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공짜로 나눠주는 부직포 행주를 별생각 없이 주방에 갖다 쓰는 가정이 많다. 거절하기도 민망하고 어차피 집에서 쓸 것 같아 받아오는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 행주로 식탁이나 그릇을 닦았다면 위생 측면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길거리에서 행주를 나눠주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 위키트리
판촉용으로 대량 제작되는 부직포 행주는 원가 절감을 우선으로 만든 제품이다. 합성섬유 비율이 높고 흡수력보다 단가에 맞춰 소재를 선택하기 때문에 기름기나 오염물을 빨아들이기는 해도 헹굼 과정에서 잘 빠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닦을수록 깨끗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묻어 있는 오염물을 식탁이나 그릇 표면에 펴 바르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행주를 들고 있는 모습. / 위키트리
행주 자체의 위생 문제도 따로 봐야 한다. 주방에서 쓰는 행주는 종류에 상관없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세균 덩어리가 된다. 미국 미생물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2018년 발표된 실험 결과에 따르면 한 달간 사용한 행주 100개 중 49개에서 대장균과 황색포도상구균 같은 식중독균이 검출됐다. 젖은 행주를 상온에 두면 6시간 뒤부터 유해 세균이 늘기 시작해서 12시간 후에는 그 수가 백만 배로 불어난다.
우리 집 행주. / 위키트리
행주로 그릇을 닦는 모습. / 위키트리
국내 실험 결과도 있다. 인하대학교와 유한킴벌리 공동 실험팀이 2024년 7월 면 행주와 부직포 행주를 대상으로 세균 잔존 여부를 확인했다. 일반 세제로 씻어도 세균은 남았고 12시간 건조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실내에서 수일간 둔 경우엔 잔류 미생물이 환경에 적응한 뒤 1만 배 이상 불어났다. 빨아서 말려뒀다고 안심하기 어려운 이유다.
행주는 식탁 닦기, 그릇 물기 제거, 손 닦기, 재료 핏물 닦기까지 주방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 손이 간다. 2018년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전국 17개 지역 20~50대 행주 사용자 500명을 조사한 결과 행주 위생 상태를 의심해본 적 있다는 응답자는 85.6%였지만 위생 수칙을 제대로 지키는 비율은 5.4%에 그쳤다. 시간이 없고 번거로워 관리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
세제로 씻고 말리는 것만으로는 세균이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젖었다 마르는 반복 과정에서 세균이 섬유 깊숙이 자리를 잡는다.
인하대·유한킴벌리 공동 실험에서 100℃ 끓는 물에 5분 이상 삶으면 세균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됐다. 같은 행주로 5회 반복 실험을 해도 결과는 동일했고 소독 시간을 15분으로 늘려도 마찬가지였다.
행주가 놓여있다. / 위키트리
특히 생고기나 달걀 같은 식재료에 닿은 행주는 사용 직후 바로 세탁하는 게 낫고 젖은 상태로 오래 두면 세균이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 식약처는 2024년 식중독 예방 수칙으로 조리기구 세척·소독을 강조했다. 살모넬라균이 달걀 껍질에서 칼·도마·행주로 교차오염될 수 있는 만큼 조리기구는 반드시 세척과 소독을 거쳐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릇 닦는 용도로는 쓰면 안 되지만 버리기 아깝다면 기름때 청소 전용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행주를 여러 조각으로 잘라 주방세제 녹인 따뜻한 물에 담가두고 가스레인지나 인덕션 주변, 에어프라이어 표면처럼 기름이 잘 튀는 곳을 한 장씩 꺼내 닦고 바로 버리면 된다.
더러워진 행주. / 위키트리
합성섬유 특성상 세제를 잘 머금어 기름때 제거에는 쓸 만하다. 단 한 번 쓴 조각을 다시 헹궈 쓰는 건 금물이다. 그 순간부터 다시 세균 번식이 시작된다.
식약처가 발표한 2024년 식중독 통계를 보면 전체 발생 건수 265건 중 7~9월에 발생한 건수가 전체의 39%, 환자수 기준으로는 50%를 차지했다. 기온과 습도가 동시에 올라가는 이 시기에는 세균이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난다.
행주를 들고 있는 모습. / 위키트리
섬유 표면이 낡고 거칠어지기 시작하면 소독 효과도 떨어지는 만큼 가정용 면 행주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새것으로 바꿔주는 게 좋다. 길에서 받아온 판촉 행주 한 장이 주방 전체를 오염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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