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비정상적 춘투, 정상화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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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비정상적 춘투, 정상화 나서야

이데일리 2026-05-11 05:24: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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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작금의 삼성전자 노조 파업사태는 대한민국 노동시장이 지닌 비정상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비정상적으로 양극화가 심한 이중구조를 띠고 있다. 한쪽에 고용안정과 고소득을 향유하는 대기업 정규직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저소득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이 있다.



대기업 노동시장은 높은 진입 장벽을 쌓고 비정상적일 정도의 배타적 지대추구(rent seeking) 행위가 이뤄지는 곳이다. 지대추구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사회 전체에 새로운 부를 창출하지 않으면서 기존의 부에서 자신의 몫만을 늘리기 위해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활용하는 비생산적 활동’이라고 돼 있다.

이러한 지대추구 행위를 가능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대기업 노동조합이다. 대기업 노조는 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권리는 풍부하게 누리면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

이번 삼성전자의 노조파업 사태는 이런 대기업 노동시장의 특성을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경쟁기업들에 밀리고 이익은 쪼그라들었다. 삼성 위기론이 확산하며 위기감이 팽배했다. 결국 최고경영진에 책임을 물어 경영진 물갈이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인력 구조조정은 없었다. 여타 선진 경쟁기업들 같았으면 강력한 인력 구조조정을 동반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엄두를 낼 수 없다. 현행 노동법상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것도 있지만 정치 사회적으로 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노동조합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나라가 후진국에서 벗어나 선진국화하는 과정은 후진국에 일반적으로 만연하는 지대추구 행위를 하나씩 해소해 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즐겨 사용하는 용어로 치면 ‘비정상의 정상화’다.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 수십 년 간 이런 선진화의 과정을 거쳤다.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것은 곳곳의 지대추구 행위를 성공적으로 해소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경제 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여전히 지대추구 행위가 남아 있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대기업 노동시장이다.

후진적 노동시장이 가져온 가장 큰 폐해는 경제 양극화다. 한국경제 소득 양극화와 자산 양극화의 진원지는 도를 넘어버린 양극화한 노동시장에 있다. 주식시장을 아무리 키우고 부동산 시장을 잡아 본들 양극화된 노동시장을 그대로 두고는 경제 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다.

후진적 노동시장의 또 다른 폐해는 일자리 낙수 효과를 끊어버렸다는 것이다. 대기업 경기가 아무리 호황이라 한들 기업들은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다. 무서운 노조와 경직된 고용 환경에 적응해 대기업들은 가능한 한 고용을 최소화하는 노동절약적 생산방식을 진화 발전시켰다. 산업용 로봇 밀도 세계 1등이 된 것도 이런 연유다. 그럴수록 노조의 저항은 커지고 기업은 고용을 더욱 꺼리는 악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다. 이런 구조가 수십 년 동안 고착화한 결과 우리나라의 대기업 일자리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거의 최하위 수준일 정도가 돼 버렸다.

비정상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종국에는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1990년대 말 겪은 고통스러운 외환위기도 그런 경험에 다름 아니다. 소위 ‘1987년 체제’로 형성된 극도로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혁하지 못한 것이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고 그 결과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하에서 참혹한 노동시장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다.

극단의 상황으로 가기 전에 노동시장 개혁을 이뤄야 한다. 이번 삼성전자 노조 파업사태가 오히려 좋은 기회다. 이 시대 가장 심각한 지대추구 영역으로 남아 있는 노동시장 개혁 작업에 바로 착수해야 한다. 성숙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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