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온·오프라인 시너지로 폭발적 외형 확장
유통업계 강자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의 영역 전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기존 뷰티와 생활용품, 패션으로 나뉘던 세 회사의 사업 구분이 무너진 가운데, 주력 시장까지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면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불황도 비껴가며 최고 실적 거둬
‘올다무’는 나란히 외형 성장을 이어가며 유통 강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중이다. 지난해 세 회사 매출은 CJ올리브영 5조 8,538억 원, 아성다이소 4조 5,363억 원, 무신사 1조 4,6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2.1%, 14.3%, 18.1% 성장했다. 세 회사를 합산한 매출 규모는 12조 원에 육박한다. 이들 기업은 지난 2023년 처음으로 국내 주요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 매출을 뛰어넘은 바 있다. 당시 8조 3,218억 원이었던 올다무 합산 매출액은 2024년 10조 51억 원으로 늘었다. 같은 시기 백화점 주요 3사의 백화점 부문 합산 매출은 2023년 8조 2,979억 원, 2024년 8조 3,947억 원, 2025년 8조 4,382억 원을 기록했다. 3년간 성장률은 1.7% 수준이다.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에서 이례적인 호황을 누렸다고 평가받는 백화점보다 더 큰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수익성 면에서도 백화점을 앞질렀다. 올다무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6% 증가한 1조 3,157억 원을 기록해 백화점 3사의 백화점 부문 영업이익 합산액(1조 3,021억 원)을 앞섰다. 백화점이 명품 유치와 이색 팝업스토어, 초대형 식품관 등 다양한 변신으로 맞불을 놓았음에도 골목 상권까지 파고든 올다무의 접근성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백화점 3사의 점포 수는 총 58곳인 반면, 올다무는 3,000여 곳에 달해 수적 열세가 뚜렷하다.
올다무의 성장 요인에는 외국인 관광객 사이의 ‘필수 코스’로 알려진 것이 컸다. 명동, 성수 등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늘리면서 해외 소비자에게 눈도장을 찍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외국인 관광객은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외국인 방문객의 누적 구매액이 1조 원을 돌파했고, 2023년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했던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25%를 넘었다. 이에 발맞춰 올리브영은 서울 명동과 홍대, 성수에 외국인 전용 매장을 내 체험형 공간으로 모객에 나섰다. 마스크팩은 피부 유형이나 기능별로 맞춤형 소개하고, 16개의 언어를 동시에 통역해 주는 휴대용 번역기도 들여놨다.
다이소 역시 생활용품은 물론 패션·뷰티·건강기능식품으로 카테고리를 넓히고, 5,000원 이하 가성비로 외국인을 공략했다. 명동에는 12층 규모의 초대형 매장을 내 외국인들의 발길도 끌고 있다. 이러한 결과 다이소도 지난해 해외 카드 결제금액이 전년 대비 60% 늘었다. 무신사 역시 K-패션 인지도 상승과 함께 글로벌 고객 유입이 확대되며 ‘무신사 스토어 홍대’와 ‘무신사 스탠다드 명동점’의 매출 중 약 45%가 외국인 고객인 것으로 전해진다.
백화점 3사 역시 외국인 전용 멤버십과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며 서비스 확대에 주력하며 외국인 관광객 모시기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외국인 전용 멤버십인 ‘롯데 투어리스트 카드’를 내세워 쇼핑 편의를 강화했다. 또한 전 점포에 약 400대의 즉시 환급기를 설치해 결제 후 매장에서 세금 환급을 받도록 고안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외국인 VIP 멤버십을 강화하는 한편, 이들의 선호도가 높은 푸드마켓과 F&B(식음료) 할인권을 확대했다. 현대백화점도 외국인 멤버십인 ‘H포인트’ 가입자 수를 늘리고 있는데, 핵심 점포인 ‘더현대 서울’에서는 공항과 서울을 오가는 외국인 환승객을 잡기 위한 왕복 버스도 운영하고 있다.
올인원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3사 간 경쟁도 치열
올다무의 성장세는 소비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국가통계포털이 발표한 2025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물가 상승률을 제외한 실질 소비지출은 0.4% 감소했다. 실질 소비지출이 감소한 것은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소비자들이 체감 물가 부담에 상품과 서비스 구매를 줄였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올다무의 실적이 오히려 커진 것은 이들이 불황기에 강한 소비 채널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3사는 올해 더욱 공격적인 전략을 통해 늘어나는 수요를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올리브영은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미국 1호 매장을 열 예정이다. 미국에서 K-뷰티 채널을 넘은 글로벌 뷰티 채널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이다. 무신사도 성수동에 약 2,000평 규모의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를 오픈한다. 단일 매장 기준 국내 최대 규모다. 약 1,000여 개의 국내외 의류 브랜드와 자체 뷰티 상품에 더해 식음료(F&B)까지 포괄한 복합 공간으로 사실상 백화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이소는 전국 1,600여 개 매장과 물류망을 중심으로 기존의 균일가 정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들 기업은 각각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서로 간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올리브영과 다이소가 기존 오프라인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온라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 온라인 몰을 기반해 성장해 온 무신사는 오프라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각기 다른 출발선에 섰던 세 회사가 온·오프라인 경계까지 허무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카테고리 붕괴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는 흐름이다. 그동안 올리브영은 뷰티 로드샵, 다이소는 균일가 생활용품점, 무신사는 온라인 패션 편집숍으로 사업 구분이 명확했다. 그러나 올리브영은 최근 뷰티 상품을 넘어 웰니스 특화 플랫폼 ‘올리브베러’를 론칭하며 사업 카테고리를 확대했다. 다이소 역시 저가 뷰티·패션 상품을 앞세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무신사는 ‘무신사 뷰티’ 첫 매장을 오픈하며 영역을 넓혔다.
주력 상품군 구분이 무너지면서 경쟁 구도는 유통 채널 간 대결을 넘어섰다. 이러한 흐름 속 각 회사는 온·오프라인으로 구분됐던 주 무대를 확장하고 있다. 다이소는 지난 2023년 ‘샵다이소’와 ‘다이소몰’ 등으로 구분됐던 온라인 플랫폼을 단일 온라인 몰 체제로 전환한 후 이용자 수와 거래액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2월 다이소몰의 월간 사용자 수(MAU)는 516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같은 기간 컬리의 450만 명보다 높은 수치로, 이미 온라인 전문 플랫폼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올리브영 역시 전국 매장을 물류 거점처럼 활용하는 ‘오늘드림(즉시배송)’ 서비스 등 배송 경쟁력을 확대하며 온라인 몰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월 올리브영 앱 MAU는 934만 명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올리브영과 다이소의 온라인 시장 공세와 달리 무신사는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출발한 무신사는 최근 오프라인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를 앞세워 지난 2021년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이기 시작해 최근 호남권 첫 매장 ‘신세계백화점 광주점’까지 39번째 오프라인 거점을 구축한 상태다. 무신사는 연내 전국 매장을 50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현재까지 세 회사의 경쟁 구도에 뚜렷한 승자를 가리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크다. 각 사가 강점을 가진 영역이 뚜렷한 데다, 온·오프라인 확장 전략 역시 서로 다른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어서다. 다만 올다무 모두 기존 사업 모델 한계를 넘어 ‘올인원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 구도는 한층 명확해졌다. 결국 각자의 강점을 기반으로 서로의 약점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최종 결전지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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