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포용금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금융 본연의 역할인 ‘자금 중개와 순환’에 충실하면서 사회적 취약 계층이 금융시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는 그간 이 대통령의 행적을 보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가 ‘야당’ 대표로 있던 시절 더불어민주당은 은행권 ‘횡재세’ 입법을 추진하려고 했습니다. 2022~2023년 고금리 시기에 은행권이 거둔 이익을 사회적으로 나눠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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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중금리 대출은 그전에 없었을까?
포용금융을 대변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중금리 대출입니다. 시중은행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을 해준다면, 일부 연체나 부실에 대해 이를 감내해준다면 포용금융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금융 산업 구조적으로는 고신용자와 저신용자 사이의 금리 격차를 줄여주는 게 포용금융의 한 형태가 됩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강조했던 ‘신용평가 체계의 전환’도 이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과거 연체 이력 유무 정도만 보는 ‘낡은 틀’에 갇히지 말고, 기존 금융권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대출 통로를 열어주자는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이런 시도는 과거 여러 정부에서 있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내주고, P2P금융 관련 법까지 만들어 진흥시키려고 했던 시도입니다. 두 분야 모두 전제조건의 방점은 중금리 대출에 있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중금리 대출 확대를 조건으로’ 은행 라이선스를 내줬고, P2P금융은 런던 등 금융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중금리 대출을 늘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도 이미 시행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은행뿐 아니라 시중은행도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를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금산분리라는 금융계 철칙을 허물어가며 카카오, KT,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에 은행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해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정책이란 게 다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일부 중금리 대출 확대 효과는 있었지만, 또 일부는 유야무야됐습니다. 특히 P2P금융은 일부 업체의 일탈적 부동산 투자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실패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렸습니다. 본래 취지를 담았던 개인신용 P2P금융 업체들도 ‘여전한 금융 규제’ 속에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국내 굴지의 시중은행도 중금리 대출을 늘리긴 했습니다. 국내 금융소비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1~2등급 신용자 대상 저금리 대출이 여전히 대부분이긴 하지만요.
다만 금융지주들의 논리를 두둔해주자면, 그들이 국가로부터 ‘라이선스’를 받고 영업하는 것은 맞지만, 주요 주주들은 외국인 투자자입니다. NH농협금융지주나 지방은행들은 지배주주 구성이 다를 수 있으나, 국내 금융산업을 주도하는 ‘그들’의 주요 주주는 외국인들입니다. 자본주의 정신으로 똘똘 뭉친 이들에게 포용금융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 금융시장 특유의 구조도 있습니다. 과거 국내 신용등급 체계로 보면 1~2등급 사용자가 전체 금융소비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 금융소비자들의 상황이 우량하다는 얘기인데, 이러다 보니 중저신용자들은 비교적 소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쉽게 신용평가를 할 수 있고 안전하게 대출을 내어줄 수 있는 시장이 있는데, 그들에게 집중하는 게 더 편할 것입니다.
신용평가 비용이 높고 상환 여력마저 낮은 중저신용자들은 자연스럽게 소외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인터넷은행들마저도 ‘안 그런 척’하면서 고신용자 대출에 매달렸던 것이나, P2P금융 업체들이 부동산 PF에 투자했던 것도 이 같은 맥락에 있다고 봅니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금융사들을 재촉하지 않으면 저신용자들은 더욱더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층층이 계층화되는 저신용자들
1금융권에서 밀려난 이들은 2금융권 대출을 받습니다. 이른바 카드론이나 캐피탈사의 대출입니다. 상호금융은 물론 저축은행도 대출 대상입니다. 따라서 과거보다는 대부업 대출을 긴급하게 이용해야 하는 이들이 적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여기에 햇살론 등 다양한 정책자금 대출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수단을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입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 2금융권 대출 확대 등으로 대부업 대출을 이용하는 이들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곳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1월 14일 발간된 ‘불법 사금융의 제도권 유입 방안 : 대부금융업을 중심으로’ 자료를 보면 대부업 대출 유경험자 중 생활비 목적은 60% 정도였습니다. 소득활동이 없는 상태에서 당장 쓸 생활비가 없는 이들입니다. 어떻게 보면 제도권 금융 끝단에서 더는 갈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경기 악화와 금리 상승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반기마다 발표하는 등록대부업체 실태자료를 보면 대부업에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들의 상황은 열악해졌습니다. 대부업 이용자 수 자체는 줄었지만, 1인당 대출금액은 늘었고, 전체 연체율은 급등했습니다. 그 취약성은 2022~2023년을 거치면서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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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추경과 적극적 개입이 있었던 2022년 상반기까지는 연체율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2023년부터 연체율이 급등했습니다. 지난해 6월 기준 12.1%까지 올라갔습니다. 대부업체 대출의 평균 대출 금리는 낮아졌지만 연체율은 오른 상황입니다. 남아 있는 차주의 상환 여력은 그만큼 약해졌고 대부업 대출 시장 상황은 열악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은 10년이라는 기간을 놓고 보면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이용자 수 급감과 연체율 급등이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어떻게 보면 특정 정부의 책임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2금융권 대출, 정책자금 확대로 대부업 이용자 수가 줄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지만, 서민금융 최후의 완충지대인 대부업 시장은 부실해졌다는 얘기일 수 있습니다. 말라가는 호수의 염도가 갈수록 올라간다고 하면 맞는 비유일까요.
더 큰 문제는 이런 등록대부업체로부터도 대출을 거부당한 사람들입니다. 현재로서는 추정밖에 할 수 없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부업 시장에서조차 밀려난 차주라면 정책금융이나 2금융권으로 이동하기는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인영 의원실이 공개한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이용 규모와 이용자 수 추정치가 모두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등록대부업 시장은 줄어드는데 불법사금융 추정 규모가 늘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시장 축소가 아니라 취약차주의 이동 문제로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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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금융이 더 향해야 할 곳은?
대부업 대출 연체자, 불법사금융 이용자들은 왜 그곳에서 대출을 받을까요? 첫 번째는 1~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할 정도로 신용 상태가 열악하다는 데 있습니다. 두 번째는 그들의 소득활동이 없거나 기대하기 힘든 정도라는 점일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대부업 대출 상당수는 생활비 마련을 위한 급전 대출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중금리 이하의 대출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중금리와 정책자금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마저도 힘든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을 포용하는 주체는, 그 사람들을 잘 아는 ‘업자’들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고신용자 바라기’ 시중은행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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