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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바운드 관광객 3,000만 명 유치를 공식 목표로 내건 가운데, 한국 호텔 산업은 기회와 구조적 한계 사이에 서 있다. 숙박 시설 확충을 위한 민간 투자를 가로막는 세제 장벽, 갈수록 심화되는 인력난, 학계와 현업의 단절, 그리고 변화하는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서비스 구조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한국호텔업협회 대외협력 부회장이자 메이필드호텔 서울 대표이사인 김영문 대표를 만나 호텔 산업의 현안과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대표는 2017년 취임 이후 메이필드호텔을 이끌어온 현장 경영인으로, 경희대 관광학 박사이자 연세대 겸임교수, 규제개혁 관련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세제 개편부터 직무급제 도입, 산학 협의체 구성, 웰니스 트렌드 대응, AI 시대 호텔의 업 정의까지 그는 한국 호텔 산업이 지금 풀어야 할 구조적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짚어냈다.
세제 역차별에서 인허가 난맥까지… 정책이 투자를 막는다
그가 가장 먼저 꺼낸 이야기는 세제였다. 정부가 숙박 시설 확충을 촉구하면서도 정작 세제는 역방향으로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현행 세법은 법인이 호텔을 신축하거나 취득할 경우 일반 취득세율 2.8%가 아닌 4.4%의 중과세를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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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지으라고 하면서 중과세를 하는 것은 대단한 모순"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용됐던 중과세 면제 제도가 종료된 이후 개선 없이 방치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종합부동산세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공장은 종부세 납부 예외 대상에 포함되는 반면 호텔은 빠져 있다. "호텔 부동산은 투기가 아닌 생산 시설로 보유하는 것이다. 공장과 동일한 산업 시설인데 예외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관광 산업에 대한 차별이자 입법 불비"라고 강조했다. 세제 문제와 맞물려 인허가 절차도 투자 의지를 꺾는 요인으로 꼽았다. 토지 매입부터 철거, 신축까지 이어지는 복잡한 절차가 시일을 과도하게 늘린다는 것이다. "한시적으로라도 호텔 건축 지원 TF를 구성해 각종 인허가를 원스톱으로 처리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창구가 바로 협회다. 한국호텔업협회는 최근 불합리하게 산정되던 교통유발금 계수를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외국인 관광객은 자가용을 가져오지 않는데도 백화점과 동일한 계수를 적용받던 문제가 시정된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적용 제외를 비롯한 현안에 대해서도 관계 당국과의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관계 당국의 높은 벽에 가로막혀 회원사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는 부분이 아쉽다"고 인정했다. 협회가 지금보다 이익 단체로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 조사·연구 기능을 확충하고 운영 자금과 신규 수익원 확보가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K-콘텐츠가 불 지피고, 웰니스가 방향 잡는다
정책적 과제가 산적한 반면, 시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K-콘텐츠의 파급력이 호텔 수요로 직결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BTS 공연이 경기도 고양에서 열렸을 때 메이필드호텔에도 해외 관객들이 2~3일씩 머물렀고, 고양 소재 호텔들은 완전 만실을 기록했다. 세븐틴 공연 때는 투숙객들의 SNS 인증이 자발적으로 이어지면서 지역 인프라 전반으로 효과가 확산됐다. 그러나 이 기회를 지속 가능한 성과로 연결하려면 호텔업계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공연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안내하는 로컬 여행 가이드 역할이 필요하다"며, 기획사와의 사전 협업을 통해 서비스와 콘텐츠를 기획 상품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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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발 인바운드가 단기 수요를 견인한다면, 웰니스는 호텔 산업의 중장기 진화 방향을 가리키는 키워드다. 그는 호텔이 단순 숙식을 넘어 관광의 목적지로 기능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효율'에 맞춰진 운영 방식이 이제는 '여유'에 맞춰서 바꿔져야 한다. 직원의 서비스 흐름이 빠름보다는 느긋함에 맞춰져야 하며, 이를 위해 웰니스를 이해하고 서비스하는 원숙한 직원이 필요해진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국내 유치는 이 흐름에서 초개인화 서비스 구조화 노하우를 국내 업계에 전파하는 통로가 될 것으로 봤다.
