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호, 미사일 혹은 자폭드론에 피격 가능성…이란 소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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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호, 미사일 혹은 자폭드론에 피격 가능성…이란 소행인가

연합뉴스 2026-05-10 22:09: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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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부공격 확인 뒤에도 신중기조…"공격주체 예단 않겠다"

비행체 엔진 잔해 등 조사 계획…정부 "美·이란과 계속 소통"

공개된 HMM 나무호 선체 파공 공개된 HMM 나무호 선체 파공

(서울=연합뉴스)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어난 한국 선박 화재 사건은 미상 비행체의 타격에서 비롯됐다고 정부가 밝혔다.
외교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의 정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현장 조사단이 기록한 사진을 공개했다. 선체 하단에서 확인된 폭 5m·깊이 7m 파공. 2026.5.10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김동현 김지헌 기자 = 정부가 10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나무호) 화재가 미상 비행체의 타격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공격 주체와 수단은 여전히 불분명한 상황이다.

오인 사격이 아닌 이상 민간 선박에 의도적으로 피해를 가할 주체가 사실상 이란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어 보이지만, 정부는 예단하지 않고 선박 공격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며 향후 대응 방침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가 이날 발표한 정부 합동 조사단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HMM 나무호의 CCTV 영상에서 미상 비행체 2기가 약 1분 간격으로 나무호를 타격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타격의 충격으로 진동을 동반한 화염과 연기가 발생했고, 좌측 선미 외판이 폭 약 5m, 깊이 약 7m까지 훼손됐다.

다만 영상만으로는 비행체의 정확한 기종과 물리적 크기 등을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어 정부는 현장에서 수거한 비행체 엔진 잔해 등을 추가로 분석할 계획이다.

이란의 공격으로 확인될 경우 그간 이란이 해협 내 선박을 위협할 때 주로 사용해온 자폭드론이나 대함미사일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미상의 비행체는 드론이라고 생각하면 되냐'는 질문에 "정확한 발사체에 대한 정보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그것이 드론인지, 미사일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드론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들은 나무호가 기관실 화재로 자력 운항이 불가능해지긴 했지만, 반파되거나 침수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군 소식통은 "순항미사일이라면 파공도 더 크고 피해가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드론 두 대를 보내서 한 번 터뜨리고, 같은 데를 다시 터뜨리면 선체 7m 안까지 뚫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드론과 미사일의 비행 특성을 고려하면 미사일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해수면보다 약 1~1.5m 상단 부분이 파손됐다는 점을 들며 "드론은 시스키밍(수면과 가까운 고도의 비행)을 못 하기 때문에 해수면과 붙어서 날아오는 대함미사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대함미사일은 시스키밍으로 낮은 고도에서 수평비행으로 해 동일 지점 연속 타격이 가능하다. 또 드론은 속도가 느려 표적에 접촉하자마자 폭발하는데 철판을 뚫고 들어갔다면 대함미사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란의 나스르-1(Nasr-1) 대함 순항미사일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드론에 동력을 제공하는 엔진과 미사일에 사용되는 엔진은 그 크기와 제원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정부가 확보한 잔해가 너무 심하게 훼손되지 않은 상태라면 이런 기술적 차이를 근거로 비행체의 기종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익명의 군사전문가는 "건져올린 엔진이 제트 엔진이면 미사일, 왕복 엔진이면 드론"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부품의 원산지 등도 분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이란이 미사일과 드론 생산에 필요한 기술과 부품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제재와 수출통제를 엄격히 시행해왔기 때문에 이란은 서방보다는 주로 중국과 러시아에서 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부품을 조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CCTV 영상을 통해 비행체를 확인한 만큼 그간 일각에서 제기해온 기뢰나 어뢰가 공격에 사용됐을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 호르무즈 나무호 사고 결과 발표 박일 외교부 대변인, 호르무즈 나무호 사고 결과 발표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박일 외교부 대변인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호르무즈 나무호 사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6.5.10 hwayoung7@yna.co.kr

정부는 비행체가 나무호를 타격한 사실을 확인한 뒤에도 공격 주체나 향후 대응에 대해 여전히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그간 정부는 공격 여부 등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박일 대변인은 이날 조사결과 브리핑에서도 "현재 이 공격의 주체에 대해서는 예단을 하지 않고자 한다"며 아직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화물선 HMM 나무호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한 지난 4일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선박들을 안전 지역으로 유도하는 군사 작전을 개시한 날이었다.

당시 이란은 미국의 이런 작전을 휴전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이란과의 협의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행하려는 선박을 무력으로 저지하겠다고 경고하는 상황이었다.

실제 당일 미국과 이란 간에 소규모 무력 충돌이 있었고, 이란이 주변 아랍국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기 때문에 나무호도 공격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날 조사결과 발표 직후 외교부 청사에서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에게 조사결과를 설명했다.

지금까지 이란 정부는 이 사건에 이란 공화국의 군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이란이 요구하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 조건을 준수하지 않으면 "의도치 않은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를 두고 이란 정부의 지휘계통을 벗어난 혁명수비대 등의 우발적인 공격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쿠제치 대사는 이날 외교부 청사를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선박 공격을 "사고"(accident)라고 지칭하면서 '이란 군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이란 정부의 여전한 입장이냐'는 질문 등에 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부터 이란의 공격이라고 단정했으며, 이를 계기로 한국이 미군의 호르무즈 해협 선박 '해방' 작전에 동참해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이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진전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이에 따라 미군의 호르무즈 해협 작전도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가 다소 낮아진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선박 공격 주체가 이란으로 확인될 경우 정부는 한국 선박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주도의 해협 안정화 노력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방안을 포함해 더 적극적인 대응을 검토해야 한다는 필요와 압박에 마주할 수 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사고의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비롯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추진함으로써 우리 국민 안전 확보에 정부는 만전을 기해 나가고자 한다"며 "해양자유구상(MFC)을 비롯한 미국 측 구상 참여 문제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미국 측에도 설명하고, 관련된 소통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외교부 방문 후 취재진에 둘러쌓인 주한이란대사 외교부 방문 후 취재진에 둘러쌓인 주한이란대사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가 10일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HMM 나무호 호르무즈해협 피격 사건과 관련한 외교부 설명을 들은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2026.5.10 hwayoung7@yna.co.kr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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