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정치지형 뒤집혀…총리 꿈꾸는 패라지 "일회성 아냐" 자신감
노동당내 총리 교체 요구↑…"스타머에 사임요구 의원 약 30명"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지난 7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지방선거는 창당 10년도 안 돼 차기 총선에서 집권을 목표로 하는 주류 정당으로 성장한 우익 영국개혁당의 입지를 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10일 완료된 잉글랜드 136개 지방의회 선거 개표 결과 영국개혁당은 총 1천453석을 확보했다. 이번 선거에 걸린 의석의 29%를 휩쓸었고 단 2석을 얻었던 4년 전과 비교하면 1천451석이 늘어난 압승이다. 14개 지방의회에선 과반 의석도 확보했다.
집권 노동당은 절반을 넘는 1천496석을 잃어 1천68석에 그쳤다. 과반 확보 지방의회는 28곳으로, 38곳이나 잃었다.
웨일스 의회 선거에서 영국개혁당은 전체 96석 중에서 34석을 차지해 웨일스당(플라이드 컴리·PC, 43석)에 이은 원내 제2당이 됐다. 스코틀랜드 의회에서는 노동당과 같은 17석을 확보해 스코틀랜드국민당(SNP, 58석)에 이은 공동 제2당이 됐다.
영국개혁당은 앞서 웨일스와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보수당에서 이적한 의원만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자력 입성하면서 제2당으로 올라섰다.
영국개혁당을 이끄는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반(反)이민·반유럽통합을 내세운 유럽의 대표적인 우익 포퓰리즘 정치인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고 2018년 11월 개혁당 전신인 브렉시트당을 창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지지하고 트럼프 행정부와 비슷한 정부 지출 감축, 이민 단속 정책을 내세우며 '영국판 트럼프'로도 불렸다. 최근에는 집권 시 불법 입국자 수십만명을 추방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논란이 있는 극우 세력과는 거리를 두고 "우리는 극우가 아니라 진짜 보수"라며 정권 창출을 목표로 삼는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이번 선거로 패라지의 영국개혁당이 부정할 수 없이 강력한 선거 세력임을 확인했다"며 "문제는 총선 승리와 웨스트민스터(영국 하원) 과반 달성 여부인데, 총리가 되려는 패라지의 목표는 엄청난 과제가 있긴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패라지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전통적인 노동당 텃밭에서도 영국개혁당이 성과를 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개혁당의 성공이 '요행'이나 기성정당에 대한 '반발 표'가 아니라 당 자체 기반이 두터워진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일회성 표심이 일회성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개혁파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당이 압승했던 2024년 7월 총선 이후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영국 정치 지형이 완전히 뒤바뀐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2차례 지방선거와 수차례 보궐선거, 여론조사 등을 보면 영국은 더이상 노동당·보수당의 양당 체제가 아니라, 자유민주당, 녹색당, 영국개혁당까지 더한 '5파전' 양상이다.
이번 잉글랜드 지방선거에서도 제1야당 보수당은 의석이 563석 줄어 801석에 그쳤지만, 중도 성향 하원 제3당 자유민주당은 155석을 늘려 844석이 됐고 좌파 녹색당도 441석 늘려 587석을 확보했다.
여기에 스코틀랜드에선 SNP가 제1당 자리를 지켰고 웨일스에선 웨일스당이 자치 의회 출범 27년 만에 처음 최대 다수당이 되면서 민족주의 정당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SNP는 선거 운동 기간 영국으로부터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 추진을 공언하기도 했다.
영국 선거 전문가 존 커티스 스트래스클라이드대 교수는 BBC 기고에서 "영국 정치가 아주 조각 났음을 보여준 선거"라며 "그야말로 지진과 같다"고 말했다.
집권 노동당 내에서는 스타머 총리가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기 총선은 2029년 여름까지만 치러지면 되지만, 집권 노동당 하원의원들이 당 대표를 교체하면 총리는 바뀔 수 있다.
스타머 내각에서 외무부 정무차관을 지낸 캐서린 웨스트 하원의원은 9일 BBC와 인터뷰에서 "월요일(11일)까지 대표직 도전자가 없다면, 노동당 의원 총회 모든 이들에게 내 이름을 올리라고 요청하겠다"며 현재 지지 의원 약 10명을 모았다고 말했다.
웨스트 의원의 이 같은 움직임은 앤절라 레이너 전 부총리나 웨스 스트리팅 보건장관 등 잠재적 차기 총리 경쟁자로 거론돼 왔으나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노동당 유력 하원의원들에게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고 주요 매체들은 지적했다.
노동당은 의원 20% 이상의 지지를 모은 현직 의원이 현 대표에게 도전장을 낼 수 있다. 현재 노동당 의원이 403명이므로 최소 81명이 한 경쟁자 중심으로 집결해야 한다. 또 다른 유력 인사 앤디 버넘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은 현직 의원이 아니므로 도전할 수 없다.
BBC 방송은 스타머 총리에게 사임을 요구하는 의원이 약 10명, 사임 일정을 잡으라고 요구한 의원이 약 20명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스타머 총리는 8일 취재진에게 사임은 없다고 못 박은 데 이어 9일 디옵서버와 한 인터뷰에서도 차기 총선까지 노동당의 승리를 이끌어 2024년 취임 당시 목표대로 '10년 국가 리셋 프로젝트'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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