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MBK파트너스
일본 정부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일본 공작기계 기업 마키노후라이스제작소(마키노밀링머신) 인수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MBK 6호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를 둘러싼 경제안보 논란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마키노 인수 자금 조달에 활용될 것으로 알려진 MBK 6호 펀드는 앞서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 공개매수에도 동원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첨단 제조업과 핵심광물 공급망을 둘러싼 각국의 경계심이 한층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MBK가 미국에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대응을 위한 현지 로비스트를 추가 선임한 점도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이 경제안보를 이유로 첨단기술·방산·핵심광물 관련 기업 인수 심사를 강화하는 가운데, MBK 역시 중국 자본 출자 논란과 글로벌 규제 리스크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과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23일 MBK가 마키노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MM홀딩스에 마키노 주식 취득 중단을 권고했다. 일본 정부가 외환관리법에 근거해 외국 자본의 기업 인수에 중단 권고를 내린 것은 2008년 이후 두 번째 사례로 알려졌다. 이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30일 MBK가 일본 정부의 권고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마키노가 생산하는 공작기계가 단순 민간 제조용을 넘어 군수 분야에도 활용 가능한 이중용도(Dual-use) 품목이라는 점을 핵심 사유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성능 공작기계는 항공·방산·정밀 제조 산업 전반에 활용되며 군사 전용 가능성이 높아 주요국이 기술 유출 가능성을 민감하게 보는 분야다. 일본 당국도 관련 기술과 정보가 자국 방위장비 제조업체 전반에 활용된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와 투자업계에서는 특히 마키노 인수 추진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진 펀드가 MBK 6호 바이아웃 펀드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펀드는 약 8조원 규모로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2024년 MBK가 영풍 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섰을 당시에도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일본 정부가 경제안보 차원에서 민감하게 본 마키노와 국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인 고려아연이 동일 펀드의 투자 대상으로 연결되면서 시장의 시선도 더욱 예민해지는 모습이다.
산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단순 비철금속 업체를 넘어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성과 직결된 국가기간산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은 철강·자동차·반도체·방산 산업에 필요한 주요 금속을 공급하고 있으며, 전략광물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산업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고려아연의 니켈 함량 80% 초과 전구체 설계·제조 공정 기술은 2024년 11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이어 2025년 10월에는 아연 제련 공정 분야의 저온·저압 헤마타이트 공정 기술 역시 산업통상자원부 국가핵심기술 고시 개정안에 최종 포함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은 해외 유출 시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산업기술보호법 제11조의2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해외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승인 또는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시장에서는 MBK가 경제안보 논란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배경 중 하나로 MBK 6호 펀드 내 중국 자본 참여 여부를 지목하는 시각도 나온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외환투자공사(CIC)가 MBK 6호 펀드 주요 유한책임사원(LP)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CIC는 MBK 6호 펀드에 약 4000억~5000억원 규모를 출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도 지난 2024년 국정감사에서 CIC 출자금 비중이 전체 약정액 기준 약 5% 수준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CIC는 중국 정부가 외환보유액 운용과 해외 전략 자산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한 국부펀드다. 중국 공산당과의 연계성이 크다는 평가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 의회 산하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2013년 보고서에서 "CIC가 중국 국유기업들과 보조를 맞춰 자원 분야 투자에 참여해 왔다"고 분석했다. 또 CIC가 미국 내 다수 상장기업 지분을 확보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CIC의 과거 광물기업 투자 사례도 다시 조명하고 있다. CIC는 지난 2009년 자회사 풀블룸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캐나다 광산기업 Teck Resources 에 15억달러 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CIC는 장기 패시브 금융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텍리소스가 아연·구리 등 핵심광물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전략 자산에 대한 중국 자본의 영향력 확대 시도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고려아연 논란 역시 핵심광물 공급망과 연결된 기업에 중국계 자금이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둘러싼 의구심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이 광물 공급망과 첨단 제조업을 국가안보 영역으로 접근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사모펀드 자금 구조 자체가 규제 당국의 검증 대상이 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MBK의 사업 포트폴리오 내 중국 비중 역시 다시 거론되고 있다. 김병주 MBK 회장은 지난해 3월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와 관련한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당시 MBK 측은 김 회장이 상하이·홍콩 등 중국 출장 일정 때문에 참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고,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고려아연 공개매수 당시부터 중국 자본 출자 문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이 중국계 자본과 연관된 사모펀드에 넘어갈 경우 기술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중국 자본이 MBK에 5% 포함된 것만으로도 국민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MBK는 이에 대해 CIC 출자 비중이 전체 약정액의 5% 수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MBK는 지난 3월 관련 논란이 다시 불거지자 입장문을 내고 "나머지 95%는 글로벌 연기금과 기관투자자 자금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CIC는 MBK뿐 아니라 Blackstone, KKR, Carlyle Group 등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에도 출자해 온 기관투자자라고 강조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단순 출자 비율만으로 경제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형 사모펀드의 경우 조세피난처 소재 투자기구와 다단계 법인을 활용해 자금이 유입되는 사례가 많아 실제 최종 실소유자와 자금 성격을 일반 시장 참여자가 정확히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외신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신고서 등에 따르면 MBK 6호 펀드의 법적 소재지는 영국령 케이맨제도 우글랜드하우스 사서함 309번으로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케이맨제도는 글로벌 사모펀드 업계에서 조세 효율성과 이중과세 방지 등을 이유로 가장 널리 활용되는 펀드 설립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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