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천막 아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형 뽑기 기계 앞에 줄 선 학생들, 야외 테이블에서 야식을 즐기는 가족들로 단지 내부가 북적였다.
지난달 23일 저녁,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한 대형 단지에서 열린 행사 풍경이다. 약 200m 길이의 진입로를 따라 50여 개의 부스가 들어섰고,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불야성을 이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단됐던 단지 내 야간 장터가 전국 곳곳에서 부활하고 있다. 푸드트럭, 체험 프로그램, 버스킹 공연까지 결합되면서 규모는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엄마가 용돈 5천원 주시면서 조심히 놀다 오라고 하셨어요." 현장을 찾은 박모(12) 군이 들뜬 목소리로 전했다. 간식을 사고 게임도 즐길 수 있어 학교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것이다.
주민 이모(37) 씨는 산책 나왔다가 자연스럽게 먹거리를 구매하는 재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상인분들도 경기가 어려운데, 주민들 불편만 없다면 서로 윈윈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정보 공유가 활발하다. 당근마켓 '동네생활'에는 "야시장 여는 곳 알려달라"는 요청이 올라오면 인근 단지 일정을 안내하는 답글이 줄줄이 달린다. 약 1천400명이 가입한 푸드트럭·노점 정보 공유 모임까지 개설됐다.
경기도 성남에서 초등학교 1학년 자녀와 함께 행사장을 방문한 김모(38) 씨는 "아이 눈에는 작은 축제로 느껴지는 것 같다"며 "분기별로 한 번씩 열리는 정도라면 주민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다"고 평가했다.
파주시 금촌동의 행사에 참여한 최모(31) 씨 역시 긍정적이었다. 퇴근 후 모이기 힘든 동료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남은 음식을 담아갈 용기와 봉투가 제공된 점도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용인 거주 한모(36) 씨는 이웃 간 교류 효과를 강조했다. 평소 얼굴만 보던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고, 아이도 친구들과 간식을 먹으며 즐거워했다는 설명이다.
◇ 쓰레기·소음·안전 우려 쏟아져
반면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최씨는 쓰레기통 부족으로 바닥에 버려진 폐기물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경품으로 비비탄총이나 화약총 장난감이 걸려 있었고, 이를 사람들에게 겨누는 아이들도 목격됐다는 것이다. 행사 후 전기 사용료나 부수입 정산 내역이 공지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았다.
안산시 상록구 행사를 방문한 박모(31) 씨는 차량 통제 미흡을 우려했다. 부스 사이로 차량이 오가며 매우 혼잡했고, 아이 동반 가족이 많은 만큼 안전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시험 기간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용인 주민 정모(42) 씨는 "마이크와 스피커 사용을 밤 8시 이후에는 자제해달라"며 "자녀가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더라"고 전했다.
위생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모(51) 씨는 지난달 방문한 인근 행사에서 포장마차 주인이 흡연 직후 손을 씻지 않고 오징어를 손질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조리 재료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 3월에는 용인의 한 단지 온라인 커뮤니티에 "반대 의견이 다수인데 왜 다시 개최하느냐"는 항의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 관리사무소 "대표회의 의결 거쳐 진행"
아파트 측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과 업체 협의를 통해 행사를 개최한다고 설명한다. 용인시 수지구의 한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4월 29일 행사는 대표회의 의결을 거쳤고 주민 반응도 좋았다"고 전했다. 이어 "소음 민원을 줄이기 위해 인근 학교 시험 일정을 확인한 뒤 날짜를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야시장 기획 전문업체 대성유통의 노정섭 대표는 "요즘 단지마다 입주민 공동체 활성화 담당자가 있어 이런 행사 개최 요구가 크게 늘었다"며 "신규 입주 단지나 1천 세대 이상 대규모 단지, 밀집 지역 등에서 특히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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