일 할 사람이 없다… 호텔업계 인력 위기
웰니스 전환이든 초개인화 서비스든, 결국 이를 구현하는 것은 사람이다. 인력 문제는 그가 인터뷰 전반에 걸쳐 가장 많이 되짚은 주제였다. 관광·호텔 관련 학과 졸업생들이 업계를 기피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그는 타 산업 대비 낮은 급여 경쟁력과 코로나를 거치며 쌓인 산업 전망에 대한 실망감을 꼽았다. 다만 최근 보상 경쟁력이 많이 향상되고 성장세도 가팔라져 상황은 호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적 해법으로는 정부가 관광 산업의 인력 수급을 전망하고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산학이 머리를 맞대서 원하는 인재상을 정립하고 이를 양성할 수 있는 방안과 학과 정원 등도 함께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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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기피 문제의 해법은 급여 구조 개편과도 맞닿아 있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직무급제 전환이다. 현행 연차 기반 호봉제는 일정 근무 연한 이후 숙련도 향상이 정체됨에도 급여는 계속 오르는 부작용이 있다. "직무급제가 도입되면 신입 직원에 대한 급여도 높아져 우수 인력 유입의 요인을 제공할 수 있고, 조직의 활력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입의 전제 조건으로는 노사 합의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 문화 변화를 꼽았다.
인력 문제는 학계와의 단절과도 이어져 있다. 관광경영학은 산업에 직접 적용되는 실용 학문임에도 학계와 현업의 교류가 사실상 끊겨 있다. "우리나라 관광학회지는 아시아 선두권 권위를 인정받고 있지만, 관광 산업 CEO 중에 그 논문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그는 반문했다. 현장이 원하는 인재를 학교가 키워내려면 먼저 서로의 언어가 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소책으로 산학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학계 연구에 필요한 산업 데이터 제공, 산업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한 커리큘럼 논의가 하나의 테이블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AI 시대, 사람으로 승부해야… 호텔이 다시 쓰는 업의 정의
인력의 질을 높이는 일이 시급한 이유는 AI 시대의 도래와도 직결된다. AI·로봇 기술 확산에 따라 호텔업계는 등급 기준으로 뚜렷하게 양극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그는 내놨다. 4성 이하 중저가 호텔에서는 인력 대체가 급격히 진행되는 반면, 5성 럭셔리 호텔은 오히려 인적 서비스를 더 강화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기계적인 서비스에 익숙한 고객들이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인적 서비스를 더욱 갈망하게 될 것"이라며,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무언의 바람을 읽고 맞춤형으로 응대하는 역량, 그 바탕에 인문학적 소양과 타인에 대한 너그러운 이해가 깔린 인재 육성이 5성 호텔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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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과 서비스의 방향이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다면, 호텔이라는 공간 자체의 정의도 그 연장선에 있다. 김 대표가 정의하는 호텔업의 본질은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플랫폼'이다. 돌잔치, 결혼식, 환갑 잔치처럼 삶의 주요 시점마다 만남을 이어주는 것이 호텔의 역할이었다. 앞으로는 이 기능이 가족 행사 중심에서 낯선 사람들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는 더욱 고립화돼 가고 있고, 사람이 그립지만 기존 만남의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런트립처럼 특별한 목적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줄 수 있는 플랫폼이 호텔의 역할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하드웨어 경쟁은 의미를 잃었다고도 했다. "자기 방이 호텔방보다 좋은 하드웨어를 가진 시대다. 새로운 경험과 콘텐츠를 끊임없이 창출하는 역량을 가져야 하며, 사람들이 연결될 수 있는 로비 등 공용 공간에 대한 배려와 투자가 필요하다."
결국 세제 개혁, 인력 구조 재편, 산학 연계, 럭셔리 브랜드 유치는 따로 떼어 볼 수 없는 하나의 구조적 문제다. 이 과제들을 개별 건의 사항으로 접근해서는 풀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투자는 민간이 하더라도 투자 유인책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이며, 특히 국가 차원의 서비스 R&D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새로운 환대 문화를 조성하려면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래의 방향성을 설정하며, 세부 사항들에 대한 개별적 R&D가 필요하다." 이것이 대통령이 제시한 관광 새마을 운동의 실질적인 실행 방안이 돼야 한다는 말로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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