양국 관계 토대를 만드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를 포함한 국제관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클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베이징에 도착해 14일 환영행사, 정상회담, 톈탄(天壇) 공원 참관, 국빈 만찬, 15일 티타임과 업무 오찬 등 최소 6차례 일정에서 시 주석과 마주한다.
양국의 경제 및 외교·안보 라인이 총출동해 배석하는 정상회담 외에도 두 정상이 단둘이서 내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은 10일 사전 전화 브리핑에서 양국 간 무역위원회 및 투자위원회 설치 등 무역 이슈와, 핵무기를 포함한 양자 안보 현안, 이란전쟁을 포함한 국제 안보 현안 등이 두루 논의될 것임을 예고했다.
작년 한때 서로 100%가 넘는 초고율 관세를 매기고, 반도체 기술과 희토류 수출통제로 첨예하게 맞섰던 양국은 현재 무역전쟁 '휴전' 상태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대법원에서 무효화된 '상호관세'를 대체할 새로운 관세 도입을 추진 중인 터라 양국 간 교역에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두 정상은 현재의 무역 휴전 틀을 흔들지 않으면서,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 신설을 통해 양국이 첨예한 전략 경쟁 속에서도 안정적인 교역의 메커니즘을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의회 권력의 향배를 결정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국 농민들의 관심사인 대두 등 농산물의 대중국 수출 확대와 보잉 항공기 수출 등과 같은 굵직굵직한 무역 성과를 거두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 면에서는 중국의 빠른 핵무력 확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려를 표명하하면서 투명성을 요구하고, 이에 시 주석은 미중 간 핵전력 격차를 거론하며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사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거론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미중 간 치열한 전장의 하나인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사전 브리핑에서 미국 당국자는 인공지능과 관련한 안보 우려를 두 정상이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소개했지만, 양 정상 모두 'AI 규제론자'라기보다는 '활용론자' 쪽에 가까워 AI의 군사적 이용에 대한 규제 방안 등에 실질적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미지수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과 대이란 무기 수출 가능성, 대러시아 이중용도 품목 수출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미국 정부 당국자는 예고했다.
대이란 전쟁의 와중에 중국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산 원유의 대부분을 구입하는 중국을 상대로 미국이 진행 중인 이란 자금줄 압박에 협조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양 정상 간 상당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미군의 대이란 해상봉쇄를 통해 이란산 원유 수출로를 막아 둔 상황에서 시 주석에게 미국을 대체 수입처로 삼을 것을 제안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아울러 중국이 고도로 중시하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두 정상이 어떤 논의를 할지도 관전포인트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사전 브리핑에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앞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을 계속하는 동시에 '하나의 중국' 정책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현상유지' 의중을 밝힌 것이자, 대만 정책 변화 가능성을 이번 회담에서 '카드'로 삼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 비교적 '안정지향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는 대목이기도 하다.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다뤄질지도 중대 관심사다. 미국 측 사전 브리핑에서 한반도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여러 대화 계기에 북한 문제도 다뤄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점을 찍고 있는 영역이 미중 무역 쪽이고, 이번 회담의 톤이 '안정지향적'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대미 전략적 완충지대로 삼고 있는 북한 문제 역시 논의되더라도 '현상유지'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3차례 만났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번개 회동'을 다시 제안할지 여부는 한반도 정세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방한 계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연락해오면 만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으나 김 위원장이 응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재차 '베이징에서 만나자'는 돌발 제안을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 백악관 당국자는 지난 4일 연합뉴스의 질의에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는 일정이 계획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리멸렬한 대이란 전쟁에 대한 자국 유권자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기회로 북미 '깜짝 회동'을 염두에 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안이 있더라도 최근 수년간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몰두해온 김 위원장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라는 예상도 나온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미중관계를 어느 정도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이번 회담을 활용할 경우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한국의 외교·안보·경제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그만큼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한다.
동시에 이번 회담이 미국 '일강' 체제에서 '미중 양강' 시대로의 실질적 전환을 알리는 이정표를 만들 경우, 미중 사이 외교적 좌표 설정에 대한 한국의 고민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트럼프 2기 들어 가속화하는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 약화의 틈새를 중국이 파고드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중을 계기로 대중국 정책 기조를 '견제'와 '압박'에서 '협력을 통한 이익 극대화' 쪽으로 몇걸음이나마 옮길 경우, 중국의 아태지역 내 영향력은 그만큼 더 커지고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안보와 경제에서 중국의 입김이 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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