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5월 8일 16시 00분에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대기업 특유의 소수 지배 구조가 낳은 피라미드식 지배 전략과 교묘한 이익 가로채기인 터널링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 거버넌스 혁신을 통해 왜곡된 자본 흐름을 바로잡아야 기업 가치 제고는 물론 국가 전반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전문가 입장에서 본 기업 거버넌스 특강’이 열렸다. 이날 포럼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주관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김우찬 교수는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며 한국 기업 구조의 문제점과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강연 서두에서 기업 거버넌스의 정의를 명확히 했다. 그는 거버넌스를 경영자가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충성하도록 강제하거나 유도하는 모든 장치라고 정의하며, 여기에는 전문 경영인뿐만 아니라 경영에 참여하는 총수 일가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충성의 핵심 원칙으로 이해 상충 상황에서의 선공후사(先公後私)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의 주의와 의무를 제시했다.
또한 ‘기업 지배구조’라는 용어 도입 연혁도 설명했다. 김 교수는 “90년대에 ‘Corporate Governance’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기업 지배구조’라는 말이 정착됐으나, 이는 대주주의 지배(Control) 개념과 혼용되는 폐단이 있다”며 “경영자 견제라는 본질을 살리기 위해 ‘기업 거버넌스’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 기업의 가장 큰 특징으로 소수 지배 구조를 꼽았다. 이는 적은 지분으로 거대 기업 집단을 장악하는 형태로, 주로 피라미드 구조를 통해 실현된다. 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이 구조를 형성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활용하는 구체적인 수법들을 열거했다.
그 가운데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 대해 상세히 짚었다. 기업이 인적 분할을 통해 기존 회사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지배주주 일가가 보유한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에 현물로 출자하고 그 대가로 지주회사의 신주를 받는 유상증자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배주주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지주회사의 지분율을 비약적으로 높이며 피라미드 구조를 완성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논란이 된 쪼개기 상장의 메커니즘도 비판했다. 유망한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별도 자회사로 만든 뒤, 이를 증시에 상장(IPO)시키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이 과정에서 자회사가 외부 자금을 조달하며 지배주주의 통제권 아래 놓이게 되지만, 정작 해당 사업의 성장을 기대하고 투자했던 모회사 일반 주주들은 신주인수권을 침해당하거나 주가 하락의 피해를 입는 이중 상장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분 인수 방식에 대해서도 “한국은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없어 지분 100%를 인수하는 대신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수준인 20~30%만 인수해 자회사를 상장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것이 모자회사 주주 간의 극심한 이해 상충을 초래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기업 거버넌스 개혁이 국가 경제 성장률과 직결된다고 역설했다. 저출산으로 노동력 증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성장을 이어가려면 자본 배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무리한 외형 확장(Empire Building)이나 과도한 현금 보유 및 부실 사업 방치(Quiet Life)와 같은 자본 비효율성에 빠져 있다”면서 “거버넌스 개혁을 통해 터널링을 차단하고 자본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면 기업 가치가 올라가고 국민 재산 형성에도 기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터널링이란 기업의 부가 모든 주주에게 지분만큼 공유되지 않고 지배주주 일가에게만 쏠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이러한 부당한 부의 이전 방식에 손익 거래와 자본 거래 유형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터널링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핵심 이유로 자본 배분의 왜곡을 꼽았다. 지배주주가 사익을 챙기기 위해 유망한 사업 기회를 가로채거나 부당한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마땅히 투자해야 할 곳에 자금이 흐르지 못하게 된다는 것.
결국 이러한 자본의 비효율적 배분이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경영자들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기 어려운 만큼, 행동주의 펀드의 외부 압박과 사모펀드(바이아웃 펀드)의 매개 역할이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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