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중 시대와 함께 야구장은 이제 단순한 경기 관람석을 넘어 지역 경제의 핵심 '복합 소비 거점'으로 진화했다. 수도권 집중화와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프로야구 연고제는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최후의 방어선이자 도시의 활력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인프라에 따른 생존 격차'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서울과 수도권 야구장 직관(직접 관람)이 지하철 한 번으로 이른바 '슬세권(슬리퍼 생활권)' 문화로 정착된 반면, 비수도권 팬들에게 직관은 여전히 교통 지옥에 가까운 '원정 여행'이다. 결국 접근성의 격차는 관중 수, 체류 시간, 소비 규모로 이어지고, 이는 곧 구단 수익과 지역 경제의 격차로 직결된다.
야구장 인프라의 양극화는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경제의 구조적 불균형 그 자체다. 야구공 하나에 도시 전체가 들썩이는 '로컬노믹스(Local+Economics·지역의 자생력 있는 경제활동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를 의미)'가 지속 가능한 생존 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그 현장을 들여다봤다.
■ 울산 웨일즈: '제2구장'의 설움을 넘어 상주형 경제 모델로, 그러나 과제는 여전
롯데 자이언츠의 제2구장으로서 연간 6~9경기만 열리던 울산 문수야구장은 낮은 활용도가 늘 고질적인 문제였다. 낮은 활용도와 교통 불편, 상권 부재로 '섬 같은 야구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울산 웨일즈 창단은 지역 내 고정 소비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울산의 상징인 고래를 활용한 '웨일즈'라는 로컬 브랜딩은 시민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며 스포츠 인프라의 가성비를 극대화한다. 하지만 이 모델이 지속 가능한 자생 구조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소속감만 부여한다고 해서 야구단과 지역에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인프라다. 팀 창단만으로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접근성이 확보될 때 효과가 극대화한다. 야구장이라는 하드웨어에 울산 웨일즈라는 소프트웨어가 채워진 지금,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투자가 병행되어야만 진정한 로컬노믹스의 완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야구장과 도심을 잇는 교통 인프라 미비, 야구장 인근 상권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 '직관'이 '여행'이 되다: 외지인의 지갑을 여는 체류형 투어
지금 야구장은 관람을 넘어 관광을 유도하는 강력한 로컬 콘텐츠가 됐다. 각 지자체는 이를 활용해 외지인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광주 야구광(光) 트립, 창원투어패스xNC 다이노스 패키지 등이 대표적이다. 입장권과 교통, 숙박을 하나의 패키지로 엮어 야구장 밖 지역 상권까지 소비를 확산시키는 번들링(Bundling)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전이다. 대전을 방문한 야구팬들은 지역 명물인 성심당을 들렸다가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대전의 '빵지순례와 직관'은 원정 팬들 사이에서 이미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한화 이글스와 지역 명물 성심당의 결합은 '노잼도시(재미 없는 도시)'를 '유잼도시(재미 있는 도시)'로 바꾼 일등 공신이다.
■ 롯데가 이기면 부산 GRDP가 바뀐다?: 비이성적 활력의 경제학
부산에서는 "롯데만 잘하면 지역 경제 문제의 절반은 해결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돌지만, 그 이면에는 날카로운 경제적 통찰이 담겨 있다. 실제로 2026시즌 초반, 고가 논란이 있었던 89만 원 콜라보 가죽 점퍼는 롯데 자이언츠가 시범경기 우승과 개막 연승을 달리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비이성적 활력'이 부산에서는 야구 성적에 의해 발현되는 셈이다. 승리의 도파민은 즉각적인 '보상 소비'로 이어지며, 시민 전체의 소비자 신뢰지수(CSI)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심리적 부양책 역할을 한다.
■ 야구장은 지역 소멸을 막는 방파제
인프라가 없는 지역에서 연고제는 지역을 살리는 장치가 아니라, 격차를 고착화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지자체와 구단의 협력은 물론, 교통-접근성 중심의 구조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1000만 관중의 열기가 진짜 홈런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구장이 아니라, 더 나은 연결이다.
일간스포츠 서포터즈 1기 이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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