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 중 상대방 방향으로 책상을 뒤집어엎은 행위만으로는 폭행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4월2일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60) 사건 상고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사건을 의정부지법에 환송했다.
A씨는 2021년 5월21일 오후 10시께 고양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의실에서 B씨와 회의록 작성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화가 난 A씨는 양손으로 앞에 놓인 책상을 B씨 방향으로 뒤집어엎어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회의 진행에 방해되는 것에 화가 나 책상을 들어 올렸을 뿐으로,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고 폭행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형력이란 물리적 형태를 갖춘 힘 또는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나는 힘을 의미한다.
1·2심은 두 사람의 거리가 1m 미만이었던 점, A씨 시선이 B씨를 향하고 있었던 점, 책상 파편 일부가 B씨에게 튄 점, B씨가 놀라고 위협을 느낀 점 등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달리 봤다. A씨가 책상을 뒤집어엎은 방향은 A씨 기준 12시 방향이었던 반면 B씨는 10시 방향에 서 있었고, 그 사이는 다른 책상으로 막혀 있어 B씨 신체에 직접적인 위험이 없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피해자를 놀라게 하거나 겁을 줬다는 것만으로는 폭행으로 볼 수 없다고도 했다.
대법원은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완전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심리적 불안감까지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신체 접촉 없는 유형력 행사가 폭행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의 신체 지향성, 공간적 근접성, 행위의 목적과 의도, 신체에 가하는 고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했다.
대법원은 이를 토대로 A씨의 행위를 B씨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 보기 어렵고, A씨에게 폭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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