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을 뒤집어엎은 행위가 신체에 대한 위험성이 없어 보인다면 폭행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1년 5월 경기 고양시 한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의실에서 B씨와 말다툼하던 중 앞에 있는 책상을 B씨가 서 있던 쪽으로 뒤집어엎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A씨 행위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죄 판단에 대해 "피고인이 뒤집어엎은 책상 파편의 일부가 피해자에게 튀었고, 피고인의 갑작스러운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 등이 상당히 놀라고 위협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폭행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면서 A씨의 상고를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피고인이 한 행위의 부수적인 결과로 피해자에게 책상 파편 일부가 튀었다는 사정을 비롯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서 알 수 있는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했다거나 피고인에게 폭행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책상을 뒤집어엎은 방향은 다른 책상으로 막혀 있었던 점, 피해자는 피고인 기준 약 10시 방향에 서 있었던 점,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위험성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단순히 피해자를 놀라게 하거나 겁을 줬다는 것만으로 '폭행'으로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를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형법상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완전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사람의 심리적 불안감까지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므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은 사안에서 사람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가 폭행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도 제시했다.
재판부는 당시 "폭행죄의 보호 법익이 '신체'의 완전성이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해당 행위의 신체 지향성 유무와 정도, 그로 인한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위법성의 정도와 직접성, 행위자와 피해자의 공간적 근접성, 행위의 직접적인 목적과 의도, 행위의 태양과 종류, 수단과 방법, 행위 당시의 정황, 피해자의 신체에 가하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아울러 참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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