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화물선 HMM 나무호 화재 사건에 대해 외부 공격이었음을 공식 확인했다. 사건 초기 피격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온 정부가 현지 조사를 마치고 처음으로 공격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외교부 박일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지난 5월 4일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나무호 선미를 타격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CCTV 영상을 통해 해당 비행체가 포착됐으나, 발사 주체와 정확한 기종, 물리적 크기 등을 특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지 시간 4일 오후 3시 30분경 미상 비행체 2기가 약 1분 간격으로 나무호 선미 좌현 평형수 탱크 외판을 연속 타격했다. 1차 타격으로 화염이 발생했고, 2차 타격 이후 화재 규모가 급격히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충격 직후 진동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으며, 화재 원인이 선박 내부 요인과는 무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대변인이 전했다.
타격 지점 외판에는 폭 약 5m, 깊이 약 7m 규모의 파공이 형성됐다. 선체 내부 프레임이 안쪽으로 휘어지고 외판은 바깥쪽으로 돌출된 형태를 보였다. 파손 부위가 해수면보다 1~1.5m 높은 위치에 있고, 폭발 압력에 의한 파손 패턴과 반구형 관통 형상 등을 종합할 때 기뢰나 어뢰에 의한 피격 가능성은 낮다는 게 조사단의 판단이다.
현장에서 수거된 비행체 엔진 잔해에 대한 추가 분석이 예정돼 있으며, 드론인지 미사일인지, 어느 국가 소행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 대변인은 공격 주체에 대해 예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브리핑 직전 외교부 청사에서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의 모습이 목격됐다. 공격 주체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 대사가 방문한 배경에 대해 박 대변인은 이란이 관련국에 해당하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쿠제치 대사는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면담 후 취재진에게 "이 사고에 관한 일반적인 이슈 일부를 논의했다"고만 언급했다.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이던 나무호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한 이 사건은 미국과 이란 간 불안정한 휴전 국면에서 한국 선박이 처음으로 피해를 입은 사례가 됐다. 초기에는 인명 피해가 없다고 알려졌으나, 선원 1명이 사건 다음날 경미한 부상을 입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현재 해당 선원은 통증이나 거동에 문제가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자력 운항이 불가능해진 나무호는 두바이항으로 예인됐으며,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안전심판원 조사관 3명과 소방청 감식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현장에 파견됐다. 군사 전문가도 조사에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상 비행체의 발사 주체가 이란으로 밝혀질 경우 상당한 외교적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란이 그간 이 지역에서 미군 함정과 각국 선박을 상대로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감행해온 전력이 있어 '이란 소행설'은 사건 초기부터 제기돼 왔다. 다만 주한이란대사관 측은 자국 군의 개입을 부인해왔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재 발생 직후부터 이란의 공격이라고 단정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각국 선박을 '해방'시키기 위한 미군 작전에 한국의 동참을 압박해왔다. 미국 측이 공격 주체를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는지, 관련 정보를 한국에 제공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박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박 대변인은 미측에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이후 한미 간 소통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사고 원인의 철저한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미국의 해양자유구상(MFC) 참여 문제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에는 조사 결과를 논의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회의가 개최된 것으로 전해졌다.
Copyright ⓒ 나남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