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준 부산시교육감 예비후보.(사진=김성욱 기자)
"수학여행비를 내지 못해 친구들 앞에서 고개 숙이는 아이만큼은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아이들 이야기부터 꺼냈다.
9년 동안 부산 교육을 이끌어온 그는 성과보다 아이들의 표정을 먼저 말했다. 숫자보다 마음을 이야기했고, 경쟁보다 존중을 이야기했다. AI 시대를 말하면서도 기술보다 사람의 향기를 먼저 꺼냈다.
재선거 전 2년 동안 그는 부산 갈맷길과 해파랑길, 제주 올레길까지 1500km를 홀로 걸었다. 흔들리는 교육 현장과 쏟아지는 비판 속에서, 길 위의 시간은 결국 자신에게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고 했다.
"교육은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는 잠시 시선을 떨궜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답했다.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결국 그를 다시 교실 앞으로 돌아오게 한 것도 아이들이었다.
◆ "학교만큼은 아이들이 끝내 기댈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김 교육감은 인터뷰 내내 '공교육 찬스'라는 표현을 여러 번 꺼냈다. 부모의 경제력이 아니라 학교가 아이의 삶을 끝까지 지켜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가장 먼저 아이들의 '보이지 않는 상처'를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예민합니다. 친구들은 들뜬 표정으로 수학여행 이야기를 하는데, 혼자 신청서를 끝내 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잠시 말을 고른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친구들은 들떠 있는데 혼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이의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짧게 덧붙였다.
"아이들은 그런 순간을 오래 마음에 남겨둡니다."
그래서 그는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을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존엄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학교 안에서는 누구나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김 교육감은 앞으로 수학여행과 현장체험학습비 완전 무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고등학교 신입생 체육복 지원 확대와 난치병 학생 치료비 지원, 경계선지능 학생 지원 강화도 약속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한 문장을 유독 천천히 말했다.
"학교만큼은 아이들이 끝내 기댈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이어 이런 말을 남겼다.
"'그래도 학교는 끝까지 내 편이구나.' 아이들이 그렇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AI가 친구의 눈물까지 읽어주진 못합니다"
김 교육감은 부산을 AI 미래교육 중심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도, 인터뷰 내내 '사람다움'을 강조했다.
"AI는 앞으로 더 빨리 답을 내놓을 겁니다. 하지만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고, 친구의 아픔을 공감하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그는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힘으로 '질문하는 능력'을 꼽았다.
"정답을 빨리 찾는 아이보다 왜 그런지 묻는 아이가 미래를 이끌게 될 겁니다."
그는 AI를 '잘 쓰는 사람'보다 AI와 함께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부산교육청이 추진 중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육 역시 단순한 기술 습득이 목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독서토론과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기계는 정답을 줄 수 있어도 상처받은 아이를 안아주진 못합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아이가 친구의 눈물을 읽지 못한다면 교육은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 "학부모의 불안까지도 교육이 안아야 합니다"
학부모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표정은 이전보다 더 무거워졌다.
"요즘 부모님들은 늘 불안 속에서 살아갑니다.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들어가는 부담이 너무 큽니다."
그는 교육청이 단순히 정책만 집행하는 기관이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부산교육이 우리 아이를 함께 키워준다는 믿음을 드려야 합니다."
김 교육감은 무상교육 확대와 함께 맞춤형 교육 안전망 강화를 약속했다. 아이들의 서로 다른 출발선을 세심하게 살피고, 가정 형편이 교육의 장애가 되지 않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또 학부모지원센터를 통해 자녀 교육과 정책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온라인 소통 체계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과 소통하지 않는 정책은 행정일 뿐 교육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선생님이 무너지면 교실도 무너집니다"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답이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이후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선생님이 상처받고 두려워하는 교실에서 아이들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김 교육감은 교원보호공제 확대와 악성 민원 대응 시스템 구축 계획을 설명하며 "교사가 다시 스승으로 존중받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AI 비서 'PenGPT'를 통해 교사들의 행정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선생님들이 서류가 아니라 아이 얼굴을 더 오래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이 대목에서 가장 단단해졌다.
"선생님까지 무너지는 교실에서 아이들이 따뜻함을 배우긴 어렵습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교사는 단순한 직업이 아닙니다. 아이 인생을 바꾸는 사람입니다."
◆ 1500km를 걸으며 다시 돌아본 마음
김 교육감은 재선거 전 2년 동안 홀로 길을 걸었다. 부산 갈맷길과 해파랑길, 제주 올레길까지 1500km였다.
왜 그렇게 긴 길을 혼자 걸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교육이라는 게 결국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인데… 어느 순간 아이들보다 해야 할 일부터 먼저 떠올리는 제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길 위에서 그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한숨도 들었고, 지친 교사들의 무거운 침묵도 마주했다고 했다.
"걸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결국 하나였습니다."
그는 잠시 시선을 떨군 뒤 말을 이었다.
"'아이들만은 잘 자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는 그 말이 길 위에서 가장 오래 남았다고 했다.
이어 다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힘든 시간마다 결국 저를 붙잡아준 건 하나였습니다."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말자.' 결국 그 생각 하나였습니다."
그는 그 길이 자신을 다시 '교육감'이 아니라 '교사'로 돌아보게 했다고 말했다.
◆ "차가운 행정가보다 따뜻한 교육감으로 남고 싶습니다"
인터뷰 말미, 그는 어떤 교육감으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답했다.
"혁신적인 행정가라는 말보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꿈을 응원했던 따뜻한 교육감으로 남고 싶습니다."
이어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부산의 아이들이 부모 배경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는 도시, 그 도시를 만드는 게 제 마지막 소명입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그는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마지막까지도 그의 이야기는 결국 아이들에게로 돌아갔다.
1500km를 걸어 돌아온 자리에도, 그는 끝내 아이들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부산=김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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