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중동발 유가 충격과 고환율이 겹치면서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신현송 신임 총재가 ‘매파(통화 긴축)’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인상 전망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5월 이후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다. 물가와 환율이 동시에 불안한 상황에서 선뜻 방향을 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가운데 ‘실용적 매파’라는 평가를 받는 신현송 신임 총재가 새로 취임하며 한은의 금리 결정에도 기조 변환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6%를 기록하며 한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상회했다.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1.9% 급등하며 전체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이 가운데 원·달러 환율 또한 지난 3월 1517원까지 치솟아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다시 소비자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
신 총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통화정책의 핵심은 물가 안정”이라며 “한국처럼 유가에 민감하고 비중이 높은 경제에서는 유가 충격에 상당히 취약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중동 리스크가 일시적인 충격이라면 통화 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지만 오래 지속돼 물가에 반영되고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이어진다면 그때는 통화정책의 역할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사실상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동결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선제 인상이 원화 강세를 유도할 수 있다는 논리도 제기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3.5~3.75%로 세 차례 연속 동결했으며,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올해 금리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행(BOJ) 역시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엔화 약세를 경계해 추후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도 변수다. 신 총재는 “가계부채가 GDP 대비 80~85% 이상 머무를 경우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통화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고 거시건전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7%로 예상치를 상회하며 성장률 전망치는 상향 조정 중이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 여지가 그만큼 넓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기 하강 국면이 해소돼 인상 여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최근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종료 등의 대책에도 여전히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가 남아있다는 점 역시 금리 인상 필요성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신 총재는 오는 28일 첫 금통위를 주재할 예정이다. 물가 불안이 심화하는 가운데 선제 대응을 강조해 온 신현송 총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한은 유상대 부총재 또한 “금리 인하를 멈추고 금리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며 금리 인상 기대감에 불을 붙인 상황이다.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은 “5월부터 인상 소수의견이 나오기 시작해서 7월 혹은 8월 중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본다”며 “유가가 석 달째 100달러 부근이기 때문에 월별로는 8월 정도 3% 부근까지 갈 수도 있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이어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순수출을 비롯해 GDP도 견조해 연내 금리 인상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다만 금리 인상이 능사는 아니다. 국내 소비 침체로 내수는 여전히 부진한 상태고, 자영업·소상공인의 대출 연체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까지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한층 가중되며 소비 위축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장률 지표와는 괴리된 실물경제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내리는 동시에 물가 상승률은 2.7%로 올려 잡았다.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는 국면에서 금리 인상이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성대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는 “현재 스태그플레이션 상태로, 물가가 너무 높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의 불안도 변수다. 금리가 인상될 경우 채권 금리 또한 함께 올라가는데, 이는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키우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코스피는 대외 불확실성에 외국인 순매도가 겹치며 흔들리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긴축 신호가 추가 자금 이탈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준금리 인상은 필연적으로 유동성 축소를 야기할 수밖에 없어,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이미 채권시장은 금리 인상을 반영한 상황인데다 금리 인상이 추세적으로 지속될지는 미지수로,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며 “유동성 자체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오히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부동산 시장에서 추가적으로 주식시장에 자금이 들어오는 머니무브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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